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이 낀 연휴의 대출 목록 -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플러스 휴먼, MESSY
2026. 8. 20. 20:20ㆍDIARY
광복절이 낀 연휴였다. 도서관이 문을 닫는 공휴일과 정기 휴관일인 월요일을 요리조리 잘 피해 발걸음을 했다. 평소보다 한산한 도서관에서 복잡한 생각도 털어내고, 연휴 내내 짧은 여행으로 쌓인 피로도 느긋하게 녹여낼 작정이었다. 분명 다 읽은 책만 반납하고 가벼운 손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이번에도 보기 좋게 실패했다. 도서관 문을 나서는 지금, 내 손에 들려 함께 집으로 산책하는 녀석들은 다음과 같다.

-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김상욱, 동아시아, 2026.
바람에 마구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를 오일 파스텔로 거칠게 뭉개 그린 듯한 커버가 신착 도서 코너에서 눈을 사로잡았다. '변화의 시대,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라는 부제, 그리고 김상욱이라는 이름값. 지나칠 재간이 없어 가장 먼저 대출 목록에 집어넣었다. 대출 전 몇 개 챕터를 슥 훑었다. 주변의 온갖 현상을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다정하게 분해하는 저자 특유의 온기가 읽혔다. 마침, 나에게 필요했던 책이 제 발로 굴러온 기분이다. - 김미경의 플러스 휴먼 | 김미경, 어웨이크, 2026.
휴머노이드와 팔씨름을 하는 인간의 손. 이 노골적인 커버 디자인을 보고 AI 시대를 겨냥한 도서임을 알아채지 못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트렌드 변화에 누구보다 발 빠른 김미경 강사가 이번엔 AI 시대의 생존 전략을 들고나왔단다. 이번에도 아는 체를 하며 지나치기엔 조금 궁금했다. - MESSY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윌마, 2026.
하얀 바탕에 두꺼운 검은색 마커로 대충 그어 만든 듯한 심플함이 먼저 눈에 밟혔다. 표지 한가운데에는 다리 하나가 빠진 채 세 개의 다리로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스툴이 그려져 있었다. 요즘 내 입지 같아서 눈길이 좀 더 머물렀는지도 모르겠다. 검색해 보니 이미 10년 전에 나온 베스트셀러의 10주년 기념 개정판이란다. 모든 게 광속으로 휘발되는 시대에 10년 동안 살아남아 인간의 불완전함을 논하는 책이라면, 일단 빌려 가 주는 게 예의다.
비우려고 했다가 되레 무거워진 가방을 메고 집으로 향한다. 여행 피로를 풀려다 독서 노동을 자처하게 되었지만, 도서관이란 곳이 원래 그런 곳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