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30. 20:26ㆍDIARY
2026년 상반기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지나간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예상치 못했던 수많은 변화를 한꺼번에 겪다 보니, 마치 시속 300km로 질주하는 레이싱카에 올라탄 기분이다. 이 빠른 속도감에 멀미를 느끼기 전에, 잠시 숨을 고르며 지난 시간을 짧게나마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다.

업무의 변화
2025년 가을부터 프리랜서로 참여하던 프로젝트를 지난 3월에 마침내 마무리했다. 3월 말 즈음 이력서를 제출했고,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면접을 본 뒤 그다음 주부터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
그동안은 광고주의 업무를 대행하며 성장해 왔는데, 이번에는 회사의 자체 서비스와 함께 커나가야 하는 인하우스(In-house) 환경에 입사하게 되었다. 조금은 결이 다른 도전이다.
가장 큰 변화는 사무실 풍경이다. 외국인 동료들과 함께 일하며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고, 서비스의 성장 방향을 고민하는 모든 과정을 영어로 진행한다. 업무 성격이 바뀐 것보다, 일상 언어가 바뀐 것이 내게는 훨씬 더 큰 변화로 다가온다. 한국에서 한국인들과 일할 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화적 다양성과 배려를 배우고 있으며, 생각보다 빠르게 영어 환경에 적응해가는 나 자신에게 문득 놀라기도 한다.
3개월 정도 일하면서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쓸 때는 AI의 도움을 적절히 받고 있다. 하지만 실시간 피드백이 오가는 사무실 회의나 일상 대화에서는 AI의 답변을 기다릴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날것의 언어로 부딪히며 소통하는 법을 익히는 중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동안 대행사에서 기획자이자 마케터로 일하며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구상하고, 설계하고, 끝까지 책임졌던 경험들이 헛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직한 회사에서 COO(Chief Operating Officer, 최고운영책임자)로서 회사의 성장 방향을 잡고 결과를 만들어가는 데 당시의 경험들이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다.
신체의 변화
입사하면서 회사에 두 가지 장비를 요청했다. 최신 Mac OS를 매끄럽게 구동할 수 있는 노트북과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27인치 모니터. 오랫동안 화면을 보며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 업무 특성상, 나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작업 환경이 필수적이었다. 사실 노안이 시작된 이후로, 4K 미만의 모니터에서는 글자가 조금씩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해 내린 생존을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눈이 전부가 아니었다. 나이가 들며 줄어드는 근육량을 보완하고자 2분기부터 운동을 시작했는데, 최근 심각한 소화불량과 가슴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그날부터 고혈압 약과의 뜻밖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한동안은 가볍게 걷는 것조차 몸에 무리가 오는 게 느껴져, 나이 듦과 건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식단에는 아주 큰 변화는 없지만,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식사량도 조금씩 줄이며 체중 관리를 시작했다. 다행히 관리를 시작한 덕분인지 지난주부터는 컨디션이 회복되어 다시 팔굽혀펴기, 플랭크, 런지 등을 조금씩 시작했다. 이제는 빠르게 걸어도 몸이 크게 반발하지 않는 것을 느낀다. 역시 건강이 최우선이다.
아! 지난번 포스팅이 마지막(?) 포스팅이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좀 아찔하다.
기타 소소한 변화
온라인 세계의 집 주소와 같은 도메인을 여러 개 운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com' 이나 '.net' 등을 사용하지만, 내게는 10년 넘게 애지중지 유지해 온 '.it'(이탈리아 최상위 도메인 TLD)가 있었다. 'IT(정보기술)'라는 의미로도 읽히고, 대명사 'it'으로도 해석되어 재미있게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는 주소였다. 일반 도메인보다 연간 유지비가 훨씬 비쌌지만 10년 넘게 유지해왔다. 이탈리아 정부가 EU 회원국 소속 사용자에게만 소유권을 제한하는 바람에, 국내 대행 서비스를 통해 프랑스 파리의 주소를 빌려 가며 유지했던 자식 같은 도메인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탈리아 측에서 소유 권한을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더이상, 이 도메인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미디엄(medium.com) 블로그의 정책 변화도 겹쳤다. 서비스 초창기에 가입한 덕분에 개인 도메인을 연결해 오랫동안 무료로 팀 블로그를 운영해 왔는데, 최근 미디엄이 유료 회원에게만 이 기능을 제공하도록 정책을 바꾸었다. 유료로 전환하면 도메인을 유지할 수 있지만, 비용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고민한 끝에 전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결국 팀 블로그는 미디엄의 서브 도메인 주소로 바뀌었다.
두 도메인의 권한을 잃으면서, 지난 세월 온라인상에 부지런히 확산해 두었던 링크들은 졸지에 길을 잃었다. 물론 이 주소들을 제외하고도 여전히 많은 서비스를 개인 도메인에 물려 사용하고 있기는 하다. 특히,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한줄일기의 도메인( 1jul.com )은 짧고 기억하기 쉬우며 확장성까지 좋아서, 현재 내 최애 도메인이 되었다. 떠나간 도메인에 미련을 두기보다,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더 집중하라는 온라인 세계의 소소한 교훈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2026년 상반기는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변화가 한 번에 찾아온 시기였다. 변화에 천천히 적응하면서 업무에서도 인생에서도 더 멋진 변화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그런 사람으로 성장해 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