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일기(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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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러키 스타트업 - 정지음
스타트업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책이 (적어도 나에게) 재미있는 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실재하는 사람들에 대입하기가 쉬워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전 직원이 4명이었던 회사도 다녀보고, 5명인 회사도 다녀본 경험이 있다. 그런 작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똑똑하게 기억하는 사람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봤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사수로, 후임으로, 동료로 만나기도 했고, 클라이언트나 그 미친 XX로 만나기도 했던 사람들을 소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언러키 스타트업'이란 책도 사실 생각으로 골랐던 책인데, 여기 등장인물들 중 대표란 사람은 음…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런 레벨이 아닌 인물이다. 구체적으로 다 이야기하면 큰 스포일러가 되니까, 성 인지 감수성과 공감 능력이 매우 부족하지만 자존심은 매우 ..
2023.05.18 -
오늘의 일기 - 여름이었다
어제 신청한 실업급여는 별 탈 없이 통장에 입금되었다. 실업급여는 직장인들이 받는 월급처럼 때가 되면 알아서 꼬박꼬박 들어오지 않는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채우기 위해 이력서도 내고, 면접도 보면서 지속해서 취업 의지를 불살라야 한다. 그리고 4주마다 돌아오는 그날('실업인정일'이라고 부른다)이 오면 그동안의 취업 의지를 담아 실업급여 신청서를 작성하고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주간의 노력을 물거품이 되고, 통장엔 1원 한 푼 들어오지 않는다. 일련의 과정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통장에 입금된 실업급여 금액을 확인하고,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소설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의 답답한 상황을 회피하고자 정말 가리지 않고 손에 잡히는 책을 읽고 있다. 최근 SF 소설을 특히 많이 읽..
2023.05.17 -
일기 쓰는 법 : 매일 쓰는 사람으로 성찰하고 성장하기 위하여 - 조경국
서점을 방문하면 매번 비슷한 코스로 순회한다. 일단은 신간 코너. 최근 출판 동향을 살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살펴볼 수 있다. 다음으로 업계 관련 서적 코너.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확인한 업계 지인들의 출판물, 최근 기술 동향에 관한 서적들을 천천히 살펴보고 필요한 것을 주워 담는다. 그러고 나서 소설, 에세이 코너로 간다. 긴장을 풀고 쉽고 편하게 읽을거리를 찾는다. 이때 아무튼(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시리즈와 땅콩문고(유유) 시리즈의 신간도 빠짐없이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잡지 코너로 가서 해외잡지에 주요 이슈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순회를 마무리한다. 『일기 쓰는 법』은 매번 제목을 유심히 보면서도 선뜻 열어보지 않았던 책이다. 일기는 나도 꽤 오랫동안 쓰고 있다고 자만해서..
2023.05.16 -
오늘의 일기 - Daum 책 코너에 '한줄일기' 노출
오랜만에 강남에서 미팅이 있었다. 지하철을 내려서 걸어가는데 햇볕이 너무 따가운 게 여름이었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주요 안건을 논의하고 다시 지하철역으로 걸어오는데 그사이 기온은 올라 햇볕은 더 뜨거웠다. 지하철에 앉아서 티스토리 앱을 열었는데 깜짝! m.daum.net 과 daum.net 도메인이 방문자 유입에 연속으로 잔뜩 찍혀있었다. 지난 4월 17일, 5월 1일처럼 Daum 메인 티스토리 영역에 노출된 건가 하고 열심히 Daum 메인 페이지를 열심히 찾았지만, 스마트 폰의 화면이 작은지 '한줄일기' 콘텐츠가 보이지 않았다. 티스토리 영역이 아니면 어디있지? Daum 메인 영역을 다 뒤져서 간신히 찾았는데, Daum 스토리 영역에 '책'이란 키워드로 '한줄일기' 콘텐츠가 노출되고 있었다...
2023.05.15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 - 베르나르 베르베르
고양이와 함께 동거한 경험은 없지만 매주 일요일 TV 동물농장을 빼놓지 않고 보는 애청자 입장에서 어린 시절 난 고양이에 대해 아주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단 것을 알고 있다. 주변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나 미디어를 통해서 보고, 들었던 내용 때문인지 애초에 길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는 사회에서 자라나서인지 모르겠지만 고양이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으면서도 심리적으로 친해지기 어려운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왜 아무것도 훔친 게 없는 길고양이를 ‘도둑’으로 몰았던 걸까? (아마 야행성 동물이라 도둑으로 비유했던 게 아닐까 싶긴 하다.) 치명적인 매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 원죄로 붙은 악명인 걸까? 지금 길고양이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견뎌내야 하겠지? 도도하고 자기중심..
2023.05.14 -
오늘의 일기 - 산책길에 무인 꽃집이 등장했다
매일 다니는 산책길에 낯선 배너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 장사를 접고 비어있던 상가에 무인 상점 하나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었다. 우리 동네 무인 상점이라면 이미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무인 과자점, 무인 세탁소, 무인 커피숍, 무인 반려동물물 용품 샵까지 골고루 들어와 있다. 그런데 이번 무인 상점은 좀 달랐다. 무인 꽃집 최고의 가성비 매일 신선한 꽃을 도매가에 24시간 언제나 이용하세요! 꽃 자판기는 벌써 오래전에 봐왔었는데, '꽃집도 무인 상점이 가능하구나'라고 생각하며 상점을 둘러봤다. 상점은 2-3평 남짓, 크지는 않았다. 출입문 들어가서 오른쪽엔 소분된 꽃들이 물통에 담겨있었다. 꽃들의 이름표와 가격, 특징 등이 친절하게 적혀있었다. 필요한 꽃을 선택하면 정면에 있는 카드 결제 단말기를 통해 ..
2023.05.13 -
편지 쓰는 법 : 손으로 마음을 전하는 일에 관하여 - 문주희
카톡과 이메일 덕분에 잊어버리고 살고 있지만, 학교 다니는 동안 꽤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던 (옛날) 사람이다. 매일 보는 친구에게, 졸업할 때 은사님께, 멀리 떨어져 연락이 힘들었던 때 부모님께,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에게. 종이를 빌려 삐뚤빼뚤 눌러쓴 편지로 마음을 전했었다. 이제는 몇 번의 화면 터치로 그런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예전 편지만큼 깊이는 없어진 것 같다. 다들 잊고 지내지만 편지 쓰는 방법이 책으로까지 정리될 내용인가 싶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잊어버린 게 편지 쓰는 방법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 존경, 사랑을 전하는 방법도 잊어버리고 있었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편지 가게 글월(편지 가게라니 신기하지?)를 운영하는 작가가 ..
2023.05.12 -
일해보고 싶은 회사의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함께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회사가 있다. 서비스 출시한 초기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온 회사다. 서비스도 마음에 들고, 그 서비스로 사용자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참 마음에 드는 회사다. 그 회사의 채용 공고가 얼마 전 다시 올라왔다. 이전에도 채용 공고가 올라올 때마다 살펴보면서 내가 그 회사에서 함께하면 어떤 그림이 될지를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실제 채용 공고가 올라오지 않더라도 난 이런 사람이고, 서비스를 키워보고 싶다며 지원해 보려고 했던 그런 곳이다. 막상 올라온 채용 공고를 보고 나서는 망설이고 있다. 회사 너무 좋고, 서비스 마음에 들고, 내가 하고 싶은 방향도 분명한데… 왜? 회사에 대해서, 서비스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호감으로 입사 지원했다가, 어떠한 이유로 함께하지 못하게 되면 어..
2023.05.11 -
일상 속 스마트한 선택을 위한 '알고리즘 라이프' - 알리 알모사위
유튜브에서 자주 보는 댓글. ❝알고리즘이 날 이 영상으로 이끌었습니다. 좋은 영상 보고 갑니다.❞ 그리고 블로거들이 검색 유입이 줄어들면 이런 말을 하기도 하는데, ❝검색 알고리즘이 또 바뀌었나 봅니다. 블로그 유입이 반토막 났어요.❞ 자주 쓰면서도 정확하게 뜻을 설명하기 쉽지 않았던 단어 '알고리즘'에 꽂혀서 이 책을 골랐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절판된 이 책의 한글 제목은 '알고리즘 라이프(Algorithmic Thinking in Everyday Life)'이지만, 원문 제목은 크게 달랐다. Bad Choices(나쁜 선택). 도대체 선택(Choice)과 알고리즘(Algorithm)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알고리즘을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전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알고리즘 [algori..
2023.05.10 -
오늘의 일기 - 무릉도원이세요?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미용실에 갔다. 가족 일정에 맞춰 주말에 갔을 땐 대기가 길었는데, 평일엔 대기 손님이 없어서 바로 머리를 손질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대기 없이 빠르게 커트를 마치고 샴푸를 하는데 왜 하필 그때 그 농담이 생각이 났는지… ❝무릉도원이세요?❞ ❝아.. 무릉… 네. 무릉도원입니다.❞ ❝아니, 물 온도 어떠시냐구요?❞ ❝…❞ 샴푸를 위해 샴푸실 의자에 누워 있는데, 미용사님이 물어보셨다. 정확하게 한 글자 틀리지도 않고… ❝물.온.도.어.떠.세.요?❞ 이 평범한 대사에 그 농담이 오버랩 되면서, 샴푸를 마칠 때까지 강제 웃참 타임이었다. 머리를 감는 내내 그 '무릉도원' 농담은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되고, 웃참 실패로 샴푸실 의자에 누운 채로 움찔움찔했다. 샴푸를 마치는 5분간의 시간이 ..
2023.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