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4. 17:25ㆍBOOK
2022년 11월 GPT–3.5를 기반으로 하는 ChatGPT는 등장과 동시에 세상의 모든 키워드를 삼켜버렸다. 바로 직전까지 IT업계 키워드로만 떠들던 메타버스, 웹3.0 등은 자취를 찾기도 힘든 수준이 되었다. ChatGPT 등장 이후 인공지능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저녁 식탁에서 식구들과 나누는 대화에도 ChatGPT, 인공지능, AI와 같은 단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족들과의 식사 시간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키워드의 등장과 동시에 인공지능에 대한 다양한 질문은 자연스럽게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 ChatGPT를 가족들에게 시연한 이후로 그렇게 되었다.
인공지능을 설명하는 건 쉽지 않다. 기술적 배경이 없는 가족들에게 기술 용어를 포함해서 설명하는 것도 맞지 않고, 그렇다고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전지전능'으로 설명하는 것도 적합하지 않았다. ChatGPT 이후 출판되는 인공지능 관련 서적은 모두 ChatGPT를 타이틀로 달고 있고, 실제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좀 더 개괄적인 인공지능에 관해 이야기할 책을 찾다가 재미있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괴물신입 인공지능 - 쫄지 말고 길들여라'는 인공지능을 만능 재주꾼으로 의인화해서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20가지 분야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괴물신입(인공지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를 설명한 책이다. 금융, 법률, 의료, 교육, 번역, 코딩, 보안, 쇼핑, 물류, 제조, 사무, 전략, 천문, 물리, 화학, 생명, 장인, 출판, 음악, 미술 등 20개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출판 시기가 2020년 2월이라 The OpenAI Impact(MIT 테크놀로지 리뷰 코리아 2023년 5·6월호 타이틀) 이전에 발행된 책이란 점도 책을 선택하게 된 다른 이유다. ChatGPT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수많은 변화를 겪고 있으면서 그 이전에 인공지능에 대해서 어떤 예측을 내놓았는지 비교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실제 책은 300페이지가 넘지만 다양한 사례와 참고문헌을 정리해 두어서 아주 빠르게 읽어 나갈 수 있었다.
어린 자녀나 나이가 많은 부모님에게 인공지능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야한다면 이 책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린 자녀나 부모님들에게 추천할 만큼 쉽지는 않다. 사례들을 이야기하고 인공지능은 과연 우리의 생계를 위협하는 라이벌이 될지,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도와주는 파트너가 될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 지은이 : 이재박
- 제목 : 괴물신입 인공지능 쫄지 말고 길들여라
- 출판사 : MID (엠아이디)
- 출판 연도 : 2020. 02.
- 페이지 : 총 347면
들어가며 : 인공지능은 천재적인 바보다
인공지능은 한시도 쉬지 않고 학습하면서 자신의 지식 체계를 무한 업데이트하여 믿을 수 없을 만큼 파괴적이고 천재적인 업무처리 능력을 보이지만, 자신이 발휘하는 놀라운 능력을 스스로 알아보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바보에 불과합니다. 말하자면 인공지능은 바보 온달입니다. 바보 온달의 잠재력이 평강공주를 만나고 나서야 빛을 발했듯 인공지능의 천재성도 인간과 함께할 때 비로소 그 의미를 갖습니다.
P. 13
금융 자동화, 이미 시작되었다
인공지능을 통한 금융의 자동화는 실질적인 서비스 운용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골그만삭스는 마커스 Marcus 라는 온라인 소매금융 플랫폼을 선보였습니다. 담당 직원은 놀랍게도 로보어드바이저 Robo-Advisor 입니다. 이 똑똑한 인공지능은 대출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고객 명단을 스스로 추려낸 다음 이메일을 보내 상품 영업을 하는 방식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대출 상품을 판매합니다.
P. 23
이와 관련해 가트너 Gather의 부사장 스티브 프렌티스 Steve Prentice는 2017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인공지능의 경제는 기존에 고급 전문직이 수행하던 업무를 값싸게 공급할 것이다. 지금은 고가에 제공되는 서비스일지라도 차차 수도, 전기, 가스와 같은 유틸리티로 변해갈 것이다.❞
P. 34
개인별 맞춤 교육, 현실이 될까
오늘날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과거와 미래가 뒤엉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항간에 회자되는 것처럼, 21세기의 학생을, 20세기의 교사가, 19세기의 학교에서 교육한다는 말은 그래서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P. 80
인공지능을 교육에 도입하는 것이 장점만 갖는 것은 아닙니다. 배움이라는 것은 배우고자 하는 동기부여에 기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 학습자가 기계로부터 적당한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을지 등에 관한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인간 선생님과 인공지능의 역할 분담에 대한 문제도 남습니다. 지식 전달자로서 교사와 인공지능의 역할을 어떻게 분담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P. 84
❝지금까지의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가 블루칼라의 혁신이었다면 RPAI(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 인공지능)는 화이트칼라의 업무를 혁신하게 될 것이고 인류는 지성을 활용한 새로운 영토를 찾을 것이다. 우리는 늘 그래왔다.❞
P. 165
❝사용자가 검색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 검색 엔진의 최종 목적이며, 검색의 미래는 검색을 '덜'하게 만드는 것이다.❞
P. 169
이 책이 소개될 때만 해도 오픈에이아이의 GPT–2 버전을 소개한 부분이 나왔다. 지금 GPT–4 버전이라 버전 차이는 크지 않아 보이지만, 그 성능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크다고 봐야겠지.
2019년 2월, 카파시가 연구원으로 몸담기도 했던 오픈에이아이의 블로그를 통해 한 편의 글과 논문이 공개됩니다. 첫 문단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인공지능 GPT–2에게 인터넷에 올려진 글 40기가바이트를 학습시킨 다음 단순하게 앞 단어 다음에 어떤 단어가 나오면 좋을지를 예측하게 했을 뿐인데, 악용될 소지가 우려될 정도로 성능이 너무 좋아서 학습된 모델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P. 253
만일 앞으로 우주음악대회가 열려서 지구를 대표하는 음악을 새롭게 만들 작곡가를 뽑아야 한다면, 그 작곡가로 인간을 선택하는 게 좋을지 인공지능을 선택하는 게 좋을지를 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P. 278
뛰어가는 사람보다 자동차를 타고 가는 사람이 더 빨리 갈 수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합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문제를 내 머리로만 풀 때보다 인공지능과 함께 풀 때 더 빠르고 정확하게 풀 수 있는 것도 당연합니다. 당신의 마음 속에서 '두려움'이나 '대체' 따위의 키워드는 지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가능성'과 '함께'라는 키워드를 아로새기기를 당부합니다. 변화가 불가역적이라면 그것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수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의 두려움이 봄날의 눈처럼 녹아내렸기를 기대해 봅니다.
P. 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