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방문객

2024. 11. 9. 16:34DIARY

정현종 시인은 ‘방문객’에서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일생이 함께 오는 일이라고 했다. 단순히 만나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의 경험과 기억, 감정이 모두 우리에게 닿는 일이며, 마치 나만큼이나 넓고 깊은 또 하나의 세계가 내 앞에 펼쳐지는 것과 같다. 우리가 타인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 그 사람의 내면 세계와 만나는 순간은 짧지만, 그 순간의 여운은 깊고도 진하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우주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누군가가 그 우주를 열어 보이며 다가올 때, 우리 삶도 조금씩 확장되고 더 풍성해지는 것이다.

 

사진: Unsplash의Casey Horner

 

그렇다면, 반대로 그 연결된 세계가 나의 우주에서 떨어져 나간다는 것은 어떠한 공허일까? 마치 밤하늘의 별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처럼, 나의 내면에 자리 잡았던 그 사람의 흔적이 점차 희미해지고, 결국엔 무한한 공간 속으로 조용히 사라져버리는 아득한 세계. 그 빈자리는 쉽게 채워지지 않으며, 때로는 오랫동안 우리 마음에 남아 있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 일생에 걸쳐 연결되고, 때로는 헤어짐을 통해 그 깊이를 깨닫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