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6)
-
오늘의 문장 - Disconnect to connect yourself
하루 종일 울리는 알림 소리에 마음이 묶였다. 이메일, 메신저, 전화가 쉼 없이 오가며 나를 광고주와 동료들에게 연결한다. 그러나 그 연결의 끝에 남은 건 내게 주어진 시간이 아닌, 타인에게 쏟아부은 에너지만이었다. 마치 스위치가 고장 난 기계처럼 멈출 수 없던 나는 퇴근길에 겨우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책장을 넘기며 문장 속에 스며드는 순간, 비로소 느꼈다. 디지털의 얇은 실타래가 걷히고, 마음속에 오래도록 묵혀둔 나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문자와 이미지로 가득했던 화면 속 세계는 가라앉고, 단어 하나하나가 내 안의 공간을 열어 주었다. 나는 읽고 있는 동시에 나를 읽었다. 그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만날 수 있었다. 그 때 마침 눈에 들어온 한 문장. ❝ Disconnect to Conne..
2024.11.18 -
오늘의 일기 - 월요일 출근길에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편안한 주말을 보내고 맞이하는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필요한 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시원하게 한 잔 마시고 화장실 다녀오면, 주말 동안 몸에 쌓여있던 편안함, 안도감도 함께 배출되는 느낌이다. 월요일 출근길에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직장인으로 다시 돌아오는 리셋 버튼이다.
2024.03.04 -
오늘의 일기 - 겨울이 오는 소리
논현역에서 지하철을 내려서 언덕길을 내려가면, 한강에 가까운 신사역 사거리를 지나게 된다. 여름엔 한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이 이렇게 세게 부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그냥 시원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아침 출근길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그 바람이 왜 그렇게 차갑고 강하게 부는지. 신사역을 지날 때마다 참 매정한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겨울이 오는 길목에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인지, 신사역 주변 나무들은 잎이 많이 떨어졌고, 여름내 가려져 있던 하늘이 앙상한 가지 사이로 조금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떨어진 낙엽들은 부지런한 환경미화원들 덕분에 많지 않지만, 지나간 뒤에 남겨진 낙엽들은 특유의 소리가 있다. 바스락까지는 아니고, 약간 부스럭정도. 부스럭 부스럭 소리를 내는 낙엽들을 밟다 보면 겨울..
2023.11.21 -
오늘의 일기 - 출근길에 만나는 사람들
매일 아침 비슷한 시각에 버스를 타고 지하철 종점으로 향한다. 지하철 종점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정해진 시각에 승객을 태우고 출발한다. 많은 승객이 내리고 타기를 반복하고, 비슷한 시각에 내가 내려야 하는 역으로 나를 데려다준다. 지하철을 내린 나는 정해진 출근 시간에 늦지 않게 비슷한 속도로 회사로 이동한다. 이런 비슷한 패턴들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버스에서 만나는 사람들, 지하철 종점에서 만나는 사람들, 지하철역을 내려서 회사까지 걸어가는 동안 만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복장이 바뀌고, 그날의 기분에 따라 표정이 다르긴 하지만, 그런 세세한 변화를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주 봐서 얼굴이 익은 사람들이 있다. 여러 번 만나 나에게는 익숙한 그들. 그 사람들에게도 내가 자주..
2023.10.24 -
오늘의 일기 - 출근길에 만난 아기새
출근길 지하철은 왜 이렇게 붐비는지, 가방에 넣고 간 책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지하철에서 잠이 들었다. 부족한 수면 시간을 출근길에 채우고 가뿐한 발걸음으로 회사로 향했지만, 여전히 눈은 반쯤 감겨있었던 것 같다.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봐도 나랑 크게 다르지 않은 표정으로 바쁜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때 발아래에서 뭔가 움직이는 느낌에 눈을 크게 떴는데, 엄지손가락 2개 정도 크기의 작은 새가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옆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어쩌다 사람들 많은 거리 한복판에 내려앉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모른척하고 지나가면, 사람들 발에 밟히거나, 주변을 지나가던 포식자의 먹이가 될 게 뻔했다. 그래서 아기새가 놀라지 않게 살짝 쓰다듬어 주고, 부드럽게 잡아서 올렸다. 주변을 보니 내..
2023.10.11 -
오늘의 일기 - What's in my bag on Mondays!
평소 같지 않게 오늘은 기상 시간부터 힘이 들었다. ❛일요일인데 왜 휴대폰 알람이 울리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알람을 끄는데, 휴대폰은 월요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 출근하는 날이다. 그렇게 5분을 더 누워있다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월요일이니까 다른 날보다 출근 가방에 챙겨야 할 게 더 많다. 혹시나 주말에 작업할 일이 생길지 몰라서 가져온 맥북과 어댑터가 가방에 크게 무게를 더하는 날이다. 그리고 금요일에 챙겨왔던 텀블러도 가져가야 한다. 사무실에선 가능한 텀블러를 이용해서 물을 마시거나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그리고 주말의 피로를 풀어줄 'Maxim 슈프림골드' 커피믹스도 두 개 챙긴다. 사무실에선 꼰대 입맛이라고 놀림 받을까 봐 하나씩만 꺼내서 마시고 있다. 가끔 피곤해하는 사무..
2023.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