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챌린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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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를 걷다 서점을 읽다 - 김경일
책상 정리하기,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 만들기, 읽고 싶은 소설 리스트 작성하기, 가고 싶은 맛집 찾기… 시험 기간만 되면 하고 싶은 일들이 끝없이 늘어났다. 반면, 그 모든 걸 할 수 있는 시간은 늘 모자라기만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시험과는 멀어진 지 오래건만, 요즘 들어 그때와 비슷한 갈증이 다시 찾아왔다. 왜 이리 읽고 싶은 책이 많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넘치는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하고, 내년의 새로운 계획도 고민해야 하는 바쁜 나날인데, 이상하게도 책 한 권 펼칠 여유가 더 간절해진다. 지난주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 중 가벼운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책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도쿄의 서점을 직접 다니며 기록한 이야기들. 커다란 질문이나 복잡한 고민 없이도 술술 넘길 수 있을 것 같..
2024.11.17 -
오늘의 대출목록 - 산책하는 법, 해적의 시대를 건너는 법, 음악소설집
피곤한 몸을 달래기 위해 평소 잘 하지 않던 낮잠을 청했다. 잠에서 깨어나니, 몸도 머리도 여전히 무거운 듯했다. 그대로 소파에 스며들 듯 누워 있다가는 토요일 오후를 전부 허비할 것 같아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마침 도서관에 반납할 책들이 책상 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옷을 주섬주섬 걸쳐 입으며 밖으로 나설 준비를 했다. 낮잠을 자는 사이, 비가 살며시 내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우산을 챙겨 든 손이 참 다행스럽다. 비 내리는 거리를 걷는 발걸음은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다. 머릿속엔 어렴풋이 들었던 다음 주 영하로 떨어질 날씨 소식이 스친다. 어쩌면 이번 주말이 가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다. 가을의 마지막을 함께 할 책 몇 권을 만날 수 ..
2024.11.16 -
오늘의 일기 - 미안해 은행나무야
어느 가을밤, 깊은 숨을 몰아쉬는 바람이 거리를 휘감고 지나갔다. 이튿날 아침, 버스 정류장 앞은 가을의 진한 흔적과 함께 낯선 냄새로 가득했다. 밤새 바람이 은행나무 가지를 흔들어 익어가던 은행 열매들이 단체로 떨어진 탓이었다. 금세 그 주변은 은행 열매가 퍼뜨리는 특유의 냄새로 덮여버렸고, 사람들은 코를 막은 채 정류장을 빠르게 지나쳤다. 열흘 남짓 흐른 뒤, 문득 익숙했던 풍경 속에서 무언가가 사라졌음을 알아차렸다. 매년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잎과 함께 열매를 쏟아내던 그 은행나무가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진 것이다. 그루터기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자리에 서서, 나는 아마도 많은 민원 속에서 나무를 베어낼 수밖에 없었던 공무원의 손길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면 은행나무에게 무슨 잘못이 있었겠는가. 단지 ..
2024.11.15 -
오늘의 문장 -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오늘은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수험생들은 시험 시작 전 답안지를 받자마자 필적 확인 메시지를 쓰며, 그동안 쌓아온 모든 노력을 쏟아낼 결심을 다졌을 것이다. 오늘의 문장은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였다. 이 문장은 곽의영 시인의 '하나뿐인 예쁜 딸아'라는 시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하나뿐인 예쁜 딸아- 곽의영나는 너의 이름조차 아끼는 아빠 너의 이름 아래엔행운의 날개가 펄럭인다웃어서 저절로 얻어진공주 천사라는 별명처럼암 너는 천사로 세상에 온 내 딸빗물 촉촉이 내려토사 속에서연둣빛 싹이 트는 봄처럼 너는 곱다예쁜 나이, 예쁜 딸아 늘 그렇게 곱게 한 송이 꽃으로 시간을 꽁꽁 묶어 매고 살아라너는 나에게 지상 최고의 기쁨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함박꽃 같은 내 딸아. 시..
2024.11.14 -
오늘의 일기 - 맥북에 잘 어울리는 기계식 키보드 Keychron K3 SE 2
조금 늦은 나를 위한 생일 선물을 주문했다. 늘 기획안을 짜고, 쉼 없이 쏟아지는 메일에 답장을 쓰는 내 하루는 전투와도 같다. 그 일상을 함께하는 무기를 새로 장만하고 싶었다. 처음 만나는 기계식 키보드는 꽤 묵직하고도 낯선 존재다. 살짝 어색한 첫 타건,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촉이 내겐 새롭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 이 낯선 감각이 나를 초등학교 시절로 데려간다. APPLE ][ 키보드를 처음 만지던 순간의 설렘이 떠오르면서, 마치 그때처럼 순수한 기분이 스며든다. 새로운 무기를 손에 쥔 이 감각, 조금씩 내 일상에 잘 맞아갈 것만 같다.
2024.11.13 -
오늘의 일기 - 11월은 내년을 준비하는 달
벌써 11월. 연말이 다가오니, 회사 분위기도 다들 분주해진다. 사실 이 시기는 10월에 마무리한 3분기 결산을 바탕으로 내년을 준비하고, 올해의 마무리를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다. 예산안 초안을 점검하고, 사업 계획을 구체화해야 하는 시기랄까? 예산안을 최종 확정하는 것도 11월의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각 부서에서 세부 사항을 검토해 오면, 수정을 거쳐 경영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매출, 비용, 이익 예상치를 다시 한번 꼼꼼히 따져보고, 내년도 목표에 맞게 최종 조정을 하게 된다. 내년의 사업 방향이 이렇게 확정되어 간다.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도 꽤 신경이 쓰인다. 큰 틀에서는 계획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지는 또 다른 문제다. 부서별로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일정과 방법을 세밀하게..
2024.11.12 -
오늘의 일기 - Sorry. We are closed.
점심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평소 자주 지나치던 작은 상점의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문 앞에는 ’그 동안 이용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짧은 메모가 남아 있었다. 이 작은 인사말은 오랜 시간 고객을 맞이했던 사장님의 애정과 고마움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더는 지속할 수 없었던 현실 또한 담담히 느껴졌다. 한때 활기를 띠던 그 공간이 이제는 조용히 닫히게 되었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이 메모는 오늘날 많은 자영업자들이 처한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상의 일부가 되어준 상점들이 하나둘 사라져 가는 모습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그들의 노고와 열정을 쉽게 잊을 수 없다. 비록 더 이상 이곳에 상점은 없지만, 그 상점이 우리에게 남긴 추억과 고마움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2024.11.11 -
오늘의 일기 - 가을 감기
감기가 생각보다 깊이 찾아와 병원을 다녀왔다. 진찰을 마친 의사 선생님은 불쑥 운전을 자주 하냐고 물으셨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고 운전은 그리 자주 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자, 그러면 조금 졸릴 수 있는 약도 함께 처방해 주겠다고 하셨다. 평소보다 한참 길게 낮잠에 잠겼다가 깨어났을 때, 그 깊은 잠이 처방약 때문인지 감기로 약해진 체력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푹 쉰 덕분인지 컨디션은 한결 나아진 듯했다. 주말 내내 침대에만 머물 것 같아 세수를 마치고 산책을 위해 옷을 챙겨 입었다. 지난주 겨울을 알리던 싸늘한 기운이 한발 물러서고, 코끝에 스치는 가을 내음이 더없이 포근한 하루였다. 이런 날이 조금 더 오래 머물러 주면 좋겠지만, 대한민국의 계절은 여간해서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머지않아 ..
2024.11.10 -
오늘의 일기 - 방문객
정현종 시인은 ‘방문객’에서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일생이 함께 오는 일이라고 했다. 단순히 만나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의 경험과 기억, 감정이 모두 우리에게 닿는 일이며, 마치 나만큼이나 넓고 깊은 또 하나의 세계가 내 앞에 펼쳐지는 것과 같다. 우리가 타인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 그 사람의 내면 세계와 만나는 순간은 짧지만, 그 순간의 여운은 깊고도 진하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우주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누군가가 그 우주를 열어 보이며 다가올 때, 우리 삶도 조금씩 확장되고 더 풍성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그 연결된 세계가 나의 우주에서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어떠한 공허일까? 마치 밤하늘의 별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처럼, 나의 내면에 자리 잡았던 그 사람의 흔적이 점차 희..
2024.11.09 -
오늘의 일기 - 점심 산책의 소소한 여운
점심 식사 후 마주하는 가로수길은 끊임없이 변하고, 때로는 새로운 얼굴로 다가온다. 좁은 골목길을 누비는 고급차의 굉음, 바퀴 소리와 함께 스쳐 가는 외국인 관광객들, 붕대 사이 작은 틈새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성형수술 회복자들 사이에서도 볼거리는 끝이 없다. 그래서 짧은 15분 산책 속에서도 그 길은 늘 다른 이야기를 속삭인다. 얼마 전 문을 열었던 패션 팝업 스토어가 사라지고, 이제는 맥주 브랜드의 팝업 준비가 한창이다. 쓰러질 듯 낡았던 한식집이 문을 닫자, 한 달도 되지 않아 햄버거 가게의 오픈런을 지켜볼 수 있는 곳—그 곳이 바로 가로수길이다. 오늘은 한적한 골목길에서 무료 포토부스를 발견했다.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가, 높이 솟은 산봉우리, 그리고 단풍으로 물든 가을까지...
2024.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