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트렌드 - 정유라
2024. 11. 4. 23:17ㆍBOOK
대학에서 전공 서적에 적혀있는 내용으로 평생을 먹고사는 사람도 있겠지. 어문법이란 게 자주 바뀌는 게 아니고, 학문의 새로운 공식이 계절 돌아올 때마다 발견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평생을 같은 언어를 쓰면서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 콘텐츠를 고민하고 기획하고 제작하는 마케터는 아마도 그럴 수 있는 직업의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매년 ‘트렌드 코리아 20XX’라고 붙어있는 책이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유행하는 언어의 배경을 찾고, 시의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게 다양한 활용법을 익히는 게 직업상 습관처럼 굳어졌다. 새로운 밈 Meme과 유행하는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 구독하고 있는 트렌드 관련 뉴스레터만 양손으로 꼽을 만큼 늘었다.
정유라 작가의 ‘말의 트렌드’란 이 책에 끌린 이유도 어쩌면 직업적 습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말의 감각을 최신 버전에 동기화하기 위해서 집어 든 이 책을 읽으면서 기대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MZ의 언어 습관을 따라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들이 말하려는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MZ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 한권으로 최신 유행을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이 나온 지도 벌써 2년. 지금도 우리들 사이에서 언어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진화하면서 때로는 사멸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 지은이 : 정유라
- 제목 : 말의 트렌드
- 출판사 : 인풀루엔셜
- 출판 연도 : 2022. 11.
- 페이지 : 총 339면
언어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언어를 사용하다가는 체하기 쉽다. 나만 탈이 나면 병원에 가면 그만이지만, 내가 뱉은 말로 타인을 상처 입혔다가는 법정에 가야 할지도 모르는 시대가 되었다.
감수성의 시대에 어휘력’을 키운다는 것은 단지 신조어 퀴즈에 나올 법한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일이 아니라, ’할 말’과 ’안 할 말’을 제대로 구별할 줄 아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 말 이 뭐가 문제지?”, "왜 저런 말을 하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구해보자. 더 이상 무지로 인한 말실수로 타인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서, 내 목소리에 망설임보다 자신감을 싣기 위해서는 이 시대의 언어를 공부해야 한다.
P. 13
시대를 읽는 키, 지금은 밈해력의 시대
하버드 대학교의 영문학 교수인 마틴 푸크너 Martin Puchner는 저서 《글이 만든 세계》에서 “문학은 스토리텔링이 글쓰기와 교차했을 때 비로소 탄생했다”라고 말했다. 이 시대의 콘텐츠는 스토리텔링이 밈과 교차했을 때 비로소 탄생한다. 잘나가는 콘텐츠의 생명력은 밈의 시의적절한 사용에 있는데, 스토리텔링의 맥락을 밈이 잘 살릴 수 있어야 한다. 유튜브 썸네일에 들어갈 유명한 밈 문구, 편집 효과나 자막으로 추가할 밈 등이 이야기의 맥락을 해치지 않으면서 콘텐츠에 활기를 불어넣었는지 여부가 ’요즘 콘텐츠’의 성공 요건이다.
P. 71
인생샷이 바꾼 여행 풍경
나는 소유, 체험, 행위 중 무엇을 인증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어떤 것을 인증하며 살아가고 싶은가? 요리하는 자아, 옷 잘 입는 자아, 예쁜 가방을 지닌 자아여도 좋고 매일 새 벽 6시에 일어나 원서를 읽는 자아, 매일 30분씩 조깅하는 자아, 매일 모닝 페이지를 쓰는 자아여도 좋다. 내가 인증하는 것이 나를 보여주고, 이 사회에서 가장 많이 인증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보여준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P.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