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일기(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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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 해결할 결심
프로젝트 종료를 앞두고 아주 큰 걸림돌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 꽤 오랫동안 괴롭혀 오던 버그였다. 늘 그렇듯 개발 서버에선 문제가 없던 게 실 서버에 올라가자마자 발생한 상황이었다. 사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모르고 지나칠 수 있지만, 운영자 입장은 또 그렇지 않다. 문제는 있는데 원인을 찾아내는 게 쉽지 않았다. 가끔 발생하는 이 버그가 어떤 조건에서 발생하는 지를 찾는 게 관건이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조건까지 테스트하면서 조건을 찾았는데, 어이없게도 해결의 단서는 다른 곳 숨어 있었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문제도 우리가 찾으려고 할 때 잘 그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잡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다양한 방면에서 고민하고 찾으려고 하니까 ..
2023.10.12 -
오늘의 일기 - 출근길에 만난 아기새
출근길 지하철은 왜 이렇게 붐비는지, 가방에 넣고 간 책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지하철에서 잠이 들었다. 부족한 수면 시간을 출근길에 채우고 가뿐한 발걸음으로 회사로 향했지만, 여전히 눈은 반쯤 감겨있었던 것 같다.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봐도 나랑 크게 다르지 않은 표정으로 바쁜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때 발아래에서 뭔가 움직이는 느낌에 눈을 크게 떴는데, 엄지손가락 2개 정도 크기의 작은 새가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옆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어쩌다 사람들 많은 거리 한복판에 내려앉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모른척하고 지나가면, 사람들 발에 밟히거나, 주변을 지나가던 포식자의 먹이가 될 게 뻔했다. 그래서 아기새가 놀라지 않게 살짝 쓰다듬어 주고, 부드럽게 잡아서 올렸다. 주변을 보니 내..
2023.10.11 -
오늘의 일기 - 2023년에도 인간들은 여전히...
자연재해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 아니 지금까지 뒤돌아보지도 않고 망가뜨린 지구의 보복을 그대로 받아내야만 한다. 지구를 뜨겁게 만든 죄로 뜨거운 여름과 극한의 겨울을 견뎌내야 한다. 뜨거워진 지구가 뱉어내는 화산과 지진을 오롯이 견뎌내야만 한다. 멈출 수 있는 골든 타임은 이미 놓쳤고,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할 뿐이다. 2023년에도 인간들은 여전히 승자 없는 힘겨루기를 끝낼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핑곗거리를 만들어 무력으로 누르고, 또 그 무력에 대해 방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무력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런 인간들에게 어떤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후대에 어떤 역사를 남겨줄 수 있을까? 기대할 수도 없고, 남겨지지도 않을 우리의 미래를 생각한다.
2023.10.10 -
오늘은 한글날 - 새로운 한글 단어 찾아보기
한글날이다. 한글날이라고 특별히 한 건 없다. 그냥 한글 자막이 달린 외국 드라마를 한 시즌 정도 몰아보기 했을 뿐. 기억에 남는 한 가지를 남기기 위해 한글로 된 우리말 단어들을 찾아봤다. 아래는 수많은 한글로 된 우리말 단어 중 자음 별로 예쁜 단어 중 하나씩을 찾아보았다. 가갸날 : 한글날의 원래 이름 나풋나풋 - 가볍고 날렵하게 움직이는 모양 다모토리 - 큰 잔으로 소주를 마시는 일. 또는 큰 잔으로 소주를 파는 집 라온 - 즐거운 마음자리 - 마음의 본바탕 바오 - 보기 좋게 사랑옵다 - 마음에 꼭 들도록 귀엽다 아라 - 바다의 우리말 자국눈 - 겨우 발자국이 날 정도로 내린 눈 차깔하다 - 문을 굳게 닫아두다 카랑하다 - 하늘이 맑고 밝으며 날씨가 차다 / 목소리가 쇳소리처럼 맑고 높다 타래치..
2023.10.09 -
오늘의 대출 목록 -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뒤탈 없이 화내는 법, 아주 작은 시작의 힘
매주 도서관에 가서 책을 대출해 오지만, 다 읽지는 못한다. 그래도 연체 없이 반납하려고 하고, 혹시 기다리고 있을 다음 대출자를 위해서 연장 없이 반납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주는 다 읽지 못한 책을 한 주 더 연장했다. 내일까지 연휴라는 점에서 더 많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몇 권 추가로 대출도 잊지 않았다.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김신지, 위즈덤하우스, 2018. 이 책에는 부제가 ‘행복의 ㅎ을 모으는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김신지 작가의 다양한 수집품을 훔쳐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을 대출 목록에 넣었다. 꽃과 함께 멈추었던 순간들, 한강에서 보낸 날들, 말을 거는 창문들, 커다란 나무가 있는 자리, 오늘은 근사한 구름의 날, 내가 도착한 바다, 하루도 같은 적 없는 노..
2023.10.08 -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남자 축구 금메달로 황금 토요일
내일이면 끝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소중한 금메달 소식이 추가로 전해졌다. 참가한 모든 종목의 선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국민들의 관심을 많이 받은 두 종목의 결승 경기가 오늘 저녁에 있었다. 대만과의 야구 결승전과 절대 질 수 없는 일본과의 남자 축구 결승전이 저녁에 있었다. 야구는 대만에 2대 0으로 승리를 해 금메달을 추가했고, 남자 축구 역시 일본을 상대로 2대 1로 역전하며 금메달을 추가했다. 축구 한일전만큼 재미있는 경기도 없지. 응원을 위해 TV로 시청하는데, 시작하자마자 일본에 한 골을 먹었지만, 차분하게 동점 골을 만들고 후반전에 역전 골을 넣으면서 일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둬냈다. 아시안게임 야구, 축구 결승전으로 우리 아파트 상가의 치킨집에는 6시부터 배..
2023.10.07 -
오늘의 일기 - 당신은 음식에 도전적인 사람입니까?
오랜만에 호텔 뷔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최근 힘든 프로젝트들 진행하느라 지친 회사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대표님이 마련하신 점심 식사 자리였다. 도시락을 싸와서 먹던 후배도,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때우겠다던 후배도 오늘만큼은 부담 없이 넉넉하게 점심을 먹어야겠다며 졸랐던 허리띠를 살짝 풀었다. 우리 사무실 직원들이 함께 앉을 수 있는 꽤 넓은 방으로 안내를 받고 자리에 앉았다. 간단하게 오늘 함께하는 점심 식사의 취지를 이야기하고 뷔페 사냥을 시작했다. 우선 천천히 돌면서 전체 뷔페의 구성과 음식 배치를 살폈다. 첫 타임은 간단하게 매생이 전복죽과 샐러드 초밥으로 시작했다. 비싼 호텔 뷔페라 맛도 있고, 깔끔하게 세팅되어 있어 먹기도 좋았다. 한 후배는 먹는 음식마다 연신 사진을 찍으며 누군가에게 자랑하듯..
2023.10.06 -
오늘의 일기 - 백년손님 사위에게 내놓는 씨암탉의 진짜 의미
지난 추석 연휴에 시집간 동생이 제부랑 놀러 온다고 해서 집안은 온통 비상사태였다. 오랜만에 오는 손님이라 욕실 청소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이것저것 준비했다. 아침부터 후식으로 먹을 카스텔라도 만들고 잘 재워놓은 갈비와 시원한 묵밥으로 그럴듯한 손님상을 준비했다. 결혼하고 우리 집엔 처음 오는 제부에게도 그랬지만, 오랜만에 보는 동생도 잘 먹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사위를 위해 씨암탉을 잡는 장인, 장모의 마음이 이랬을까? 씨암탉은 계란을 낳고, 병아리를 키어낼 수 있는 닭으로 예전엔 집안의 큰 재산이었을 것이다. 이런 씨암탉을 백년 손님인 사위를 위해 잡는다는 건 그만큼 귀한 손님이라 잘 대접하고 싶어서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그런 마음이 아닐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이렇게 ..
2023.10.05 -
오늘의 일기 - 할머니를 뵙고 와서
연휴에 부모님을 뵈러 갔다가 가까이에 살고 계신 할머니도 뵙고 왔다. 아흔이 훨씬 넘은 할머니는 거동도 불편하시고, 눈도 잘 보이지 않으신다. 지난해까지는 아프신 와중에도 뛰어난 기억력과 또렷한 정신으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불편 없이 하셨던 분이시다. 그런데 지난해 침대에서 넘어지면서 거동이 더 불편해지면서 인지력도 많이 떨어지셨다. 매일 보는 어머니도 가끔 알아보지 못하시는 정도로 나빠지셨다. 상실과 소멸이 우리를 일으켜 준다 - 죽음에 대하여 죽음이 하나의 지점이 아니라 과정임을 이해한 건 그때였다. 삶이 끝나고 죽음이 오는 것이 아니라, 매우 길고도 지루한 시간 동안 삶 위로 죽음이 쌓이고 중첩되어 무르익어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P. 204,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웨일북, 채사장, 2017...
2023.10.04 -
오늘의 일기 -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
연휴가 6일이나 되니까 참 많은 일이 있었다. 12시간 막히는 교통 체증을 뚫고 부모님 댁에도 다녀오고, 바다에서 일출도 보고, 부모님과 짧은 여행도 가고, 쇼핑도 하고, 오랜만에 사촌 동생도 집으로 놀러 오고… 6일간의 연휴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내일 다시 사무실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연휴를 지나오면서 9월 달력은 10월로 넘어갔고, 삼사분기를 지나 사사분기로 분기도 바뀌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분기를 정리하고, 2023년의 마지막 분기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다. 3일짜리 연휴가 두 번 나뉘었다면 더 좋았을까? 3일짜리 연휴였다면 하지 못했을 많은 일들을 해냈으니 잘 보냈다고 평가해야겠지. 아… 오늘 밤에는 쉽게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자러..
2023.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