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일기(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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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릭- 거기 누구세요?
띠리릭- 누군가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가 났다. '올 사람이 없는데...'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다시 띠리릭- 빠르게 현관을 살폈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러고도 간헐적으로 도어락은 소리를 냈다. 띠리릭- 띠리릭- 누군가 우리집 도어락에 장난을 치는 건가 생각을 했다. 그러다 도어락 고장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도어락 제조 업체에 전화를 걸어서 증상을 문의했다. "배터리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니실까요? 새 알카라인 건전지로 바꿔 보셨어요?" "네, 새 배터리로 교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그럼, 다른 가능성으로 겨울철 온도 차로 인해 도어락에 결로가 생긴 경우 그럴 수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간단한 수리는 출장비 정도만 받고 수리가 가능하지만, 최악의 경우 도어락을 통째로 교체해야 해서 17만 원..
2023.03.14 -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도우리
주변에 도파민 중독 요소가 넘쳐난다. 그리고 그런 유혹에 매우 약한 사람이 바로 나. SNS, 스마트폰, TV, 맥주... 이런 사회 현상을 잘 정리해 둔 한 권의 책. 재미있는 표현이 많아서 책에 꽤 많은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읽었다. 지은이 : 도우리 제목 :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출판사 : 한겨레출판 출판 연도 : 2022. 10. 페이지 : 총 232면 읽으면서 특히 재미있었던 일부분을 가져와 본다. 진짜 커피와 가짜 커피 나는 커피 애호가인데, 마시는 대부분은 가짜 커피다. 트위터 밈에 따르면 가짜 커피란 살기 위해 포션처럼 마시는 커피이고, 진짜 커피란 날씨 좋은 날 회사나 학교가 아닌 진짜 카페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오로지 커피와 디저트를 먹을 대만 존재하는 커피를 말한다. 가짜 커피의 대..
2023.03.13 -
나쁜 날씨는 없다. 옷을 잘못 입었을 뿐...
밤사이 비가 내렸고, 어제 여름이었던 계절은 다시 이른 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날씨였다. 어제 날씨 고려해서 입고 나왔는데, 다시 돌아갈까 하는 후회가 살짝 들 정도로 쌀쌀해졌다. 평소보다 더 빠른 발걸음으로 체온을 올리면서, 박진배 작가의 '공간미식가'란 책에서 읽었던 영국 날씨이야기가 떠올렸다. 알려진 것처럼 영국의 날씨는 우중충하고 비도 자주 온다. 산책길은 항상 축축하게 젖어있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다. “나쁜 날씨는 없다. 옷을 잘못 입었을 뿐이다”라는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 (William Wordsworth)의 말처럼 그저 옷을 챙겨 입고 장화를 신으면 된다. 공간미식가 - P. 22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날씨도 금방 지나고, 조만간 여름 반 소매 옷을 꺼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2023.03.12 -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 김민철
코로나가 일상을 덮친 지 3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여행이 갑자기 마려워졌다. 김민철 작가님의 이 책은 여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위로를 준다. 하지만 동시에 더욱더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김민철 작가는 각 챕터마다 다른 여행지에서 가족, 친구, 여행지에서 친절을 보여준 현지인, 그리고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각 챕터를 꾸미고 있다. 편지 형식으로 전하는 덕분에 술술 읽히며 책장 넘기는 속도가 빨랐다. 지은이 : 김민철 제목 :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출판사 : 미디어창비 출판 연도 : 2021. 04. 페이지 : 총 335면 프롤로그부터 훔치고 싶었던 문장들과 여행 사진들이 가득한 책이었다. 아래는 그중 가장 멋졌던 부분이다. P. 12 프롤로그 중 어..
2023.03.11 -
가출한 에어팟을 찾습니다
이틀 째 되는 날이었다. 아이패드를 들이면서 함께 따라온 3세대 에어팟이 가출한 것은. 급하게 준비하고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스테레오로 들려야 할 음악이 왼쪽만 들리는 것이었다. 왔던 길을 돌아가며 꼼꼼히 살폈지만 길에는 에어팟처럼 보이는 담배꽁초들 뿐이었다. (꽁초를 왜 길에다 버리는 거지?) 그러고 한 달. 가출한 에어팟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계속 왼쪽 귀로만 음악을 들어야 하나? 아니면 다시 줄 이어폰으로 돌아갈까? 이 포스트를 본다면 빨리 돌아와 줘.
2023.03.10 -
같은 일본 다른 일본 - 글 김경화 / 일러스트 김일영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삼일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협력 파트너'라 칭하고, 천안의 한 목사는 일본이 좋다며 삼일절에 일장기를 아파트 베란다에 걸었다. 제때 끝내지 못한 숙제가 무거운 과제가 되어 아직까지 전 국민을 피곤하게 만드는 2023년의 삼일절에 일본에 관한 책으로 이 녀석을 골랐다. '같은 일본 다른 일본'에서는 미디어 인류학자로 오랜 시간 일본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온 작가의 일본 사회, 문화, 그리고 미디어에 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있었던 부분은 우리나라에서 삐삐로 일본에선 포케베루(Pocket Bell의 일본식 표현) 무선 호출기(Pager)에 관한 부분이다. 비슷하게 시작된 무선 호출기 서비스에서 숫자를 암호(ex. 1010235:열렬히 사모)처럼 쓰던 초기 서비..
2023.03.09 -
하루에 커피는 두 잔까지
불면증으로 고생했던 때를 생각하면, 하루 종일 머리가 띵했던 그때가 생각나 아직도 가슴이 답답하다. 불면증으로 머리가 띵할 때면 습관적으로 커피를 찾았다. 불면증의 원인이 커피는 아니었지만, 보리차처럼 습관적으로 많이 마신 커피가 몸에 좋을 리 없었다. 공복에 마신 커피는 위산 과다 분비로 소화 장애를 가져왔고, 소화 장애로 쉬이 잠들지 못하는 날이 늘어나면서 불면증도 심각해졌다. 요즘은 커피를 하루 두 잔까지만 허락하고 있다. 오전에 한 잔, 오후에 또 한 잔.
2023.03.08 -
기이현상청 사건일지 - 이산화
독특한 제목에 끌려서 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읽는 내내 한국판 MIB(Men in Black)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리 주변에 살아가는 외계인들을 일반인들을 알지 못하게 지켜보는 비밀 조직 MIB와는 다르게, 이 사건일지의 화자는 기이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이 현상청'이란 국가 기관에 소속된 공무원으로 외부 하도급 업체와 협력해서 가능한 조용하게 기이 현상들을 조사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지금 하는 일이 지루한 사람이 있다면, 이 상상력 넘치는 공무원의 세계로 이직을 추천해 주고 싶다. 난 아님. 지은이 : 이산화 제목 : 기이현상청 사건일지 출판사 : 안전가옥 출판 연도 : 2022. 04. 페이지 : 총 290면
2023.03.07 -
요즘 나의 리츄얼 - 3km 걷기
누워 있으면 수용성 우울증은 허벅지부터 어깨를 지나 머리까지 쉽게 퍼진다고 믿는다. 조금씩 몸을 움직이면서 우울증을 발아래 묶어 두려고 노력 중이다. 힘든 발걸음이라도 옮기려고 약 3km 산책 코스를 개발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조금씩 경로가 바뀌긴 해도 매일 지나는 거리에서 계절의 변화를 눈치챌 수 있게 되었다.
2023.03.06 -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 조해진
조용히 집에서 책 한 권 읽으면서 주말을 보냈다. 소설 속에서 조해진 작가님이 초대한 '미지의 공간'으로 순간 이동이라도 할 것 같아 현관을 나가지도 못했다. 아래는 책에서 꼽은 한 문단. 우리에게 허락된 가장 먼 미래. 그때 우리의 모습을 그는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그렇듯. 그때가 오면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설혹 다시 만난다 해도, 만나기 전까지 보고 싶고 감각하고 싶고 사랑을 나누고 싶었던 순간들을 욕망 상태로만 머물다가 사라진 후일 테니, 그 미래의 만남은 지나간 시간의 절박함을 보상해줄 수는 없을 터였다. P. 131 지은이 : 조해진 그린이 : 곽지선 제목 :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출판사 : 마음산책 출판 연도 : 2022. 01. 페이지 : 총 216면
2023.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