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사전 - 홍한별

2023. 3. 27. 21:06BOOK

아무튼, OO 시리즈를 즐겨 읽는다. 카페에서 2시간 내외로 다 읽어버릴 수 있는 정도의 가벼운 분량의 책에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매번 놀라면서 읽는다. 번역가로 활동하시는 작가님은 가까이 두고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전이란 친구에 관해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는데, 이제는 어디에 두었는지 찾기도 어려운 사전을 다시 찾아봐야 할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하는 책이었다. 물론 사전을 찾지는 않았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인공지능이 내가 알지도 못하는 수십 가지의 의미 중에 가장 좋은 걸 추천해주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까.  

 

아무튼, 사전 - 홍한별

  • 지은이 : 홍한별
  • 제목 : 아무튼, 사전
  • 시리즈 : 아무튼
  • 출판사 : 위고
  • 출판 연도 : 2022. 10.
  • 페이지 : 총 156면 

아래는 작가님이 소개해준 사전 이야기 중 특히 흥미를 느낀 부분이다.

 

나는 당장 읽지도 않을 책들을 사서 책꽂이에 꽂아놓는 것도 좋아하는데, 책을 일종의 외장 메모리로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머리에 꽂으면 내 지식이 되는 메모리스틱처럼 여긴다. 그중에서도 모든 지식을 집대성한 사전이 집에 있다면, 테라바이트급의 메모리스틱을 갖고 있는 셈이니 얼마나 든든한가(언제 머리에 꽂을지는 알 수 없지만).

P. 20
vocabulary.com은 매우 생생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단어를 설명해준다. 이를테면 'humiliation'을 찾으면 이런 정의를 읽을 수 있다. "강력한 당혹감과 굴욕감 - 6학년 때 엄마가 친구들 앞에서 얼굴을 닦아주면서 '우리 귀염둥이'라고 불렀을 때 느끼는 감정처럼."

'coarse'를 찾으면 이렇게 나온다. "당신은 접시를 혀로 핥고 소매로 코를 닦는 등 대체로 얼간이 처럼 행동합니까? 당연히 아니겠지요. 당신은 온라인 사전을 읽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만에 하나 이런 행동을 한다면 'coarse'한 사람이 됩니다." 단어를 설명하면서 동시에 이 정의를 읽는 사람을 살짝 비행기 태워즈는 기분 좋은 정의다.

'cat'을 찾으면 "종일 당신 키보드 근처에 드러누워 가르랑거리는 고양잇과의 네발 동물을 뭐라고 부르나요? 당신은 '플러피'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도 있겠지만 'cat'이라고 합니다. 만약 반려 고양이를 들이려거든 '야옹'거리는지 꼭 확인하세요. 사자, 호랑이, 재규어 등 고양이과 같은 과에 속하는 다른 동물들처럼 '으르렁'거리면 곤랍합니다."와 같은 유용한 조언이 나온다. 이쯤 되면 이 정의 뒤에 있는 사람이 궁금해진다.

P.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