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일기(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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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 - 베르나르 베르베르
고양이와 함께 동거한 경험은 없지만 매주 일요일 TV 동물농장을 빼놓지 않고 보는 애청자 입장에서 어린 시절 난 고양이에 대해 아주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단 것을 알고 있다. 주변 어른들이 하는 이야기나 미디어를 통해서 보고, 들었던 내용 때문인지 애초에 길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부르는 사회에서 자라나서인지 모르겠지만 고양이는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으면서도 심리적으로 친해지기 어려운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왜 아무것도 훔친 게 없는 길고양이를 ‘도둑’으로 몰았던 걸까? (아마 야행성 동물이라 도둑으로 비유했던 게 아닐까 싶긴 하다.) 치명적인 매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훔친 원죄로 붙은 악명인 걸까? 지금 길고양이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견뎌내야 하겠지? 도도하고 자기중심..
2023.05.14 -
오늘의 일기 - 산책길에 무인 꽃집이 등장했다
매일 다니는 산책길에 낯선 배너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 장사를 접고 비어있던 상가에 무인 상점 하나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었다. 우리 동네 무인 상점이라면 이미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무인 과자점, 무인 세탁소, 무인 커피숍, 무인 반려동물물 용품 샵까지 골고루 들어와 있다. 그런데 이번 무인 상점은 좀 달랐다. 무인 꽃집 최고의 가성비 매일 신선한 꽃을 도매가에 24시간 언제나 이용하세요! 꽃 자판기는 벌써 오래전에 봐왔었는데, '꽃집도 무인 상점이 가능하구나'라고 생각하며 상점을 둘러봤다. 상점은 2-3평 남짓, 크지는 않았다. 출입문 들어가서 오른쪽엔 소분된 꽃들이 물통에 담겨있었다. 꽃들의 이름표와 가격, 특징 등이 친절하게 적혀있었다. 필요한 꽃을 선택하면 정면에 있는 카드 결제 단말기를 통해 ..
2023.05.13 -
편지 쓰는 법 : 손으로 마음을 전하는 일에 관하여 - 문주희
카톡과 이메일 덕분에 잊어버리고 살고 있지만, 학교 다니는 동안 꽤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던 (옛날) 사람이다. 매일 보는 친구에게, 졸업할 때 은사님께, 멀리 떨어져 연락이 힘들었던 때 부모님께,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에게. 종이를 빌려 삐뚤빼뚤 눌러쓴 편지로 마음을 전했었다. 이제는 몇 번의 화면 터치로 그런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예전 편지만큼 깊이는 없어진 것 같다. 다들 잊고 지내지만 편지 쓰는 방법이 책으로까지 정리될 내용인가 싶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잊어버린 게 편지 쓰는 방법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감사, 존경, 사랑을 전하는 방법도 잊어버리고 있었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편지 가게 글월(편지 가게라니 신기하지?)를 운영하는 작가가 ..
2023.05.12 -
일해보고 싶은 회사의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함께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회사가 있다. 서비스 출시한 초기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온 회사다. 서비스도 마음에 들고, 그 서비스로 사용자들과 소통하는 모습도 참 마음에 드는 회사다. 그 회사의 채용 공고가 얼마 전 다시 올라왔다. 이전에도 채용 공고가 올라올 때마다 살펴보면서 내가 그 회사에서 함께하면 어떤 그림이 될지를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실제 채용 공고가 올라오지 않더라도 난 이런 사람이고, 서비스를 키워보고 싶다며 지원해 보려고 했던 그런 곳이다. 막상 올라온 채용 공고를 보고 나서는 망설이고 있다. 회사 너무 좋고, 서비스 마음에 들고, 내가 하고 싶은 방향도 분명한데… 왜? 회사에 대해서, 서비스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호감으로 입사 지원했다가, 어떠한 이유로 함께하지 못하게 되면 어..
2023.05.11 -
일상 속 스마트한 선택을 위한 '알고리즘 라이프' - 알리 알모사위
유튜브에서 자주 보는 댓글. ❝알고리즘이 날 이 영상으로 이끌었습니다. 좋은 영상 보고 갑니다.❞ 그리고 블로거들이 검색 유입이 줄어들면 이런 말을 하기도 하는데, ❝검색 알고리즘이 또 바뀌었나 봅니다. 블로그 유입이 반토막 났어요.❞ 자주 쓰면서도 정확하게 뜻을 설명하기 쉽지 않았던 단어 '알고리즘'에 꽂혀서 이 책을 골랐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절판된 이 책의 한글 제목은 '알고리즘 라이프(Algorithmic Thinking in Everyday Life)'이지만, 원문 제목은 크게 달랐다. Bad Choices(나쁜 선택). 도대체 선택(Choice)과 알고리즘(Algorithm)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알고리즘을 검색해 보면 다음과 같은 사전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알고리즘 [algori..
2023.05.10 -
오늘의 일기 - 무릉도원이세요?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미용실에 갔다. 가족 일정에 맞춰 주말에 갔을 땐 대기가 길었는데, 평일엔 대기 손님이 없어서 바로 머리를 손질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대기 없이 빠르게 커트를 마치고 샴푸를 하는데 왜 하필 그때 그 농담이 생각이 났는지… ❝무릉도원이세요?❞ ❝아.. 무릉… 네. 무릉도원입니다.❞ ❝아니, 물 온도 어떠시냐구요?❞ ❝…❞ 샴푸를 위해 샴푸실 의자에 누워 있는데, 미용사님이 물어보셨다. 정확하게 한 글자 틀리지도 않고… ❝물.온.도.어.떠.세.요?❞ 이 평범한 대사에 그 농담이 오버랩 되면서, 샴푸를 마칠 때까지 강제 웃참 타임이었다. 머리를 감는 내내 그 '무릉도원' 농담은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되고, 웃참 실패로 샴푸실 의자에 누운 채로 움찔움찔했다. 샴푸를 마치는 5분간의 시간이 ..
2023.05.09 -
그냥 하지 말라 :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 - 송길영
걱정과 진심이 담긴 조언을 자주 듣는다. '취업 준비는 잘하고 있냐?', '앞으로 뭘 하려고 생각하느냐' 등등. 책을 읽거나, 산책하거나, 컴퓨터를 열어 블로그에 뭔가를 올리고 있는 게 그런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보는 모습이니 그럴 거다. 이런 조언들은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가족들에게서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도 이런 조언을 듣는 게 싫어서,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일들을 정리하고, 지금까지 해 온 것 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하게 될 일을 찾기 위한 시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다(고 믿고 싶다). 콘텐츠 마케터로 광고주가 필요한 콘텐츠를 만들고, 광고주에 필요한 플랫폼을 구상하고 제작하는 일을 해왔다. 이제는 광고주 일이 아닌 내 일을 해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그 일을 누구랑 어디서 하는지..
2023.05.08 -
오늘의 일기 - 세차하다 허리를 삐끗!
2주 전에 자동차 서비스 센터에서 연락이 와서 엔진오일 교체 서비스 예약을 진행했다. 그게 바로 내일이다. 그래서 너무 지저분한 차를 끌고 가기 그래서 세차하러 자주 가는 세차장에 갔다. 일요일 오후 5시. 세차장의 피크 타임이 저녁 식사 시간 바로 직전이란 건 오늘 알았다. 세차 공간이 예닐곱개 있는 세차장에서 30분을 기다려서 겨우 내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구석구석 먼지도 털어주고, 얼룩도 지웠는데 의욕이 넘쳤던 모양이다. 아악!! 허리를 삐끗했다. 세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근육 이완제를 먹었다. 이전에 이렇게 허리를 삐끗했을 때 물리치료도 받아보고, 한의원에서 침도 맞았는데 나에겐 근육 이완제가 가장 잘 드는 걸 직접 확인했다. 물리치료는 일주일, 한의원 침은 열흘, 그리고 근육 이..
2023.05.07 -
아무튼, 트위터 - 정유민
오랫동안 IT업계에 몸담고,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셜 미디어의 흥망성쇠를 지켜보게 되었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으로 이어지는 흐름. 그 사이사이에 반짝 떠올랐다가 아주 빠르게 가라앉은 수많은 소셜미디어가 있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소셜미디어라면 당연히 트위터와 블루스카이가 아닐까?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마치고 약 6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지금의 트위터는 그 이전과 너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트위터를 떠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고, 그 사람들이 다음 목적지로 생각하는 게 블루스카이다. 물론 재미있는 사실은 지고 있는 트위터와 새롭게 떠오르는 블루스카이 이 두 서비스에 교집합에 잭 도시(Jack Dorsey)가 있다. 트위터의..
2023.05.06 -
추억 속의 어린이날
부모님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자영업을 하셨다. 당시 대부분의 직장인이 주 6일 근무를 하던 때였는데, 부모님은 주말도 없이 주 7일 가게 문을 여셨다. 사실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는 쉬시는 법이 없으셨던 분들이셨다. 그런 부모님이 큰맘 먹고 가게 문을 닫는 날이 있었는데 그게 어린이날이었다. 쉬는 날도 없이 매일 가게를 운영하시다 어쩌다 쉬시는 날이면 우리 남매를 데리고 공원으로 수영장으로 놀이동산으로 다니셨다. 지금 주 5일 근무하면서 주말 이틀 쉬는 것도 모자란 우리 세대들은 따라가기 힘든 체력을 가지셨던 것일까. 그렇게 힘든 중에도 하루를 온전히 자식들을 위해서 내어주셨던 분들이셨다. 적당히 점심 먹고 돌아오는 일이 없었다. 종일 뛰어놀아 남매가 지쳐 떨어질 때쯤이면 해도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즈..
2023.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