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점심 산책의 소소한 여운
2024. 11. 8. 00:13ㆍDIARY
점심 식사 후 마주하는 가로수길은 끊임없이 변하고, 때로는 새로운 얼굴로 다가온다. 좁은 골목길을 누비는 고급차의 굉음, 바퀴 소리와 함께 스쳐 가는 외국인 관광객들, 붕대 사이 작은 틈새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성형수술 회복자들 사이에서도 볼거리는 끝이 없다. 그래서 짧은 15분 산책 속에서도 그 길은 늘 다른 이야기를 속삭인다.
얼마 전 문을 열었던 패션 팝업 스토어가 사라지고, 이제는 맥주 브랜드의 팝업 준비가 한창이다. 쓰러질 듯 낡았던 한식집이 문을 닫자, 한 달도 되지 않아 햄버거 가게의 오픈런을 지켜볼 수 있는 곳—그 곳이 바로 가로수길이다.
오늘은 한적한 골목길에서 무료 포토부스를 발견했다.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파도가 부서지는 해안가, 높이 솟은 산봉우리, 그리고 단풍으로 물든 가을까지. 그 앞엔 소파 하나가 놓여있고, 혼자 사진을 찍는 이들을 위한 삼각대도 준비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셀카를 찍으며, 그 순간 속에 잠시나마 스며들었다.
날씨는 점점 더 차가워지지만, 이 산책의 여유가 사라지면 마음도 딱딱하게 굳어버리지 않을까 싶다.
내일은 또 어떤 골목에서 이야기를 만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