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21. 22:55ㆍBOOK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움으로 늘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주변에 있는가? 난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적이 없어서 그렇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 하는 입장이 되어 본 적이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들을 기르는 부모의 입장을 짧게 경험할 수 있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인기를 끌고 있을 때도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부모들은 100% 공감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에 동화되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들을 키우는 입장이 되어봤지만, 일주일짜리 체험이 얼마나 깊이가 있었을까.
실제로 작가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그중 한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아이가 마인크래프트란 게임을 하면서, 새로운 것을 꿈꾸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모습을 보면서 작가의 첫 소설이 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소설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샘'의 엄마가 한 말을 샘이 다시 옮기는 장면에서 가장 큰 감정의 동요를 느꼈다.
❝ 인생은 모험이래요, 산책이 아니라. 그래서 그렇게 힘든 거래요. ❞
어쩌면 누구나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자기만의 세상이 행복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 다른 사람의 시선에선 산책으로 보일지 몰라도, 각자 자신의 모험을 버텨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포일지 모르겠지만, 소설의 마지막은 작가가 쓸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다해서 등장인물 모두가 행복한 결말로 끝을 내고 있다. 500 페이지가 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긍정적인 기운이 조금씩 차오르는 걸 느낀 건 그런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 지은이 : 키스 스튜어트 Keith Stuart
- 제목 : 소년의 블록 A Boy Made of Blocks
- 번역 : 권가비
- 출판사 : 달의시간
- 출판 연도 : 2020. 03.
- 페이지 : 총 551면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좀 더 분명해졌다. 마치 낯선 풍경 속으로 밝은 햇살이 비쳐든 것 같았다. 아이는 골칫거리가 아니었다. 똑똑했다. 어여쁜 내 아들. 아이는 유쾌하고 영리했으며 호기심이 왕성해서 사물들을 이상하지만 뛰어난 방식으로 연결지었다. 아이의 상상력은 이 뒤죽박죽 소음에서도 어떤 의미를 구축해 낼 수 있는 거대한 용광로였다. 나는 그걸 왜 몰랐을까? 가장 속상한 점 은 내가 이 모든 걸 이해하기까지 무척 고생을 한 데 반해, 올리비아나 타비타처럼 영리한 아이들은 한눈에 알아봤다는 점이다. 나는 그동안 줄곧, 자기만의 세계에 고집스레 갇혀 지낸 건 샘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작 그랬던 건 나였다.
P. 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