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산책길에 무인 꽃집이 등장했다

2023. 5. 13. 20:50DIARY

매일 다니는 산책길에 낯선 배너가 눈에 들어왔다. 최근 장사를 접고 비어있던 상가에 무인 상점 하나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었다. 우리 동네 무인 상점이라면 이미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무인 과자점, 무인 세탁소, 무인 커피숍, 무인 반려동물물 용품 샵까지 골고루 들어와 있다. 그런데 이번 무인 상점은 좀 달랐다.

 

무인 꽃집

최고의 가성비
매일 신선한 꽃을 도매가에
24시간 언제나 이용하세요!

 

오늘의 일기 - 무인 꽃집이 등장했다
사진: Unsplash 의 Daniel Spilka

 

꽃 자판기는 벌써 오래전에 봐왔었는데, '꽃집도 무인 상점이 가능하구나'라고 생각하며 상점을 둘러봤다. 상점은 2-3평 남짓, 크지는 않았다. 출입문 들어가서 오른쪽엔 소분된 꽃들이 물통에 담겨있었다. 꽃들의 이름표와 가격, 특징 등이 친절하게 적혀있었다. 필요한 꽃을 선택하면 정면에 있는 카드 결제 단말기를 통해 결제를 진행하고 왼쪽에 셀프 포장대에서 예쁘게 포장해서 꽃을 사 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결제 단말기 바로 옆에는 이미 예쁘게 포장된 조금 비싼 선물용 꽃다발과 스승의 날을 고려해 카네이션 화분들이 놓여있었다.

 

셀프 선물용으로 집에 꽂아 둘 꽃이라면 비싸게 포장할 필요도 없고, 신문지에 둘둘 말아 와도 충분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도매가격이라 주변 꽃집보다 저렴한 가격에 꽃을 살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또 깜빡하고 생일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날, 급하게 꽃이 필요할 때도 24시간 운영하는 무인상점이라 이용에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물론, 저녁 늦은 시간에는 신선한 꽃을 만나는 게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또 어떤 무인 상점들을 만나게 될까? 베스트셀러를 24시간 살 수 있는 무인 서점, 다양한 필기구와 노트를 파는 무인 문구점, 술 마시고 집 가기 전 따뜻한 국물이 그리울 때 무인 라면 점(끓인 라면 파는 자판기가 있었지?). 테이크아웃 전용 무인 생맥주 가게(가능할까?)… 다양한 무인 상점이 들어설 수 있겠지만, '이런 것까지 무인 상점이 대체된다면, 사람의 온기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하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출생률도 계속 떨어진다는데, 고객까지 무인이 된다면 무인 상점들이 필요하지도 않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