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일기(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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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클릭 시대에도 블로그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
궁금증이 생기면 키워드를 다듬어 검색창에 넣고, 수많은 링크를 오가며 답을 찾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답이 먼저 나온다. 검색의 시대를 지나, 우리는 '제로 클릭 시대'에 도달했다.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따라온다.❝ 왜 아직도 개인 블로그를 해? ❞검색 유입이 줄어들면서 방문자 수와 조회수는 예전만 못하다. 한때 블로그의 권력자였던 숫자들은 이제 조용히 뒷줄로 물러났다. 광고 코드를 심어 수익을 기대하던 블로거들에겐 분명 타격일지도 모른다. 반면, 지저분한 광고가 싫어서 광고 없는 깨끗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나는 오히려 고민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왜 아직도 블로그를 쓰고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AI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플랫폼이 블로그가 아닐까 싶다. 클릭이 줄고, 방..
2026.02.12 -
일에 마음 없는 일 - 김지원
난 뉴스레터를 좋아한다. 이메일이라는 다소 고전적인 플랫폼이라는 점, 메일 주소 하나만 있으면 국경도 알고리즘도 없이 누구나 구독할 수 있다는 점이 요즘 유행하는 소셜 미디어보다 뉴스레터를 더 좋아하게 만든다.국내외 문화, 기술, 디자인, 커머스까지—수백 종의 뉴스레터를 구독 중이고, 수신된 메일은 주제별로 Gmail 필터를 통해 정리해두고 있다. 아침에 컴퓨터 모니터를 켜면 가장 먼저 메일함을 연다. 주제별로 선별되어 도착한 뉴스레터를 읽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게 나만의 루틴이 되었다.이렇게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읽는 건 좋아했지만, 직접 운영해 볼 생각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해 플랫폼을 통해 전달한다는 점에서 블로그와 뉴스레터는 닮아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도 분명했기 때문이..
2026.02.10 -
2026년 신년 계획 베타 테스트 기간 종료
제야의 종소리가 울린 게 엊그제 같은데, 2026년이 밝은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올해는 다르다"를 외치며 세웠던 신년 계획들을 이제 슬쩍 다시 들여다볼 시간이다. 사실 큰 계획이라는 게 그렇다. 테스트 기간을 거치며 실행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따져보고, 슬그머니 사양 조정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한 해짜리 인생 계획을 한 번에 완벽하게 세우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혹시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아서 벌써부터 체력이 방전된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작심삼일이라고 민망해하며 조용히 계획을 폐기 처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 1월 한 달, 그걸 그냥 '베타 테스트 기간' 이었다고 우겨보는 건 어떨까. 사용해 보니 불편했던 기능은 빼고, 나랑 잘 맞는 기능만 남겨서 현실적인 버전으로 업데이트..
2026.02.01 -
일놀놀일 - 김규림, 이승희
책 커버에 아주 작은 글씨로 아래와 같은 부제가 적혀 있었지만, 부제를 읽기도 전에 '일놀놀일'이 어떤 의미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 일하듯이 놀고, 놀듯이 일하는 마케터의 경계 허물기 ❜ 그림을 그리며 생각을 풀어내는 '김규림(뀰)'과, 마케팅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발행해 온 '이승희(숭)'. 두 작가는 '일하듯이 놀고 놀듯이 일하는' 태도를 바탕으로 같은 주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한 사람은 그림으로, 한 사람은 글로 생각을 정리하며 서로 다른 표현 방식이 한 권의 책 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김규림 작가만의 독특한 그림체는 한 번 보면 이름보다 먼저 떠오를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다. 마케터로 여러 권의 책을 낸 이승희 작가 역시 '숭'이라는 짧은 이름만으로도 자신의 색을 분명하게..
2026.01.27 -
6년 만에 알게 된 아파트 층간 소음의 비밀
6년 전, 새로 분양받아 이사 온 이 브랜드 아파트는 이전에 살던 집과 달리 층간 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적어도 한 달 전까지는 그렇게 믿으며 6년을 살았다. 바로 위층에 살던 노부부가 이사를 나갔고, 인테리어 공사가 끝난 뒤 얼마 전 새로운 가족이 들어왔다. 그 순간부터 ‘층간 소음은 걱정 없는 아파트’라는 나의 믿음은 완전히 바뀌었다. 입주한 지 6년밖에 되지 않은 새 아파트라 해도, 소음을 완전히 막아 주지는 못했다. 우리 집이 조용했던 이유는 구조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더 정확히는 위층 노부부의 배려가 조용한 아파트의 비밀이었다. 새로 이사 온 집에는 미취학 아동이 둘 있는데, 아이들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집 안에서의 이동 경로가 그려질 정도다. 오늘따라 이사를 떠난 위층의 노부부가 더..
2026.01.12 -
과학산문 - 김상욱, 심채경
이 책은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님과 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행상탐사센터장님 두 분이 일상의 주제로 과학을 이야기하고, 과학을 주제로 일상을 이야기하는 편지 형식의 에세이를 묶어 놓은 책이다. 읽는 내내 나는 두 사람의 편지를 숨은참조로 조용히 받아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TV를 통해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알쓸신잡을 재미있게 시청했던 사람, 그중에서도 두 과학자의 주제를 벗어날 듯하면서도 사람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즐겼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지은이 : 김상욱, 심채경제목 : 과학산문출판사 : 복복서가출판 연도 : 2025. 09.페이지 : 총 312면 깜빡이 소리를 좋아합니다. 정확히 ..
2026.01.11 -
오늘의 일기 - 2026년 새해 첫날의 기록
주말에도 보통 6시 반이면 일어나는 내가, 오늘 아침엔 평소보다 두 시간쯤 늦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날은 유난히 추웠고, 특별한 계획도 없는 새해 첫날이었다.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였다. 며칠 전 선물 받은 떡국떡으로 끓인 떡국을 가족들과 나눠 먹었다. 촉촉한 떡의 식감이 오래 남았다. 오랜만에 러닝 타임이 두 시간을 넘는 영화를 끝까지 보며, 하루를 서두르지 않고 흘려보냈다. 저녁이 깊어질 즈음, 평소처럼 세면과 양치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다. 그때 문득, 새해의 첫날이라면 이대로 보내기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말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가운데 『아무튼, 인터뷰』를 집어 들었다. 그렇게 삼분의 일쯤을 단숨에 읽었다. 공식적인 2026년의 첫 독서 기록을 남겼다..
2026.01.01 -
한줄일기, 2025년 마지막 일기
2025년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특별한 하루를 보내려고 하지는 않았다. 매일의 루틴을 크게 깨지 않는 선에서 한 해를 차분히 정리하고 있다. 오전 6시 30분에 기상했다. 전날 저녁에 끓여 두었던 보리차를 한 잔 마시며 아직 덜 깬 몸속을 깨웠다. 그래도 잠이 덜 깬 구석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따뜻한 아침 샤워로 완전히 몸을 일으켰다. 시리얼로 가볍게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바닥에 쌓인 먼지를 쓸었다. 스틱 커피 포장에 적혀 있는 추천 용량보다 물을 두 배로 넣어 연하게 탄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밤사이 업데이트된 새로운 소식들을 뉴스레터로 확인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은 무려 175권이었다. (물론 175권 모두를 읽었다는 뜻은 아니다.) 몇 차례 연체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2025.12.31 -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 호모 브레인리스 - 안광섭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누구나 마법 지팡이를 가진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이 마법 지팡이를 제대로 쓸 수 있는 능력자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나 역시도 그렇다. 디즈니 영화 Fantasia의 '마법사의 제자'속 미키처럼, 누군가 만들어 둔 재미있어 보이는 마법 주문(prompt)을 따라 써 보는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 간단한 프롬프트 한 줄이면 그럴듯해 보이는 글 한 편이 뚝딱 만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정작 일기 한 줄을 쓰는 일조차 예전처럼 쉽지 않게 느껴졌다. 올 한 해 '한줄일기'가 뜸했던 이유를 죄 없는 AI에게 핑계 삼아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AI 시대에 항상 고민이었던 질문인 'AI와 어떻게 함께 생각하고 협업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는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
2025.12.30 -
오늘의 대출 목록 -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연말이 다가오면서 기온은 조금씩 떨어지고, 어느새 겨울의 한가운데로 들어서고 있다. 통풍이 잘되는 여름용 운동화를 신고 나오면 발이 시려, 도서관으로 가는 걸음이 자연스럽게 빨라진다. 하지만 아직 두꺼운 겨울용 운동화는 답답하다. 지난번 대출 도서를 반납하고 신간 도서 쪽을 두리번거리다가 마음에 드는 몇 권의 책을 리스트에 올렸다. 가방을 가져오지 않은 탓에,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고 팔 안쪽에 끼워 들 수 있을 만큼의 책만 대출해 가기로 했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김병수 지음, 휴머니스트, 2025.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부제가 적혀 있었다. '5년간 9개국 300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깨달은 차별 없는 디자인 사고법'. 나이 드는 걸 실감하게 된 건, 30년 가까이 큰 변화가 없던 시력에 노안이..
2025.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