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인터넷에서 시작되었다 - 김경화
2023. 3. 25. 19:40ㆍBOOK
❝ 만약 1980년대 대학생에게 ‘스마트폰’을 설명해야 한다면 어떻게 시작할래? ❞
몇 년 전 친구에게서 받은 이 질문에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인터넷으로 꽤 오랫동안 밥벌이를 하고 있으면서도 이 질문에 대답은 쉽지 않았다. 2020년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부모님들께도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1980년대 사람이 대상이라면 완전 다르다. 우리나라에 인터넷도 없던 시대의 사람들에게 세상의 모든 정보와 데이터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네트워크를 타고 누구나 들고 다니는 작은 단말기에 전달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설명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1980년대 대학생을 만나 ‘스마트폰’을 설명해야 한다면, 이 책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 대학생은 믿을 수 없는 40년 후의 미래 사회에 적잖이 충격을 받겠지만 말이다.
- 지은이 : 김경화
- 제목 : 모든 것은 인터넷에서 시작되었다
- 출판사 : 도서출판 다른
- 출판 연도 : 2020. 09.
- 페이지 : 총 238면
아르파넷은 바깥세상에서 괴짜 취급을 받던 컴퓨터 엔지니어가 친구를 사귀기에 딱 좋은 놀이터였던 셈이다.
1973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르파넷 전체 트래픽(네트워크로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의 4분의 3은 이메일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자 메시지 교환이 차지한다. 그 내용도 특정 연구 분야에 대한 토론이 아니라 친구나 동료로서의 대화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중에서도 아르파넷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한 토론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P. 40
누가 이런 제안을 했다. ‘아르파넷의 이용자 중 누군가를 특정해서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이때는 이용자 이름 뒤에 골뱅이@ 기호를 붙인 뒤 그 뒤에 컴퓨터 이름을 붙이자’ 그렇다! 현재 전 세계 이메일 이용자가 사용하는 바로 그 형식이다. 하지만 컴퓨터 시스템에서는 @ 기호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그 시스템을 사용하는 일부 이용자로부터 반대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작동을 일으키는 시스템 이용자가 절대적으로 적으니 그냥 @ 기호를 사용하자는 제안이 힘을 얻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수파의 편의를 위해 소수파가 소외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문제가 제기 되고 이를 둘러싼 토론이 격렬하게 벌여젔다. 게시판 논쟁을 통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P. 41
스팸메일의 사례가 전형적으로 보여주듯, 인포데믹 현상은 대부분 인터넷의 독특한 비용 구조에서 발생한다. 일부를 ‘나쁜 놈’이라고 치부하고 처벌하는 것보다, 인터넷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선에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 현명하다.
P. 53
인터넷이 바꾸어놓은 일상의 시계
예전에는 조간신문을 읽으면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알았다. 점심때는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가요를 듣고, 오후 9시에 TV 뉴스를 보면서 하루를 정리했다. 심야 시간에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영화음악을 듣고, 주말에는 주말드라마를 보며 한 주를 마감했다. 골수 음악팬을 위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한밤중에 편성되어 졸린 눈을 비비며 잠을 쫓는 일도 있었다. 말하자면 예전의 삶은 신문, TV, 라디오와 같은 매스미디어의 편성 시간에 맞춰 돌아갔다.
이제는 조간신문이나 저녁 뉴스를 기다리지 않는다. 인터넷 브라우저 속에 시시각각 뉴스가 업데이트되기 때문이다. 보고싶은 영화, 드라마, 연예 프로그램을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시청할 수도 있다. 영상을 잠시 멈추거나 앞뒤로 돌려 노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프로그램 편성 시간에 맞춰 라디오 앞에 앉지 않아도 언제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인터넷 시대, 일상의 시계는 전적으로 개개인의 입맞에 맞춰져 있다.
P. 66
인터넷에서는 검색창에 키워드만 입력하면 수백수천 건도 넘는 관련 정보가 순식간에 준비된다. 웹사이트는 분초를 다루며 업데이트되고, 이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SNS 타임라인에는 정보가 올라오고 사라진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인터넷 시대의 정보는 처치 곤란한 물건처럼 느껴진다. 지긋지긋한 생활환경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P. 78
미디어 리터러시라(Media Literacy)는 개념은 ‘매스미디어를 바르게 수용하기 위한 시청자, 또는 독자의 교양’이라는 맥락에서 시작되었다.
인터넷 시대에는 범위가 더욱 넓어진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또는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Digital Media Literacy)’라는 말이 등장했다. …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개념은 이 양날의 칼을 어떻게 하면 잘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이른다. 한편으로는 미디어를 적극적•창조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거짓 정보나 사이버범죄에 속지 않도록 디지털 기술과 정보네트워크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
P.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