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일기(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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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 - 이정동
요즘 어디를 가나, 누구를 만나나 결국 대화의 끝은 '인공지능(AI)'으로 수렴한다. AI의 무시무시한 진화 속도에 등 뒤가 서늘해지는 '파멸론자'부터, 테크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낙관론자'까지 매일이 의견 분분한 난장판이다. 빛의 속도로 바뀌는 세상에서 '대체 나는 이 AI를 어떻게 써먹어야 하나?' 머리를 싸매던 중, 운명처럼 이 책을 만났다.사실 초판 발행일이 2024년 9월이라,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테크 판에서 너무 구석기 시대 얘기 아닌가?'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웬걸. 2026년 지금 우리가 밤잠 설치며 하는 고민이나, 2년 전 저자가 던진 질문이나 소름 돋게 똑같다. 기술은 변해도 본질은 안 변한다는 뜻일 것이다.무엇보다 이 책, 무척 친절하다. 딱딱한 테크 이론 대신..
2026.08.08 -
폭염중대경보가 내린 수도권 직장인의 출근길
유난히 더운 밤이었다. 침대 커버와 내 등짝 사이에서 티셔츠가 축축하게 젖어 있다. 밤새 흘린 땀 때문에 물부터 한 컵 마시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다. 더위 탓에 잠을 설친 데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바람에 출근 준비는 시작부터 쫓긴다. 그래도 밤새 흘린 땀을 씻어내지 않고서는 하루를 시작할 수 없을 것 같다.면도를 마치고 샤워기를 틀었지만, 한참 동안은 지난밤의 열대야를 그대로 품은 듯한 미지근한 물만 나온다. 겨우 시원한 물이 나오기 시작해 가볍게 샤워를 마쳤더니 몸은 한결 개운해졌다. '이 정도면 상쾌하게 출근할 수 있겠는데?'라는 기대도 잠시. 선풍기 앞에서 셔츠를 입는 사이 다시 등에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오늘도 쉽지 않은 하루가 될 것 같다. 현관문을 나서 채 열 걸음도 걷지 않았는데 차..
2026.08.04 -
한줄일기 초심 찾기, 그리고 네이버와의 밀당
별일 없이 스쳐 지나가는 하루를 딱 한 줄로 붙잡아두고 싶어서 시작한 블로그였다. 그래서 이름도 직관적으로 ’한줄일기’라 지었다. 이름값은 해야 할 것 같아서 도메인도 기억하기 쉬운 1jul.com으로 골랐고, 그렇게 3년 동안 애지중지 키워왔다.그런데 최근 네이버 검색 로봇이 또다시 사춘기를 맞이한 모양이다. 알고리즘이 바뀐 건지, 검색창에 '한줄일기'를 입력하면 내 블로그를 최상단에서 슬그머니 밀어내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2페이지, 어떤 날은 유배지나 다름없는 3페이지까지 사정없이 보내버린다. 구글을 비롯한 다른 검색 엔진에서는 버젓이 최상단을 지키고 있는데, 유독 네이버만 이 모양이다. 곰곰이 전후 사정을 따져보니 짐작 가는 이유가 하나 있긴 하다. 정작 내가 쓴 글 제목과 본문에는 '한줄일기'..
2026.07.28 -
아직은 AI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은 것들
언제부터였을까. 채팅창에 몇 마디 말을 건네면, 다정하고 명쾌한 문장들이 단 몇 초 만에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 채팅창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고맙고 편리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대화의 끝에서 문득, 마음 한구석에 텅 빈 공간을 마주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인공지능(AI)이 일상에서 친구처럼 스며들면서, 우리는 참 다양한 선물을 받았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 인간다운 온기를 지닌 소중한 영역들을 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업무의 효율을 넘어, 우리의 생각과 마음, 그리고 작은 창작의 즐거움까지 말이다. 생각의 여정이 주던 즐거움ChatGPT를 만나기 전, 우리는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기꺼이 손품을 팔았다. 수많은 책장을 넘기며 필요한 정..
2026.07.06 -
2026년 상반기 회고 — 생각지 못한 순간, 변화의 바람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2026년 상반기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예상치 못했던 수많은 변화를 한꺼번에 겪다 보니, 마치 시속 300km로 질주하는 레이싱카에 올라탄 기분이다. 이 빠른 속도감에 멀미를 느끼기 전에, 잠시 숨을 고르며 지난 시간을 짧게나마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다. 업무의 변화2025년 가을부터 프리랜서로 참여하던 프로젝트를 지난 3월에 마침내 마무리했다. 3월 말 즈음 이력서를 제출했고,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면접을 본 뒤 그다음 주부터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그동안은 광고주의 업무를 대행하며 성장해 왔는데, 이번에는 회사의 자체 서비스와 함께 커나가야 하는 인하우스(In-house) 환경에 입사하게 되었다. 조금은 결이 다른 도전이다.가장 큰 변화는 사무실 풍경이다. 외국인 ..
2026.06.30 -
내 몸뚱이가 고금리 이자를 요구할 때
요 며칠 몸이 무겁다. 가슴이 답답하고 점심을 먹어도 소화가 잘 안되는 느낌이다. 덜컥 겁이 나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보니, 몸 구석구석이 뻐근한 게 아무래도 근육통 같다.범인은 멀리 있지 않았다. 최근 물러 터진 몸을 구해보겠다고 아침저녁으로 시작한 푸쉬업 10개(오랜만에 하면 절대 가볍지 않다). 푸쉬업으로 뭉친 근육을 풀겠다며 미련하게 푸쉬업을 더 얹어 부지런히 근육을 괴롭힌 대가였다. 떨어진 체력을 키우려는데 체력이 달려서 힘들고, 없는 근육에 근육통이라니. 평소에 저축을 안 해뒀더니 근육통도 이자를 두둑이 붙여서 찾아오나 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내 몸뚱이마저 고금리 이자를 요구할 줄이야. 오늘 저녁엔 푸쉬업을 쉬어야겠다.
2026.06.10 -
한정판 산책의 시즌 즐기기
주말 이틀 동안 기록한 평균 걸음 수 1만 5천 보. 이쯤 되면 산책이 아니라, 한창 열기가 뜨거운 지방선거 캠페인에 자원봉사자로 동원되었던 게 아닐까 싶다. 기호 0번 '산책당'을 외치며 동네를 누빈 기분이다.요즘 날씨는 플러팅 천재가 틀림없다. 햇볕은 "곧 여름이다. 준비해!"라고 경고를 날리고 있지만, 창문 너머로 훅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도저히 집구석에 발을 묶어둘 수가 없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지금만 누릴 수 있는 '한정판 산책의 시즌'을 포기할 수 없게 된다. 아침 : 가볍게 밥 먹었으니, 소화를 위해 커피를 사러 가볼까? 하면서 1시간 산책오후 : 빈 반찬통 반납하러 부모님 댁에 가면서 또 1시간 산책저녁 : 이른 식사를 마쳤는데 아직도 밖이 환하길래, 입가심용 아이스크림 하나..
2026.06.01 -
재취업 한 달 회고
재취업의 문을 넘은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마침내 이번 주, 통장에 '첫 급여'라는 이름의 고귀한 숫자가 찍힌다.지난 4주간 내 영혼을 갈아 넣은 업무 리스트를 보니, 거의 홍길동급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했다.운영 중인 서비스 현미경 분석동료들의 숨은 능력치 및 개별 업무 파악기존 운영 서버 종료에 따른 리스크 방어공문서 서류 압박을 이겨낸 서비스 인증 절차 완료사내 메일 시스템 대공사 ( cafe24 Webmail → Google Workspace )신규 프로덕트 기획 및 무한 협의 회의... (이하 생략) 하지만, 이 모든 업무를 제치고 찾아온 최종 보스급 챌린지가 있었으니, 바로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100% 영어'라는 점이다.시작은 면접 전날 받은 청천벽력 같은 안내였다.❝ 내일 면접은 ..
2026.05.14 -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 - 송길영
세상 돌아가는 속도가 무섭도록 빠르다. 사람처럼 대화를 나누는 인공지능의 등장이 가속 페달을 힘껏 밟고 있는 느낌이다. AI의 도움으로 타임라인 속 지인들은 모두 포토그래퍼가 되었다가, 어느새 영상 감독이 된다. 자연어로 코딩하는 '바이브 코딩'이 유행하며 이제는 모두가 개발자로 '전직'한 기분이다.누군가는 이 변화를 선도하고, 누군가는 벅차게 뒤쫓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비슷한 지점에서 만나게 되지 않을까? 문득 인터넷이 처음 보급될 무렵 유행했던 '정보검색사 자격증'이 떠올랐다. 지금은 당연하게 누리는 검색에 무슨 자격증까지 필요할까 싶지만, 그것이 혁신적인 역량으로 여겨졌던 시절이 있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AI를 보며 "공부가 왜 필요해? 그냥 쓰면 되는 거 아냐?"라고 반문하고 있을지도 모르..
2026.04.23 -
오후 3시, 탕비실에서 마주친 뜻밖의 생기
5층에 있는 사무실 탕비실 창가에 서면 옆 건물 3층의 직장 어린이집이 맨 먼저 눈에 들어온다. 무채색 책상들만 가득한 여느 사무실 풍경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어린이집은 조명부터 훨씬 밝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가구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반쯤 내려진 블라인드 사이로 슬리퍼를 끌며 바삐 움직이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보이는 다른 층과는 다르게, 3층 어린이집은 블라인드 없는 넓은 통창이 매력적이다. 창문마다 정성껏 붙여놓은 종이 캐릭터들 사이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며 아이들이 등장한다. 창 이쪽에서 나타났다가 저쪽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 뒷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업무 중 잠시 짬을 내어 들른 탕비실. 물 한 잔으로 목을 축이는 동안, 아이들의 밝은 에너지가 마음..
202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