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4. 20:04ㆍDIARY
유난히 더운 밤이었나 보다. 침대 커버와 내 등짝 사이에서 티셔츠가 축축하게 젖어 있다. 밤새 흘린 땀 때문에 물부터 한 컵 마시고,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다. 더위 탓에 잠을 설친 데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바람에 출근 준비는 시작부터 쫓긴다. 그래도 밤새 흘린 땀을 씻어내지 않고서는 하루를 시작할 수 없을 것 같다.
면도를 마치고 샤워기를 틀었지만, 한참 동안은 지난밤의 열대야를 그대로 품은 듯한 미지근한 물만 나온다. 겨우 시원한 물이 나오기 시작해 가볍게 샤워를 마쳤더니 몸은 한결 개운해졌다. '이 정도면 상쾌하게 출근할 수 있겠는데?'라는 기대도 잠시. 선풍기 앞에서 셔츠를 입는 사이 다시 등에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오늘도 쉽지 않은 하루가 될 것 같다.

현관문을 나서 채 열 걸음도 걷지 않았는데 차라리 휴가를 내거나 재택근무를 신청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걸어서 5분 거리인 버스 정류장은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아침부터 발걸음이 무겁다. 그래도 버스가 제시간에 도착해 준 건 그나마 다행이다. 교통카드를 찍고 가장 시원한 자리를 재빨리 훑어보지만 이미 경쟁은 끝난 뒤다. 적당한 자리에 서서 에어컨 바람이 닿는 각도를 계산해 본다.
냉방이 빵빵한 버스 안에서도 안심할 수는 없다.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주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밀착하게 되는데, 이 한여름에는 서로의 체온이 작은 난방기처럼 느껴진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까지 다시 뜨거운 공기를 뚫고 걸어야 한다. 괜히 뛰기라도 하면 이마에 맺혀 있던 땀이 순식간에 흘러내려, 출근도 하기 전에 여벌 옷이 필요해질지도 모른다.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은 직장인들은 마치 냉동실에 빈틈없이 눌러 담아둔 명절 음식 같다. 지하철은 외부의 폭염에 맞서 가장 강한 냉방을 가동하고 있지만, 만원 전동차 앞에서는 그마저도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너무 더워서 누구와도 붙어 있기 싫지만, 회사에 늦지 않으려면 36.5도의 체온을 내뿜는 직장인들 사이에 몸을 구겨 넣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직장인이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회사 근처 역에 가까워질수록 전동차 안도 조금씩 여유를 되찾는다. 그제야 제대로 된 냉방을 즐길 수 있나 싶더니, 이번에는 다시 지하철 밖으로 나가 더 달궈진 거리를 걸어 회사까지 서둘러야 한다.
회사 건물 현관을 들어서며 한 번 식고, 엘리베이터를 타며 또 한 번 식는다. 나보다 일찍 출근한 동료가 미리 에어컨을 켜 둔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또 다른 계절에 도착한 기분이 든다. 이럴 때만큼은 일찍 출근한 동료가 누구보다 고맙다.
이제 겨우 출근을 마쳤을 뿐인데 하루를 다 보낸 것처럼 에너지가 바닥난 기분이다.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한 모금 마시며 지난밤 사이 쌓인 이메일부터 확인한다.
오늘도 긴 하루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