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여름이었다

2023. 5. 17. 22:23DIARY

어제 신청한 실업급여는 별 탈 없이 통장에 입금되었다. 실업급여는 직장인들이 받는 월급처럼 때가 되면 알아서 꼬박꼬박 들어오지 않는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채우기 위해 이력서도 내고, 면접도 보면서 지속해서 취업 의지를 불살라야 한다. 그리고 4주마다 돌아오는 그날('실업인정일'이라고 부른다)이 오면 그동안의 취업 의지를 담아 실업급여 신청서를 작성하고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주간의 노력을 물거품이 되고, 통장엔 1원 한 푼 들어오지 않는다. 일련의 과정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통장에 입금된 실업급여 금액을 확인하고,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소설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의 답답한 상황을 회피하고자 정말 가리지 않고 손에 잡히는 책을 읽고 있다. 최근 SF 소설을 특히 많이 읽는데, 현실 도피를 더욱 실감 나게 해주는 것 같다.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 6권, 새로 구입한 책이 4권. 장바구니에 담아 둔 책도 2권… 실업급여 바닥나겠다.

 

오늘의 일기 - 여름이었다
사진: Unsplash 의 zana pq

 

집에 야채와 과일이 떨어져서 쇼핑하려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요즘 특히 햇볕이 강해서 자외선 차단제를 듬뿍 바르고도 안심이 안 돼서 후드 티셔츠를 입고 모자로 머리를 가린다. 코 아래쪽은 지금까지 마스크로 잘 가리고 다닌다. 얼굴 쪽을 모자와 마스크로 가린 탓에 너무 더워서 바지는 반바지를 입기로 한다. 그늘에선 그래도 선선한 바람 기운이 느껴지는데, 햇볕 아래에서는 후드 티셔츠를 뚫고 속까지 찌르는 듯 따갑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몹시 땡기는 그런 날씨였다.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