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언어 - 김겨울

2024. 3. 14. 23:36BOOK

최근 반복되는 제안서의 늪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평소에 자주 보지 않던,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뒤처진 것 같은 트렌드를 급하게 따라가는 삶을 살고 있다.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지만, 책을 펼쳐 들기엔 너무 무거웠다. 출근길 지하철에선 피로감에 책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을 들고 다닌 후에야 이 책의 서문을 읽어 낼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 김겨울은 책을 소개하는 유튜버로 라디오에서 DJ로 활동하고 있다. 겨울서점 유튜브 채널을 알고 있었지만, 구독하지는 않고 있었다. 내 방 책상에 쌓인 책도 다 읽지 못하고 있는데, 읽고 싶은 책만 더 보태게 되는 게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저자가 진행하는 라디오는 팟캐스트를 통해서 매주 만나고 있다. 딱 그 정도의 거리로 김겨울을 알고 있었는데, 책의 한 문장, 한 문단을 읽어 내려가면서 저자와의 내적 친밀도가 생긴 것 같아 뒤늦게 겨울서점의 ( 구독 ) 버튼을 눌러 ( 구독중 )으로 바꿨다. 작가가 '이상적인 경청의 세계'에서 ❝예술의 경험이란 작가와 향유자가 시간을 함께 견디는 경험이다.❞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은 김겨울과 함께 시간을 견뎌낼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었다.

 

겨울의 언어 - 김겨울

 

  • 지은이 : 김겨울
  • 제목 : 겨울의 언어
  •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 출판 연도 : 2023. 11.
  • 페이지 : 총 258면

 

삶을 좀 아는 사람

하지만 몸은 늘 그런 식이다. 세포는 계속 죽고 태어난다. 조금씩 편차는 있지만 1초에 380만 개의 세포가 교체된다. 하루에 3300억 개가 교체되고, 한두 해 정도가 지나면 몸 대부분의 세포가 교체된다. 나는 차곡차곡 바꿔온 나의 세포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것들은 결단코 나지만, '나'는 조금씩 바뀌어왔다. 이 '나'는 저 '나'를 향해 착실하게 항해해왔다.
P. 89

 

성큼성큼 책 권하는 일

대 유튜브 시대. 유행도 이슈도 전부 유튜브에서 태어나고 사라지는 시대다. 짧은 편집 호흡과 사이다썰과 영화 줄거리 요약본이 사랑받는 플랫폼에서 책은 그 태생부터가 유튜브와 맞지 않는 퍼즐 조각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먹방, 게임, 테크, 리뷰 등 유튜브에서 많은 호응을 얻는 분야의 다른 채널과는 달리 책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은 ’보여줄 게 없다’는 태생적인 약점을 지닌다.
P. 111

 

커피라는 가짜 버튼

아침에 의식이 돌아왔지만 아직 몸이 잠들어 있는 그때 커피를 생각한다. 기분이 개운해지면서 모든 게 리셋되는 느낌이 든다. 삶에는 리셋 버튼이 없고, 그것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지만, 커피는 매일의 가짜 리셋 버튼이 되어준다.
P. 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