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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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마음 없는 일 - 김지원
난 뉴스레터를 좋아한다. 이메일이라는 다소 고전적인 플랫폼이라는 점, 메일 주소 하나만 있으면 국경도 알고리즘도 없이 누구나 구독할 수 있다는 점이 요즘 유행하는 소셜 미디어보다 뉴스레터를 더 좋아하게 만든다.국내외 문화, 기술, 디자인, 커머스까지—수백 종의 뉴스레터를 구독 중이고, 수신된 메일은 주제별로 Gmail 필터를 통해 정리해두고 있다. 아침에 컴퓨터 모니터를 켜면 가장 먼저 메일함을 연다. 주제별로 선별되어 도착한 뉴스레터를 읽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게 나만의 루틴이 되었다.이렇게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읽는 건 좋아했지만, 직접 운영해 볼 생각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해 플랫폼을 통해 전달한다는 점에서 블로그와 뉴스레터는 닮아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도 분명했기 때문이..
2026.02.10 -
일놀놀일 - 김규림, 이승희
책 커버에 아주 작은 글씨로 아래와 같은 부제가 적혀 있었지만, 부제를 읽기도 전에 '일놀놀일'이 어떤 의미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 일하듯이 놀고, 놀듯이 일하는 마케터의 경계 허물기 ❜ 그림을 그리며 생각을 풀어내는 '김규림(뀰)'과, 마케팅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발행해 온 '이승희(숭)'. 두 작가는 '일하듯이 놀고 놀듯이 일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같은 주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한 사람은 그림으로, 한 사람은 글로 생각을 정리하며 서로 다른 표현 방식이 한 권의 책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김규림 작가만의 독특한 그림체는 한 번 보면 이름보다 먼저 떠오를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다. 마케터로 여러 권의 책을 낸 이승희 작가 역시 '숭'이라는 짧은 이름만으로도 자신의 색을 분명하게..
2026.01.27 -
과학산문 - 김상욱, 심채경
이 책은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님과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행상탐사센터장님 두 분이 일상의 주제로 과학을 이야기하고, 과학을 주제로 일상을 이야기하는 편지 형식의 에세이를 묶어 놓은 책이다. 읽는 내내 나는 두 사람의 편지를 숨은참조로 조용히 받아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TV를 통해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알쓸신잡을 재미있게 시청했던 사람, 그중에서도 두 과학자의 주제를 벗어날 듯하면서도 사람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즐겼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지은이 : 김상욱, 심채경제목 : 과학산문출판사 : 복복서가출판 연도 : 2025. 09.페이지 : 총 312면 깜빡이 소리를 좋아합니다. 정확히 ..
2026.01.11 -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 호모 브레인리스 - 안광섭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누구나 마법 지팡이를 가진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이 마법 지팡이를 제대로 쓸 수 있는 능력자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나 역시도 그렇다. 디즈니 영화 Fantasia의 '마법사의 제자'속 미키처럼, 누군가 만들어 둔 재미있어 보이는 마법 주문(prompt)을 따라 써 보는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 간단한 프롬프트 한 줄이면 그럴듯해 보이는 글 한 편이 뚝딱 만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정작 일기 한 줄을 쓰는 일조차 예전처럼 쉽지 않게 느껴졌다. 올 한 해 '한줄일기'가 뜸했던 이유를 죄 없는 AI에게 핑계 삼아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AI 시대에 항상 고민이었던 질문인 'AI와 어떻게 함께 생각하고 협업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는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
2025.12.30 -
도쿄를 걷다 서점을 읽다 - 김경일
책상 정리하기,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 만들기, 읽고 싶은 소설 리스트 작성하기, 가고 싶은 맛집 찾기… 시험 기간만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이 끝없이 늘어났다. 반면, 그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간은 늘 모자라기만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시험과는 멀어진 지 오래건만, 요즘 들어 그때와 비슷한 갈증이 다시 찾아왔다. 왜 이리 읽고 싶은 책이 많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넘치는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하고, 내년의 새로운 계획도 고민해야 하는 바쁜 나날인데, 이상하게도 책 한 권 펼칠 여유가 더 간절해진다. 지난주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 중 가벼운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책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도쿄의 서점을 직접 다니며 기록한 이야기들. 커다란 질문이나 복잡한 고민 없이도 술술 넘길 수 있을 것 같..
2024.11.17 -
말의 트렌드 - 정유라
대학에서 전공 서적에 적혀있는 내용으로 평생을 먹고사는 사람도 있겠지. 어문법이란 게 자주 바뀌는 게 아니고, 학문의 새로운 공식이 계절 돌아올 때마다 발견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평생을 같은 언어를 쓰면서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 콘텐츠를 고민하고 기획하고 제작하는 마케터는 아마도 그럴 수 있는 직업의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매년 ‘트렌드 코리아 20XX’라고 붙어있는 책이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유행하는 언어의 배경을 찾고, 시의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게 다양한 활용법을 익히는 게 직업상 습관처럼 굳어졌다. 새로운 밈 Meme과 유행하는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 구독하고 있는 트렌드 관련 뉴스레터만 양손으로 꼽을 만큼 늘었다. 정유라 작가의 ‘말의 트렌드’란 이 책에 끌린 이유도 어쩌면..
2024.11.04 -
겨울의 언어 - 김겨울
최근 반복되는 제안서의 늪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평소에 자주 보지 않던,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뒤처진 것 같은 트렌드를 급하게 따라가는 삶을 살고 있다.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지만, 책을 펼쳐 들기엔 너무 무거웠다. 출근길 지하철에선 피로감에 책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을 들고 다닌 후에야 이 책의 서문을 읽어 낼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 김겨울은 책을 소개하는 유튜버로 라디오에서 DJ로 활동하고 있다. 겨울서점 유튜브 채널을 알고 있었지만, 구독하지는 않고 있었다. 내 방 책상에 쌓인 책도 다 읽지 못하고 있는데, 읽고 싶은 책만 더 보태게 되는 게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저자가 진행하는 라디오는 팟캐스트를 통해서 매주 만나고 있다. 딱 그 정도의 거리로 김겨울..
2024.03.14 -
아이디어 탐색자를 위한 존 클리즈의 유쾌한 창조성 가이드 - 존 클리즈 John Cleese
연휴에도 진행 중인 제안 프로젝트로 머리가 복잡하다. 늘 그렇듯이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했고, 아직 내 머릿속에는 정리된 내용이 없다. 그럴 때 도움을 받는 게 책이다.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비쩍 말라 있던 아이디어에 생각이 덧붙여져 제법 그럴듯한 모습을 갖추게 되는 경우를 만난다. 이 책도 사실 그런 기적(!)을 기대하면서 대출목록에 넣어두었다. 저자인 존 클리즈 John Cleese 는 현대 코미디의 거장으로 불리는 영국인이다. 그가 쓴 시트콤이 아주 유명하다고 하는데, 사실 들어본 적이 없는 아주 고전들이다. 그렇게 코미디 작품을 쓰면서 그는 심리학 연구와 실험을 했고, 그의 아이디어 개발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존 클리즈..
2024.02.11 -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 류이치 사카모토 坂本龍一
암이란 단어가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다. 주변인 중에도 암을 진단받았다는 사람도 암으로 명을 달리한 사람도 있다. 건강검진에서도 암 진단 검진 대상자에 포함되어서 검진 기관을 방문할 때 몇 가지 검사가 더 추가되기도 한다. ‘만약 내가 암에 걸려서 시한부를 선고받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 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 상황이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지난 2023년 3월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류이치 사카모토의 유작으로 한글로도 6월에 출간된 걸 보면, 비교적 빠르게 번역이 되어 출간까지 된 것 같다. 우리에겐 마지막 황제의 영화 음악으로 아카데미 작곡상을 받았던 유명한 음악가로..
2024.01.27 -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思わず考えちゃう - 요시타케 신스케 ヨシタケシンスケ
‘이 일을 너무 오래한건가?’ 요즘 그런 생각을 자주 하는 날 발견한다.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정확하게는 후배들)과의 나이 차이를 생각하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해야 할 때, 그런 생각을 더 하는 것 같다. 동료들과 비교하면 업무량이 적고, 외부 커뮤니케이션이 적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없이 바쁘게 일을 쳐내야 하고, 쏟아지는 고객의 요청에 응대해야 했던 예전을 생각하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건 연말이 되고, 또 나이를 먹는다는 심리적인 압박(?)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이럴 때 읽기 딱 좋은 책 한 권.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는 특유의 친근한 그림에 많은 생각을 응축해서 담아내는 게 특기란 생각이 든다. 지난번 소개했던 '있..
202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