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걷다 서점을 읽다 - 김경일

2024. 11. 17. 18:25BOOK

책상 정리하기,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 만들기, 읽고 싶은 소설 리스트 작성하기, 가고 싶은 맛집 찾기… 시험 기간만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이 끝없이 늘어났다. 반면, 그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간은 늘 모자라기만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시험과는 멀어진 지 오래건만, 요즘 들어 그때와 비슷한 갈증이 다시 찾아왔다. 왜 이리 읽고 싶은 책이 많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넘치는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하고, 내년의 새로운 계획도 고민해야 하는 바쁜 나날인데, 이상하게도 책 한 권 펼칠 여유가 더 간절해진다.

 

지난주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 중 가벼운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책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도쿄의 서점을 직접 다니며 기록한 이야기들. 커다란 질문이나 복잡한 고민 없이도 술술 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으니, 실제로 그랬다. 일본 서점과 책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번 접했지만, 사진 중심이었던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서점을 걸으며 느낀 저자의 사색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외국에 여행을 갈 때마다 그 나라 서점을 꼭 들르는 나에게 익숙하면서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언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림과 레이아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컴퓨터 잡지를 한 권씩 사 오는 나의 습관처럼, 그 순간의 감각만으로도 충분했다.

 

책을 덮고 나니 다음에 일본에 갈 일이 생기면 이 책 속에 등장했던 서점들을 꼭 찾아가 보고 싶어졌다. 그 서점들에서 나만의 작은 보물을 발견할 상상을 하며, 오늘도 책이 쌓인 내 방 한구석을 바라본다. 읽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손에 들 수 있는 건 하나뿐인 이 모순도 괜찮다. 언제나, 책은 거기서 나를 기다려 줄 테니까.

 

도쿄를 걷다 서점을 읽다 - 김경일

 

  • 지은이 : 김경일
  • 제목 : 도쿄를 걷다 서점을 읽다
  • 출판사 : 디앤씨북스
  • 출판 연도 : 2024. 03.
  • 페이지 : 총 259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한 권

지금까지와 다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이도, 치열하게 고민하며 새로운 세상에 맞서는 이도 있지만, 그 모습과 상관없이 소멸을 향해 나아가는 시장에서 버겁게 버티는 일은 모두 앞에 놓인 숙제였다.

그래도 나는 아무 의문도 갖지 않았고, 걱정도 하지 않았다. 그저 느긋한 마음으로 그들의 하루하루에서 아름다운 장면만 꺼내 읽었다.

어쨌거나 그들은 가장 좋아하는 책 한 권쯤 가슴에 담고, 서점을 찾는 이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거나, 안부를 묻기도 하고 서로의 책을 내놓고 감상을 이야기하며 일상을 공유하는 따뜻한 삶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P.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