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좀 특별한 모임

2023. 7. 18. 23:11DIARY

5년 전이었지. 광고주가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있었다. 해외로 탐험을 떠나는 탐험대를 지원해서 기업의 브랜드 메시지를 담은 해외여행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젝트였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기대했던 목표에 한참 미달하는 광고 효과와 뼈저린 실패를 통해 값비싼 교훈만 남겼었다. 그 프로젝트에 꽤 많은 사람이 함께 했었다. 현지에서 보내오는 영상을 편집 / 가공해서 콘텐츠를 만들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여러 사람이 있었다. 그 프로젝트에서 내가 맡은 업무는 그렇게 다양한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콘텐츠를 아카이빙해서 사용자들에게 보여주는 프로젝트 사이트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업무였다.

 

꽤 오랫동안 준비했던 프로젝트는 여러 사람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갔다. 어려운 역경 속에서 동료애도 피어나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목표했던 곳에서 멋지게 메시지를 공개하는 … 하지만 환경이 너무 나빴다. 촬영한 영상을 한국으로 전송받는 것부터 어려움이 있었다. 바디 캠으로 종일 촬영한 엄청난 크기의 영상은 느려터진 인터넷 환경으로 한국에 전송하기에는 수면 시간만으로 부족했다. 현지에서는 촬영한 데이터를 전송하는 것도 그러면서 카메라 장비들의 배터리를 충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 하루하루 피로가 더해지는 건 피할 수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탐험대 내부에서 약간의 분란이 있었고, 탐험대원이 실종되는 사건도 있었다(다행히 무사히 발견되었다). 프로젝트 종료 일주일을 남긴 시점에서 탐험 대원 한 명은 탐험을 포기하고 단독으로 조기 귀국하는 사태를 겪으면서 콘텐츠를 만드는 팀원들과 채워 넣을 스토리가 부족한 사이트 관리 담당자인 나는 매일 탐험대 못지않게 힘든 탐험을 한국에서 하고 있었다.

 

오늘의 일기 - 좀 특별한 모임
사진: Unsplash 의 Mohammad Alizade

 

그렇게 프로젝트가 의미 있는 결과를 남기지 못하고 끝나버렸지만, 그때 탐험대의 뒤에서 각자 자신의 탐험을 했던 사람들과의 인연은 지금까지도 이어가고 있다. 일 년에 한 두 번씩 만나는 이 모임은 약 두 달 정도 전에 모임 공지가 올라오고 일정 조율을 시작한다. 이 특별한 모임에서 오늘 새로운 의제가 발의되었다. 그때 제대로 마치지 못한 그 탐험을 우리가 다시 가서 끝내보는 건 어떻겠냐는 의견이었다. ㅎㅎㅎ 전문 탐험가들이나 가능한 탐험 코스인데, 그 어려운 코스를 일반인인 우리가?? 0_o! 그래도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건 그때 그 탐험대원들과는 달리 싸우고 중간에 파토를 낼 사람도 없다는 점과 만약 싸우더라도 이성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탐험이란 어려움이 닥치면 몰랐던 서로의 단점만 발견하게 될지. 탐험은 좀 더 고민을 해보자고 했지만, 이 사람들과의 이 만남은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 계속 비 내리면서 흐렸던 하늘이 오랜만에 오늘의 만남을 축복하듯 맑게 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