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출근길에 만난 아기새
2023. 10. 11. 23:52ㆍDIARY
출근길 지하철은 왜 이렇게 붐비는지, 가방에 넣고 간 책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지하철에서 잠이 들었다. 부족한 수면 시간을 출근길에 채우고 가뿐한 발걸음으로 회사로 향했지만, 여전히 눈은 반쯤 감겨있었던 것 같다.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봐도 나랑 크게 다르지 않은 표정으로 바쁜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때 발아래에서 뭔가 움직이는 느낌에 눈을 크게 떴는데, 엄지손가락 2개 정도 크기의 작은 새가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옆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어쩌다 사람들 많은 거리 한복판에 내려앉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모른척하고 지나가면, 사람들 발에 밟히거나, 주변을 지나가던 포식자의 먹이가 될 게 뻔했다. 그래서 아기새가 놀라지 않게 살짝 쓰다듬어 주고, 부드럽게 잡아서 올렸다. 주변을 보니 내 키 높이의 나무가 보였고, 비교적 안전해 보이는 나뭇가지에 녀석을 살짝 내려놓았다. 사람 손 타서 냄새가 남을까 싶어 얼른 내려주고, 주변을 살폈다. 애타게 아기새를 부르는 엄마 새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을 듣고는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다.
아침 출근길에 만난 아기새는 엄마를 만나서 다시 따뜻하고 안전한 둥지로 돌아갔을까? 아니면 내 키높이의 나무에서 엄마와 같이 날개 퍼더덕 연습을 더 하고 날아갔을까? 아기새가 놀랄 것 같아서 나무에 올려주고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사진만 한 장 남겨두었는데, 무사히 잘 지내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