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 요시타케 신스케

2023. 11. 28. 23:25BOOK

‘이 일을 너무 오래한건가?’ 요즘 그런 생각을 자주 하는 날 발견한다.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정확하게는 후배들)과의 나이 차이를 생각하거나,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해야 할 때, 그런 생각을 더 하는 것 같다.

 

동료들과 비교하면 업무량이 적고, 외부 커뮤니케이션이 적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없이 바쁘게 일을 쳐내야 하고, 쏟아지는 고객의 요청에 응대해야 했던 예전을 생각하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 건 연말이 되고, 또 나이를 먹는다는 심리적인 압박(?)도 한몫을 하는 것 같다. 이럴 때 읽기 딱 좋은 책 한 권.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는 특유의 친근한 그림에 많은 생각을 응축해서 담아내는 게 특기란 생각이 든다. 지난번 소개했던 '있으려나 서점'이 그런 작가의 특징을 가장 잘 담아낸 그림책이었다면, 오늘 소개하는 이 책은 작가의 발상법과 일상을 대하는 태도를 글로 만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복잡한 내 머릿속에 작가의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와 잡탕 찌개 같은 엉뚱한 상상으로 확장되는 걸 느꼈다. 물론 그런 엉뚱한 상상을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처럼 잘 풀어낼 능력도 없지만 말이다.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 요시타케 신스케

 

  • 지은이 : 요시타케 신스케 ヨシタケシンスケ
  • 옮긴이 : 고향옥
  • 제목 :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 思わず考えちゃう
  • 출판사 : 온다
  • 출판 연도 : 2020. 12.
  • 페이지 : 총 159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위로가 되었던 몇 구절을 옮겨 보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경험이 쌓이자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더군요. 앞으로는 저건 무리일 테고, 이것도 못 하겠군. 그렇다면 난 결국 저것과 저것밖에 못 한다는 거잖아. 그럼 이것과 이것만 하면 된다는 거네. 그렇게 생각하자 엄청 위안이 됐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행복이란, 선택지를 강제로 줄이는 것이었어요. 이것과 이것은 더는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저것도 못 하니까요.

이건 무리다 싶고,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 때.
난 이것과 이것만 할 수 있는 것으로도 괜찮아, 라는 생각에 이르렀을 때. 그제야 굉장히 행복해졌습니다.

뭐든 할 수 있는 젊은 시절의 원동력은 활력이나 생명력일 텐데요. 그것이 의욕으로 이어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반대로 뭐든 할 수 있는 상태, 즉 가능성이 너무 많은 상태가 왠지 모르게 두려웠습니다.
P. 112 - 113

 

내가 하는 것, 선택하는 것, 보는 것, 듣는 것, 몸에서 일어나는 것, 이 모든 걸 '복권을 사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현재의 상황들이 장차 다른 어떤 큰 무엇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P. 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