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무릉도원이세요?

2023. 5. 9. 23:16DIARY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미용실에 갔다. 가족 일정에 맞춰 주말에 갔을 땐 대기가 길었는데, 평일엔 대기 손님이 없어서 바로 머리를 손질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대기 없이 빠르게 커트를 마치고 샴푸를 하는데 왜 하필 그때 그 농담이 생각이 났는지…

 

❝무릉도원이세요?❞

 

❝아.. 무릉… 네. 무릉도원입니다.❞

 

❝아니, 물 온도 어떠시냐구요?❞

 

❝…❞

 

오늘의 일기 - 무릉도원이세요?
사진: Unsplash 의 Giorgio Trovato

 

 

샴푸를 위해 샴푸실 의자에 누워 있는데, 미용사님이 물어보셨다. 정확하게 한 글자 틀리지도 않고…

 

❝물.온.도.어.떠.세.요?❞

 

이 평범한 대사에 그 농담이 오버랩 되면서, 샴푸를 마칠 때까지 강제 웃참 타임이었다. 머리를 감는 내내 그 '무릉도원' 농담은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되고, 웃참 실패로 샴푸실 의자에 누운 채로 움찔움찔했다. 샴푸를 마치는 5분간의 시간이 약 1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어디 불편한 데 있으세요?❞물어보는 미용사님께,

웃참하며 ❝아뇨. 구석구석 잘 감겨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상한 손님이라고 생각했겠지? 그래도 산뜻하게 머리하고, 샴푸도 잘 마쳐서 '무릉도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