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의 어린이날

2023. 5. 5. 22:37DIARY

부모님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자영업을 하셨다. 당시 대부분의 직장인이 주 6일 근무를 하던 때였는데, 부모님은 주말도 없이 주 7일 가게 문을 여셨다. 사실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는 쉬시는 법이 없으셨던 분들이셨다. 그런 부모님이 큰맘 먹고 가게 문을 닫는 날이 있었는데 그게 어린이날이었다.

 

쉬는 날도 없이 매일 가게를 운영하시다 어쩌다 쉬시는 날이면 우리 남매를 데리고 공원으로 수영장으로 놀이동산으로 다니셨다. 지금 주 5일 근무하면서 주말 이틀 쉬는 것도 모자란 우리 세대들은 따라가기 힘든 체력을 가지셨던 것일까. 그렇게 힘든 중에도 하루를 온전히 자식들을 위해서 내어주셨던 분들이셨다. 적당히 점심 먹고 돌아오는 일이 없었다. 종일 뛰어놀아 남매가 지쳐 떨어질 때쯤이면 해도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즈음엔 체력이 바닥난 나이들을 하나씩 둘러업고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셨다.

 

추억 속의 어린이날
사진: Unsplash 의 Hannah Morgan

 

손에 풍선, 바람개비, 인형을 들고 어색하게 V자를 그리며 찍힌 우리 남매의 사진이 부모님 앨범 여기저기 꽂혀있다. 놀이동산, 공원, 동물원을 배경으로 찍혀있는 우리 남매의 사진을 볼 때면 부모님이 우리 남매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주셨는지 다시 확인하게 된다. 거동이 매우 불편하신 할머니를 모시느라 엄마는 아직도 주 7일 근무다. 그래서 부모님의 모든 약속은 할머니를 편하게 모신 뒤로 미뤄져 있다. 조만간 고향 집에 들러서 부모님과 점심이라도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