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온라인 커뮤니티가 인기를 끄는 이유

2024. 1. 24. 23:41DIARY

퇴근 시간쯤 함께 일했던 후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저녁 식사로 이어졌다. 원래도 일이 많았는데, 연말연시에 몰리는 일이 많아 주말까지 반납하고 출근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후배는 매우 꼼꼼히 일을 챙기는 스타일이라 몰려오는 업무들을 거부하지 못하고, 하나하나 챙기고 있는 것 같았다. 문제는 이런 걸 어디 얘기하지도 못한다는 사실. 식구들에게는 직장에서의 어려움을 굳이 얘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사무실에서도 어린 팀원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많아 본인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상대가 마땅히 없는 것 같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야근해야 하는 후배는 커피가 필요하다며 자연스럽게 커피숍까지 이야기가 이어졌다. 사실 내가 한 건 그 녀석의 어려움을 들어주는 게 전부였다. 그 녀석이 가장 필요했던 건 여유였을 것이다. 그런데, 답답함을 토로하고, 어려움을 나눌만한 사람이 더 필요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눈 그 녀석은 조금은 밝아진 얼굴을 하고 야근을 위해 사무실로 돌아갔다.

 

오늘의 일기 - 온라인 커뮤니티가 인기를 끄는 이유
사진: Unsplash 의 Mario Purisic

 

 

집으로 오는 길에 그 후배의 상황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빗대서 생각해 보았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 최근에 이슈가 많이 몰리는 커뮤니티를 생각해 보면, 자신의 어려움을 나누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자영업자,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직장인들과 함께 자기 생각을 나누려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회사에서 만난 사람은 업무적으로만 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업무 외 친목 활동이 꼭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슷한 상황에 있어 나의 어려움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 후배 녀석도, 나도 그리고 당신도 우리의 어려움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꼭 찾았으면 좋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을 수 있겠지만, 우리 주변에 잘 찾아보면 한 명씩은 있지 않을까? 차가운 겨울 날씨를 뚫고, 오늘 그 녀석을 만난 건 잘한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