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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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AI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은 것들
언제부터였을까. 채팅창에 몇 마디 말을 건네면, 다정하고 명쾌한 문장들이 단 몇 초 만에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 채팅창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고맙고 편리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대화의 끝에서 문득, 마음 한구석에 텅 빈 공간을 마주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인공지능(AI)이 일상에서 친구처럼 스며들면서, 우리는 참 다양한 선물을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 인간다운 온기를 지닌 소중한 영역들을 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업무의 효율을 넘어, 우리의 생각과 마음, 그리고 작은 창작의 즐거움까지 말이다. 생각의 여정이 주던 즐거움ChatGPT를 만나기 전, 우리는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기꺼이 손품을 팔았다. 수많은 책장을 넘기며 필요한 정..
2026.07.06 -
2026년 상반기 회고 — 생각지 못한 순간, 변화의 바람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2026년 상반기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예상치 못했던 수많은 변화를 한꺼번에 겪다 보니, 마치 시속 300km로 질주하는 레이싱카에 올라탄 기분이다. 이 빠른 속도감에 멀미를 느끼기 전에, 잠시 숨을 고르며 지난 시간을 짧게나마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다. 업무의 변화2025년 가을부터 프리랜서로 참여하던 프로젝트를 지난 3월에 마침내 마무리했다. 3월 말 즈음 이력서를 제출했고,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면접을 본 뒤 그다음 주부터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그동안은 광고주의 업무를 대행하며 성장해 왔는데, 이번에는 회사의 자체 서비스와 함께 커나가야 하는 인하우스(In-house) 환경에 입사하게 되었다. 조금은 결이 다른 도전이다.가장 큰 변화는 사무실 풍경이다. 외국인 ..
2026.06.30 -
내 몸뚱이가 고금리 이자를 요구할 때
요 며칠 몸이 무겁다. 가슴이 답답하고 점심을 먹어도 소화가 잘 안되는 느낌이다. 덜컥 겁이 나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보니, 몸 구석구석이 뻐근한 게 아무래도 근육통 같다.범인은 멀리 있지 않았다. 최근 물러 터진 몸을 구해보겠다고 아침저녁으로 시작한 푸쉬업 10개(오랜만에 하면 절대 가볍지 않다). 푸쉬업으로 뭉친 근육을 풀겠다며 미련하게 푸쉬업을 더 얹어 부지런히 근육을 괴롭힌 대가였다. 떨어진 체력을 키우려는데 체력이 달려서 힘들고, 없는 근육에 근육통이라니. 평소에 저축을 안 해뒀더니 근육통도 이자를 두둑이 붙여서 찾아오나 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내 몸뚱이마저 고금리 이자를 요구할 줄이야. 오늘 저녁엔 푸쉬업을 쉬어야겠다.
2026.06.10 -
한정판 산책의 시즌 즐기기
주말 이틀 동안 기록한 평균 걸음 수 1만 5천 보. 이쯤 되면 산책이 아니라, 한창 열기가 뜨거운 지방선거 캠페인에 자원봉사자로 동원되었던 게 아닐까 싶다. 기호 0번 '산책당'을 외치며 동네를 누빈 기분이다.요즘 날씨는 플러팅 천재가 틀림없다. 햇볕은 "곧 여름이다. 준비해!"라고 경고를 날리고 있지만, 창문 너머로 훅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도저히 집구석에 발을 묶어둘 수가 없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지금만 누릴 수 있는 '한정판 산책의 시즌'을 포기할 수 없게 된다. 아침 : 가볍게 밥 먹었으니, 소화를 위해 커피를 사러 가볼까? 하면서 1시간 산책오후 : 빈 반찬통 반납하러 부모님 댁에 가면서 또 1시간 산책저녁 : 이른 식사를 마쳤는데 아직도 밖이 환하길래, 입가심용 아이스크림 하나..
2026.06.01 -
재취업 한 달 회고
재취업의 문을 넘은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마침내 이번 주, 통장에 '첫 급여'라는 이름의 고귀한 숫자가 찍힌다.지난 4주간 내 영혼을 갈아 넣은 업무 리스트를 보니, 거의 홍길동급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다.운영 중인 서비스 현미경 분석동료들의 숨은 능력치 및 개별 업무 파악기존 운영 서버 종료에 따른 리스크 방어공문서 서류 압박을 이겨낸 서비스 인증 절차 완료사내 메일 시스템 대공사 ( cafe24 Webmail → Google Workspace )신규 프로덕트 기획 및 무한 협의 회의... (이하 생략) 하지만, 이 모든 업무를 제치고 찾아온 최종 보스급 챌린지가 있었으니, 바로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100% 영어'라는 점이다.시작은 면접 전날 받은 청천벽력 같은 안내였다.❝ 내일 면접은 ..
2026.05.14 -
오후 3시, 탕비실에서 마주친 뜻밖의 생기
5층에 있는 사무실 탕비실 창가에 서면 옆 건물 3층의 직장 어린이집이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무채색 책상들만 가득한 여느 사무실 풍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어린이집은 조명부터 훨씬 밝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가구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반쯤 내려진 블라인드 사이로 슬리퍼를 끌며 바삐 움직이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보이는 다른 층과는 다르게, 3층 어린이집은 블라인드 없는 넓은 통창이 매력적이다. 창문마다 정성껏 붙여놓은 종이 캐릭터들 사이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며 아이들이 등장한다. 창 이쪽에서 나타났다가 저쪽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 뒷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업무 중 잠시 짬을 내어 들른 탕비실.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이는 동안, 아이들의 밝은 에너지가 마음..
2026.04.20 -
지난 주말 서가에서 빌려온 생각들 - 무조건 팔리는 심리 마케팅 기술, 직관과 객관
2월 중순, 큰 프로젝트 하나를 무사히 마쳤다. 휴식과 함께 생각을 정리하려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설부터 작가의 삶이 녹아있는 에세이, 최신 트렌드를 담은 실용서까지 손에 잡히는 대로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사회생활 시작 이래 줄곧 광고 대행사에서 대기업 콘텐츠 마케팅을 담당해 왔는데, 이번 4월부터는 미디어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다시 출퇴근하게 되면서 평일에 누리던 도서관 나들이도 이제는 주말로 미뤄야 한다. 무조건 팔리는 심리 마케팅 기술, 사카이 도시오 지음, 최지현 옮김, 동양북스, 2023.마케터로 일하며 수없이 많은 제안을 하고, 그만큼 많은 거절을 경험했다. 성과가 좋았던 제안을 복기해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심리학적 마케팅 기술이 녹아든 경우가 많았다. ..
2026.04.13 -
한줄일기 세 번째 생일 (그리고 도메인 1년 연장)
한줄일기가 세 번째 생일을 맞았다. 선물, 케이크, 축하카드… 생일을 맞이한 한줄일기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런 것들이 아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그 이후로도 계속 생일을 이어갈 수 있게 하려면 결국 하나다. 1jul.com 도메인을 연장해 주는 것.그런데 이 간단하지만 꽤 중요한 이벤트를 도메인이 만료되기 하루 전날까지 미루고 또 미뤘다. 최근 환율이 올라 도메인 연장 비용도 덩달아 올랐고, 1jul.com을 포함해 연장해야 할 도메인이 몇 개 더 있다 보니 생각보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com 도메인 하나 연장 비용이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 케이크 한 조각 정도이긴 하지만 말이다.어쨌든 도메인은 무사히 연장됐다. 덕분에 한줄일기는 또 한 번 생일을 맞이할 수 있는 시간을 ..
2026.03.04 -
주방에 들어온 작은 사치 - 네스프레소 버츄오 플러스 크롬 에디션
생각지도 못한 선물은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됐다.“혹시 집에 커피 머신 있어?”“아뇨.”“경품으로 받았는데, 우리 집엔 이미 있거든. 잘 안 쓰기도 하고. 필요하면 가져갈래?”전화를 끊자마자 창고 깊숙이 잠들어 있는 캡슐 커피 머신이 떠올랐다. 예전에 행사 참석 선물로 받았던 모델이다. 한동안은 제법 잘 썼다. 문제는 물통에 금이 가면서부터였다. 한 잔 이상 물을 채우면 새어나오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은퇴'를 결정하고 창고에 넣어두었다. 언젠가 다시 쓰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새 커피 머신 이야기에 가족들은 벌써 설레기 시작했다. 모델도 모르고, 사진도 없는데 부엌 어디에 둘지부터 회의를 열었다. 마치 아직 오지도 않은 가전제품의 입주 설명회 같았다.선배 집으로 가는 길에도 은근히 기대가 됐다. 어떤 모..
2026.03.03 -
제로 클릭 시대에도 블로그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
궁금증이 생기면 키워드를 다듬어 검색창에 넣고, 수많은 링크를 오가며 답을 찾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답이 먼저 나온다. 검색의 시대를 지나, 우리는 '제로 클릭 시대'에 도달했다.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왜 아직도 개인 블로그를 해? ❞검색 유입이 줄어들면서 방문자 수와 조회수는 예전만 못하다. 한때 블로그의 권력자였던 숫자들은 이제 조용히 뒷줄로 물러났다. 광고 코드를 심어 수익을 기대하던 블로거들에겐 분명 타격일지도 모른다. 반면, 지저분한 광고가 싫어서 광고 없는 깨끗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나는 오히려 고민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왜 아직도 블로그를 쓰고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AI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플랫폼이 블로그가 아닐까 싶다. 클릭이 줄고, 방..
2026.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