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대출목록 - 산책하는 법, 해적의 시대를 건너는 법, 음악소설집

2024. 11. 16. 23:35DIARY

피곤한 몸을 달래기 위해 평소 잘 하지 않던 낮잠을 청했다. 잠에서 깨어나니, 몸도 머리도 여전히 무거운 듯했다. 그대로 소파에 스며들 듯 누워 있다가는 토요일 오후를 전부 허비할 것 같아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마침 도서관에 반납할 책들이 책상 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옷을 주섬주섬 걸쳐 입으며 밖으로 나설 준비를 했다.

 

낮잠을 자는 사이, 비가 살며시 내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우산을 챙겨 든 손이 참 다행스럽다. 비 내리는 거리를 걷는 발걸음은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다. 머릿속엔 어렴풋이 들었던 다음 주 영하로 떨어질 날씨 소식이 스친다. 어쩌면 이번 주말이 가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다. 가을의 마지막을 함께 할 책 몇 권을 만날 수 있었다. 

 

사진: Unsplash 의 Bernd Klutsch

 

  • 산책하는 법, 카를 고틀로프 셸레 지음, 문항심 옮김, 유유, 2024.
    재취업을 준비하며 우울감이 몰려올 때마다 나를 지탱해준 건 매일 한 시간씩 즐기던 산책이었다. 조금 더 의식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을 음미하는 산책을 배우고 싶다. 이 책이 그런 길을 안내해줄 듯하다.

  • 해적의 시대를 건너는 법, 박웅현, 인티앤, 2023.
    광고계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박웅현의 이름이 책 표지에 박혀 있었다. 그의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창의적인 카피라이터였던 그가 전하는 통찰을 글로 만날 수 있다니, 기대가 된다.

  • 음악소설집,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프란츠, 2024.
    음악을 주제로 한 다섯 작가의 앤솔러지라니! 음악 도서관에 어울리는 제목에, 설레는 마음으로 대출 목록에 추가했다. 가장 먼저 만나본다는 기쁨이 더해졌다.

 

책들을 품에 안고 도서관을 나서니, 집을 나설 때보다 비가 더 굵어져 있었다. 하지만 커다란 우산이 있었고, 재미있는 책들 덕분에 내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가을의 풍경을 조금 더 느끼고 싶어, 나는 조금 먼 길로 돌아 집으로 향했다. 빗소리를 배경 삼아 깊어진 가을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