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트위터 - 정유민

2023. 5. 6. 23:12BOOK

오랫동안 IT업계에 몸담고, 콘텐츠 마케터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셜 미디어의 흥망성쇠를 지켜보게 되었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으로 이어지는 흐름. 그 사이사이에 반짝 떠올랐다가 아주 빠르게 가라앉은 수많은 소셜미디어가 있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소셜미디어라면 당연히 트위터블루스카이가 아닐까?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마치고 약 6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지금의 트위터는 그 이전과 너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트위터를 떠나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고, 그 사람들이 다음 목적지로 생각하는 게 블루스카이다. 물론 재미있는 사실은 지고 있는 트위터와 새롭게 떠오르는 블루스카이 이 두 서비스에 교집합에 잭 도시(Jack Dorsey)가 있다.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Jack Dorsey)가 일론 머스크가 망가뜨리고 있는 트위터를 보면서 트위터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새로 만든 서비스가 바로 블루스카이라는 사실. 잭 도시는 트위터를 하나의 회사가 운영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믿는 인물이다. 그래서 잭 도시는 블루스카이를 트위터와 매우 비슷한 사용자 경험을 넣으면서도 서비스 권한을 탈중앙화, 분산형으로 구상했다. 블루 스카이에서는 AT Protocol(앳 프로토콜)의 규격만 지원하고, 누구나 서버를 이용해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비슷한 분산형 서비스로 2022년 연말부터 이슈가 된 Mastodon(매스토돈)도 트위터 이주민들의 정착지가 되고 있다. 하지만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의 영향력 때문인지 블루스카이는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블루스카이는 현재 기존 가입자들에게 초대장을 배포해 친구를 초대하는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나도 그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두고, 지인 중에 초대장이 있는 사람이 없나 찾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었다. 내가 트위터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재미와 140자로 한정된 메시지, 수정이 불가능한 낙장불입 스타일의 정책 등이 다시 떠올랐다.

 

작가님은 책날개에 소개한 내용에서 회사 업무로 반강제로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다가 본업보다 트위터가 더 재미있었다고 했다. 나랑은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활용하던 트위터가 클라이언트 블로그 콘텐츠를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고민했고, 제안했다. 그렇게 나의 재미였던 트위터가 내 업무로 들어왔다.

 

트위터를 떠나기 전에 트위터와의 마지막 추억을 되새김질해 볼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아무튼, 트위터 - 정유민

 

  • 지은이 : 정유민
  • 제목 : 아무튼, 트위터
  • 시리즈 : 아무튼
  • 출판사 : 코난북스
  • 출판 연도 : 2018. 08.
  • 페이지 : 총 140면 

 

트위터가 처음 등장할 무렵의 분위기를 작가님은 아랫글에서 잘 설명해주셨다.

 

사실 블로그에 익숙해지는 것도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개인 홈페이지를 시작으로 카페나 아이러브스쿨, 프리챌 같은 커뮤니티를 거쳐 싸이월드 같은 개인 미디어까지 도달하긴 했다. 그런데 블로그는 신변잡기가 아닌 정보를 중심으로 하는 텍스트와 이미지로 가치를 창출해야 했다. 인터넷에 익숙한 나에게도 블로그는 또 하나의 산이었다. '블로깅' 혹은 '포스팅'이라는 새로운 용어에 익숙해져야 했다. 트랙백은 뭐고 RSS는 또 뭐란 말인가.

지금 생각하면 개인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읽고 서로 소통한다는 기본 포맷은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시대를 앞질러 가는 프런티어들은 새로운 미디어가 출현할 때마다 늘 같은 것을 다르게 이름 짓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과장되게 부르짖었다.

그렇게 겨우 블로그라는 뉴미디어에 익숙해졌을 무렵 트위터와 페이스북이라는 이름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블로그랑 비슷하지만 트위터는 한 포스트에(블로그에 익숙해진 당시의 나에게 게시물은 포스트였다) 140글자만 쓸 수 있다고 했다. 국내 독자들에게 이 낯선 이 신문물을 소개하기 위해 '마이크로블로그', '미니블로그'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말 그대로 피식 웃었다.

❛실리콘밸리 너드 놈들, 진짜 가지가지 한다.❜
P. 18 - 19

 

 

이 책이 출간되고도 5년이 흘렀다. 그 사이 강산도 반쯤 변했는데, 트위터의 변화는 더욱 큰 것 같다. 작가는 트위터를 통해서 최소한의 노력으로 FOMO를 이겨낼 수 있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과연 유효할까?

트위터는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피로를 최소화하면서도 누군가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그러니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할수록, 적어도 내가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존재는 아니라는 위안에 빠지는 것이다. 물론 나만의 착각에 불과하겠지만.

그래도 지금 내가 손을 뻗을 수 있는 가장 쉽고 재미있는 사회적 교류의 장이 트위터인 것만은 분명하다. 직장 생활의 불편한 인간관계 때문에 소진되는 에너지가 없으므로 이토록 정성스럽게 트위터를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아닐까. 상사의 히스테리, 저자의 갑질을 견디는 것에 비하면 황당한 계정들을 차단하거나 언팔하는 것쯤이냐 그리 큰일도 아니니까.
P. 90 - 91

 

SNS에 몰두하면 우울해진다고들 한다. 자신이 행복한 순간만을 선택적으로 전시하기 때문에 남의 SNS를 보면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것처럼 보여서 내 삶이 불행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과거 싸이월드가 한창 흥하던 시절부터 꾸준히 있었다. 나는 대체로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러나 적어도 트위터만큼은 거기서 예외가 아닌가 생각한다. 트위터에서 타인의 계정을 보면서 느낄 박탈감이란 게 있다면, 이런 것이다.

  1. 나는 왜 저런 재밌는 드립을 치지 못했는가
  2. 나는 왜 일본 여행 중이 아닌가
  3. 나만 고양이 없어!

자신의 우울을 마음껏 내보이고 아무 말도 막 던져보는 '빻은' 자들을 탄탄한 논리로 응징하기도 하는 타임라인을 보며 과연 내 삶이 남들에 비해 보잘것없다고 느끼게 될까. 상대적 박탈감도 패배감도 느끼지 못하도록 일상을 평균치로 다듬어서 하나 마나 한 푸념과 응원을 주고받는 것보다 이편이 훨씬 더 평온하지 않은가.
P. 126 - 127

 

 

2018년. 이미 이때부터 트위터 사용자들은 트위터의 마지막을 예상하였다. 작가 역시 그렇지 않기를 바랐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맞아 버린 예언이 되어 버렸다. 물론 그때는 일론 머스트가 트위터를 인수하리라고 생각도 못 했겠지만 말이다.

물론 트위터도 언젠가 지금과는 달리 변형되거나 아예 사라질 것이다. 수많은 서비스가 탄생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웹 세계에서 트위터만 영원하란 법은 없다. 눈만 뜨면 휴대폰을 들고 트위터 앱을 켜는 중독자로 살고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서비스로 스르륵 갈아타고는 트위터를 퇴물 취급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대로 멍석을 깔아주는 서비스라고 멋대로 생각해버리지만 트위터도 어쩔 수 없는 기업이라는 것도 안다. 그러니 경영의 파도가 몰아치는 대로 휩쓸려 가게 될 것이다.
P. 138 - 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