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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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대출목록 - 산책하는 법, 해적의 시대를 건너는 법, 음악소설집
피곤한 몸을 달래기 위해 평소 잘 하지 않던 낮잠을 청했다. 잠에서 깨어나니, 몸도 머리도 여전히 무거운 듯했다. 그대로 소파에 스며들 듯 누워 있다가는 토요일 오후를 전부 허비할 것 같아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마침 도서관에 반납할 책들이 책상 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옷을 주섬주섬 걸쳐 입으며 밖으로 나설 준비를 했다. 낮잠을 자는 사이, 비가 살며시 내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우산을 챙겨 든 손이 참 다행스럽다. 비 내리는 거리를 걷는 발걸음은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다. 머릿속엔 어렴풋이 들었던 다음 주 영하로 떨어질 날씨 소식이 스친다. 어쩌면 이번 주말이 가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다. 가을의 마지막을 함께 할 책 몇 권을 만날 수 ..
2024.11.16 -
오늘의 일기 - 가을 감기
감기가 생각보다 깊이 찾아와 병원을 다녀왔다. 진찰을 마친 의사 선생님은 불쑥 운전을 자주 하냐고 물으셨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운전은 그리 자주 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자, 그러면 조금 졸릴 수 있는 약도 함께 처방해 주겠다고 하셨다. 평소보다 한참 길게 낮잠에 잠겼다가 깨어났을 때, 그 깊은 잠이 처방약 때문인지 감기로 약해진 체력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푹 쉰 덕분인지 컨디션은 한결 나아진 듯했다. 주말 내내 침대에만 머물 것 같아 세수를 마치고 산책을 위해 옷을 챙겨 입었다. 지난주 겨울을 알리던 싸늘한 기운이 한발 물러서고, 코끝에 스치는 가을 내음이 더없이 포근한 하루였다. 이런 날이 조금 더 오래 머물러 주면 좋겠지만, 대한민국의 계절은 여간해서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머지않아 ..
2024.11.10 -
오늘의 일기 - 점심 산책의 소소한 여운
점심 식사 후 마주하는 가로수길은 끊임없이 변하고, 때로는 새로운 얼굴로 다가온다. 좁은 골목길을 누비는 고급차의 굉음, 바퀴 소리와 함께 스쳐 가는 외국인 관광객들, 붕대 사이 작은 틈새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성형수술 회복자들 사이에서도 볼거리는 끝이 없다. 그래서 짧은 15분 산책 속에서도 그 길은 늘 다른 이야기를 속삭인다. 얼마 전 문을 열었던 패션 팝업 스토어가 사라지고, 이제는 맥주 브랜드의 팝업 준비가 한창이다. 쓰러질 듯 낡았던 한식집이 문을 닫자, 한 달도 되지 않아 햄버거 가게의 오픈런을 지켜볼 수 있는 곳—그 곳이 바로 가로수길이다. 오늘은 한적한 골목길에서 무료 포토부스를 발견했다.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가, 높이 솟은 산봉우리, 그리고 단풍으로 물든 가을까지...
2024.11.08 -
오늘의 일기 - 사전투표 미션 완료!
다음 주 본투표를 앞두고 오늘 사전 투표를 마쳤다. 투표소는 생각보다 한산했고, 투표하러 온 사람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이번 투표를 통해서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후보와 지지하는 정당의 정책이 실현될 수 있기를 바라는 표정이었다. 투표를 마치고 가까이에 있는 강변으로 향했다. 2024년 벚꽃이 약 90% 정도 로딩이 완료되었다.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여서 그런지 강변에 벚꽃을 눈으로 즐기며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벚꽃만큼 많은 사람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하기를 기대하면서 봄의 강변을 한 참 걷고 왔다.
2024.04.06 -
오늘의 일기 - 그래 가끔은 옥상으로 올라가자
신사동에 있는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던 때가 생각난다. 낯선 사람들 사이로 보이는 낯선 풍경에 여러 가지 루트로 바꿔가면서 출퇴근했었다. 일부러 멀리 있는 횡단보도로 돌아가기도 하고, 가지 않던 골목길을 들어가 보기도 했다. 그렇게 매번 다른 루트를 찾아가며 걸었던 이유는 생각하고 있는 막힌 문제가 있을 때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매번 그렇지는 않았지만 막혔던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조금 다른 시선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러기를 8개월 신사동에 거의 모든 골목길을 다 돌아본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다른 시선이 필요할 때 사무실 옥상으로 올라가 신사동 건물 숲을 바라본다. 낮은 길을 걸을 때는 볼 수 없었던 건물들의 윗부분도 볼 수 있고, 평소 시선이 가지 않았던 고층 빌..
2024.02.01 -
오늘의 대출 목록 -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첫 문장이 찾아오는 순간,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오늘을 제외하고 앞으로 일요일을 세 번 보내고 나면, 2023년과는 영원히 안녕이다. 이름 봄과 같은 날씨라 가볍게 옷을 입고 산책하러 나갔다. 집을 나설 때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지만,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오늘도 도서관에서 난 운명처럼 몇 권의 책을 만났고, 그중 몇 권의 책을 대출목록에 추가한 다음 가방에 넣고 돌아왔다. 오늘 대출한 책들은 크리스마스이브까지 읽고 곱게 반납해야 한다. 크리스마스이브까지 내 책상과 가방에서 나와 함께 할 친구들을 짧게 소개해 본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류이치 사카모토 坂本龍一, 황국영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3. 올해 초 세계적인 음악가의 죽음에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아쉬워했었다. 류이치 사카모토. 내가 기억하는 ..
2023.12.10 -
오늘의 일기 - 잃어버린 가을을 다시 찾은 날
교과서에 나타난 우리나라에 대한 소개는 항상 이렇게 시작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성 기후의 특징을 지니고…"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교과서에 적혀있었던 이 내용 이제는 바꿔야 할 때라는 걸. 다들 기억하지 않는가. 이제 겨울 코트를 벗어도 되는 건가? 눈치를 보는 사이에 이름만큼 짧은 '봄'은 지나갔고, 여름 반소매를 꺼내 입어야 했던 지난 봄. 시계를 더 뒤로 돌려 지난 여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지 않은가. 이제 아침저녁으로 바람도 시원해지고, 사무실엔 에어컨을 꺼도 될 것 같아. 라고 생각한 바로 다음 주 영하의 날씨를 만나면서 '가을'은 기억에서조차 지워졌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계절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봄과 가을은 극단적인 우리나라의 두 날씨의 완충재 정도로 짧게 존재한..
2023.11.04 -
오늘의 일기 - 점심시간 가로수길을 산책하면...
회사 복지 중의 하나가 1시간 30분의 비교적 여유 있는 점심시간이다. 물론 광고주가 급하게 요청한 작업이 있거나, 중요한 미팅이 잡혀 있다면 그 1시간 30분을 온전히 다 쓸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점심을 먹고 간단히 가로수길 일대를 산책할 수 있는 여유가 되는 시간이다. 성북동, 삼성동, 서울 시청, 서대문, 사당 등에서 근무하면서 점심시간 산책을 즐겼지만, 가로수길만큼 스펙타클한 산책로는 드물다. 일단 다른 지역보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매우 많다. 그 사람들 인종도 다양하다. 코로나로 여행을 빼앗겼다가 다시 찾은 보상 심리인지 어느 때보다 여행객도 많은 것 같다. 큰 캐리어를 하나씩 끌고 다니는 사람도 보이고, 돌아가 친구들에게 선물할 것들을 바리바리 들고 가는 사람도 보..
2023.10.25 -
오늘의 일기 - 가로수길, 산책하기 좋은 도로일까?
늘 그렇듯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모니터를 보고 있어도 답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회사 주변을 산책한다. 주로 점심을 먹고 남는 여유 시간을 이용해서 가로수길을 걷는다. 점심 식사 후 여유 시간을 이용한 산책은 예전부터 즐기긴 했는데 신사동, 가로수길 쪽은 이전의 산책과는 매우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 산책할 때 지나치는 사람들부터 다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 전부 가로수길로 몰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출근 시간, 점심시간, 퇴근 시간 가리지 않고 항상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 중국어도 들리고, 일본어도 자주 들린다. 영어는 기본으로 들리고,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르는 외국어들도 들린다. 주변을 둘러보면 별거 없는 가로수길에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외..
2023.09.19 -
오늘의 일기 - 평범한 하루
오늘도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가족들과 레스토랑에 가서 같이 밥을 먹고 커피숍에 가서 각자 가져간 책을 읽으면서 음료와 케익을 나눠먹었다. 1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쳤다. 그렇게 평범한 일요일 하루를 보냈다.
2023.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