BOOK(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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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언어 - 김겨울
최근 반복되는 제안서의 늪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평소에 자주 보지 않던,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뒤처진 것 같은 트렌드를 급하게 따라가는 삶을 살고 있다.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지만, 책을 펼쳐 들기엔 너무 무거웠다. 출근길 지하철에선 피로감에 책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을 들고 다닌 후에야 이 책의 서문을 읽어 낼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 김겨울은 책을 소개하는 유튜버로 라디오에서 DJ로 활동하고 있다. 겨울서점 유튜브 채널을 알고 있었지만, 구독하지는 않고 있었다. 내 방 책상에 쌓인 책도 다 읽지 못하고 있는데, 읽고 싶은 책만 더 보태게 되는 게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저자가 진행하는 라디오는 팟캐스트를 통해서 매주 만나고 있다. 딱 그 정도의 거리로 김겨울..
2024.03.14 -
아이디어 탐색자를 위한 존 클리즈의 유쾌한 창조성 가이드 - 존 클리즈 John Cleese
연휴에도 진행 중인 제안 프로젝트로 머리가 복잡하다. 늘 그렇듯이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했고, 아직 내 머릿속에는 정리된 내용이 없다. 그럴 때 도움을 받는 게 책이다.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비쩍 말라 있던 아이디어에 생각이 덧붙여져 제법 그럴듯한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경우를 만난다. 이 책도 사실 그런 기적(!)을 기대하면서 대출목록에 넣어두었다. 저자인 존 클리즈 John Cleese 는 현대 코미디의 거장으로 불리는 영국인이다. 그가 쓴 시트콤이 아주 유명하다고 하는데, 사실 들어본 적이 없는 아주 고전들이다. 그렇게 코미디 작품을 쓰면서 그는 심리학 연구와 실험을 했고, 그의 아이디어 개발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존 클리즈..
2024.02.11 -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 류이치 사카모토 坂本龍一
암이란 단어가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다. 주변인 중에도 암을 진단받았다는 사람도 암으로 명을 달리한 사람도 있다. 건강검진에서도 암 진단 검진 대상자에 포함되어서 검진 기관을 방문할 때 몇 가지 검사가 더 추가되기도 한다. ‘만약 내가 암에 걸려서 시한부를 선고받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 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 상황이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지난 2023년 3월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류이치 사카모토의 유작으로 한글로도 6월에 출간된 걸 보면, 비교적 빠르게 번역이 되어 출간까지 된 것 같다. 우리에겐 마지막 황제의 영화 음악으로 아카데미 작곡상을 받았던 유명한 음악가로..
2024.01.27 -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 요시타케 신스케
‘이 일을 너무 오래한건가?’ 요즘 그런 생각을 자주 하는 날 발견한다.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정확하게는 후배들)과의 나이 차이를 생각하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해야 할 때, 그런 생각을 더 하는 것 같다. 동료들과 비교하면 업무량이 적고, 외부 커뮤니케이션이 적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없이 바쁘게 일을 쳐내야 하고, 쏟아지는 고객의 요청에 응대해야 했던 예전을 생각하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건 연말이 되고, 또 나이를 먹는다는 심리적인 압박(?)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이럴 때 읽기 딱 좋은 책 한 권.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는 특유의 친근한 그림에 많은 생각을 응축해서 담아내는 게 특기란 생각이 든다. 지난번 소개했던 '있..
2023.11.28 -
매거진 B - JOBS EDITOR 잡스 에디터 :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좋은 것을 골라내는 사람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면 PT를 통해 멋지게 따냈던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샘플로 제작한 콘텐츠에서 승부가 났었다. 모든 프로젝트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준비하는 프로젝트들도 각 프로젝트의 성격에 맞는 샘플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매번 제안서가 비슷비슷하지만 결국 차이를 보일 수 있는 건 해당 프로젝트를 깊게 연구하고, 프로젝트에 딱 맞는 샘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고민이 많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이 어느 때보다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른 제안서와 차별을 위해서 샘플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이 방향이 맞나? 의심이 들었다. 프로젝트에 대한 충분한 학습 시간이 부족한 탓이겠지. 그럴 때마다 책장에서 꺼내서 읽어 보는 책이 한 권 있다. 매거진 B에서 확장된 직업 시리즈 JOBS의..
2023.11.17 -
재능의 불시착 - 박소연
오랜만에 후배가 사무실 근처로 온다고 해서 가로수길에 괜찮은 커피숍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블로그에 구글 광고를 붙여서 월수입도 짭짤한데, 아주 비싼 가격에 블로그 인수 제의까지 받았다는 지인 이야기부터, 더 나이가 들면 우리는 어떤 일을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하느냐는 한탄까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온 직장인 나의 경력들이 주욱 스쳐 지나갔다. 특별한 것 없는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다양한 기업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지금까지 버텨온 시간이, 사실은 나의 재능 때문이 아닌 당시 상황과 주변 환경이 나에게 큰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채 정리하지 못하고 퇴근길에 '재능의 불시착'이란 소설을 읽는데 소설에서 주인공에게 나..
2023.10.16 -
다이다이 서점에서 橙書店にて - 다지리 히사코 田尻久子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부모님은 서점을 하셨다. 서점은 집에서 좀 떨어져 있긴 했어도 당시 서점이 흔하던 시절은 아니었던 터라, 동네 사람들도 부모님이 시내에 사람들 붐비는 곳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걸 다 알았다. 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난 자연스럽게 '서점집 아들' 또는 '책방 아들'로 불렸고, 자연스럽게 별명이 되었다. '책방 아들'이라고 특별히 책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볼 수 있는 책이 많이 있어서 밥 먹지 않아도 배부른 그런 느낌은 있었던 것 같다. 온라인 서점이 하나둘 생겨나고, 대형 서점들이 등장하면서 부모님은 서점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늘 관심이 갔던 것 같다. 만약 부모님이 계속 서점을 운영하고 계셨다면, 그..
2023.09.25 -
소년의 블록 A Boy Made of Blocks - 키스 스튜어트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움으로 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주변에 있는가? 난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적이 없어서 그렇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 입장이 되어 본 적이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들을 기르는 부모의 입장을 짧게 경험할 수 있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인기를 끌고 있을 때도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부모들은 100% 공감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에 동화되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들을 키우는 입장이 되어봤지만, 일주일짜리 체험이 얼마나 깊이가 있었을까. 실제로 작가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그중 한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다. 자신만의..
2023.09.21 -
연수 - 장류진
장류진은 잃어버렸던 소설의 재미를 내게 다시 알려준 작가다. 그래서 장편 소설은 물론 여기저기 소개되는 단편들도 찾아서 읽을 정도로 장류진 작가는 나의 관심 작가 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이번에 출간한 소설집 [연수]에도 이미 읽었던 작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소설이라 아껴서 다시 읽고 있다. 소설집에 포함된 소설 중 '공모'에서 눈길을 끄는 구절이 있었다. 주인공이 추천받은 인재를 면접하고 나서 그 인재에 대한 기대를 적은 부분인데, 한 마디로 '일잘:일머리가 있어서 일을 아주 잘하는 사람'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부분이다. 읽으면서 나도 이런 후배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든 생각. ❛과연 난 한 번이라도 선배들에게 이런 일잘 후배였을까?❜ ㅎㅎㅎ 지은이 : 장류..
2023.08.29 -
작별인사 - 김영하
머리가 굵어지기 시작하고 계속 생각했던 건 '나라는 존재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그 마지막 순간을 지나고 나면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내 생각을 감싸고 있는 육체가 없어지면 내가 느끼는 나는 없어지는가? 등의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들을 김영하 작가님은 이 소설책 한 권으로 정리를 하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소설가다. 역시 김영하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인공지능을 이용해 콘텐츠 아이디어도 내고, 간단한 이미지나 사운드를 생성하면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야 할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김영하 작가의 이 책이 그 생각들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그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언제가 될지 모르는 우리의 마지막 순간을 위해서 우리는 작별인사를 미리 준비해야 ..
2023.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