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쓰는 법 : 매일 쓰는 사람으로 성찰하고 성장하기 위하여 - 조경국

2023. 5. 16. 18:44BOOK

서점을 방문하면 매번 비슷한 코스로 순회한다. 일단은 신간 코너. 최근 출판 동향을 살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 살펴볼 수 있다. 다음으로 업계 관련 서적 코너.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확인한 업계 지인들의 출판물, 최근 기술 동향에 관한 서적들을 천천히 살펴보고 필요한 것을 주워 담는다. 그러고 나서 소설, 에세이 코너로 간다. 긴장을 풀고 쉽고 편하게 읽을거리를 찾는다. 이때 아무튼(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시리즈와 땅콩문고(유유) 시리즈의 신간도 빠짐없이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잡지 코너로 가서 해외잡지에 주요 이슈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순회를 마무리한다.

 

『일기 쓰는 법』은 매번 제목을 유심히 보면서도 선뜻 열어보지 않았던 책이다. 일기는 나도 꽤 오랫동안 쓰고 있다고 자만해서였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블로그를 ‘한줄일기’로 시작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100일 일기 쓰기 프로젝트'를 개인적으로 시작하고 나서 일기가 더 무겁게 다가왔다. 하루 한 줄이라도 남기겠다고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 최근에 쓴 내용을 보면 꽤 길어졌다. (어쩌다…) 그래서 일기를 꾸준히 쓰기 위해 원동력을 찾고, 동기부여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책을 열었다. 그래서 이 책이 도움이 되었냐고? 물론! 『일기 쓰는 법』은 당연한 말이겠지만 일기를 쓰는 방법을 아주 구체적으로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작가가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는 '글 쓰는 법'이 아닐까 싶다. 일단은 저자와 독자가 동일한 '일기'부터 시작해서 다른 독자들을 위한 글쓰기까지 갈 수 있는 그 첫걸음으로 일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작가가 다른 많은 작품을 인용하고 있다. 소설 『설국』, 몰스킨 노트에 관한 내용은 브루스 채트윈의 『송라인』부터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전쟁일기』,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안네의 일기』, 숀 비텔의 『서점일기』 등 다양한 작가들의 일기도 인용하고 있다. 아! 글쓰기 관련한 책도 자주 인용하고 있어서 글쓰기를 시작하는 독자에게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일기 쓰는 법 : 매일 쓰는 사람으로 성찰하고 성장하기 위하여 - 조경국

 

  • 지은이 : 조경국
  • 제목 : 일기 쓰는 법 - 손으로 마음을 전하는 일에 관하여
  • 시리즈 : 땅콩문고
  • 출판사 : 유유
  • 출판 연도 : 2021. 12.
  • 페이지 : 총 183면 

 

들어가는 말

하루 한 페이지, 무슨 일을 했고, 누굴 만났고, 무얼 먹고,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가졌는지 정리하는 시간은 넉넉하게 잡아 30분이면 충분합니다. 그 시간을 내기 힘들 정도로 바쁜 분도 있겠지만 매일 그렇지는 않겠죠. 사실 일기를 쓰지 않던 시절에도 잡다하게 무언가 쓰거나 사진을 찍거나 오래된 물건을 수집하길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깨진 그릇의 파편 같더군요. 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일상을 온전한 기록으로 남기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하찮게 여길 만한 일들도 기록해 둔 덕분에 ‘풍요로운 과거’를 가지게 됐죠.
P. 10 - 11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기를 써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일기는 현재의 나를 흔들리지 않게 잡아 주죠. 그리고 하루를 정리하며 조금씩 어긋나는 일상의 궤도를 바로잡을 여유를 줍니다. 일기를 쓰며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이 뒤섞였던 일상을 차분하게 돌아볼 수 있죠. 삶은 항상 예측 불가능하고 나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습니다. 일기는 내 삶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 주는 방향타입니다.
P. 12

 

작가는 아래 문단에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일기를 쓰는 게 글쓰기의 출발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잘 쓰지 못해도, 하루 한 줄이라도 매일 일기를 쓰겠다고 이 한줄일기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글을 쓰고 싶은 분들은 일기부터 써보면 어떨까요. 글쓰기도 근육이 필요합니다. 재능이 있어 처음부터 훌륭한 글을 쓰는 사람도 있겠지만 훈련 없이는 잘 쓰기 힘듭니다.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철봉에 매달려 용을 써도 턱걸이 한 번 하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꾸준히 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짧게라도 매일 꾸준히 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짧게라도 매일 꾸준히 쓰는 일기가 가장 효율적인 글쓰기 연습이라 생각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조언과 방법들이 수없이 많지만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소용이 없습니다. 일기는 글쓰기를 위한 출발점인 셈이죠.
P. 27

 

새로 산 일기장을 무엇으로 채울까 고민하고 있다면 먼저 메모를 시작하고, 살을 붙일 내용을 찾으면 됩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여백을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쓰기 싫거나 정말 아무 일이 없을 때는 쉬는 것도 방법입니다. 언제든 또 일기장을 펼쳐 다시 쓰기 시작하면 되니까요.
P. 54

 

어떤 도구를 사용하든 착실하게 꾸준히 기록하는 것이 최선이고,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효율은 떨어지지만 보관에 더 유리하다는 겁니다. 기능이 많고 저장 공간이 넉넉하다 해도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물성을 가진 일기장을 완벽하게 대신할 수는 없죠. 아무리 기록을 남기더라도 제대로 분류되지 않고 검색할 수 없다면 디지털 기록은 무용지물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일기장과 노트를 첫 번째로 두고 앱이나 SNS를 두 번째 기록 도구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P. 69

 

일기 쓰기로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일기는 특별한 훈련을 하지 않아도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장르여서 그런 것이지요. 일기는 정직하게, 꾸밈없이, 실감 나게, 자기 자신의 언어로 자연스럽게 쓰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렇게 쓰다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같은 사람이 쓴 일기가 완연히 달라집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다양한 경험이 쌓이고, 어휘와 지식이 늘고, 감정이 깊고 풍부해지며 일기의 주제, 표현 방식, 문장 스타일 등 모든 것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교보문고 북뉴스』 2015년 7월 17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3」
P. 76

 

일기를 쓰는 중요한 이유는 과거를 기억하기 위해서죠. 일기를 쓰지 않아도 기억할 수 있지만, 일기를 썼기 때문에 더 생생하게 과거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일기로 소환된 기억에는 행복과 슬픔이 뒤섞여 있죠. 일기는 현재의 나를 기록하는 것이지만 과거의 삶을 반추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옛 일기를 들추면 그때 내가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생각을 품었는지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일기를 쓰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많은 ‘과거’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건 값을 매길 수 없는 자산입니다. 책을 덮고 잠시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삶의 중요한 순간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다시 글로 옮길 수 있는지요. 중요하지 않아도 소소한 행복을 안겨 주었던 날이 어땠는지 기억나는지요. 하루만 지나도 우리의 기억은 선명하지 않고 세월이 지날수록 옅어집니다. 하지만 일기장을 펼치면 방금 있었던 일인 것처럼 다시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일기는 어쩌면 타임머신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P. 81 - 82

 

이 책의 마지막은 작가만큼 일기를 열심히 쓰시는 ‘일기러’ 3명의 인터뷰가 들어있다. 이 인터뷰에서도 일기에 관한 재미있는 의견을 읽을 수 있으니 빠뜨리지 말고 읽어 보면 좋겠다.

 

Q. 꾸준히 일기를 쓸 수 있는 노하우,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김동규   일기를 꾸준히 쓸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꾸준히 써야 한다는 부담에서 자신을 놓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쓰지 않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해요. 그렇나 그렇다고 해서 아예 손을 놓아 버리면 안 되니까 적어도 일주일에 한 편쯤은 쓴다는 원칙 정도는 지키려고 노력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러면 1년에 50편 정도 쓰겠지. 1년에 50편의 글이 결코 적은 건 아니니까요. 10년이면 500편이나 쌓이고, 1편에 2쪽씩만 잡아도 1,000쪽이나 되는 일기가 모이니까요.

정민희   하루 30분 내외로 시간을 정해 놓습니다. 쓰다 보면 넘어갈 때가 훨씬 많지만 이렇게 시간을 좀 정해놓고 나면 한정 없이 일기장과 노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좀 아쉬움이 남아서 그다음 날도 이어서 쓸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박채린   일기를 쓰면 꼭 다 채워야겠다는 강박감이 생기기 쉽습니다. 예쁘고 깔끔하게 기록을 이어 가고 싶은 욕망도 생기고요. 가득 채울 수 있으면 뿌듯하지만, 어떤 이유로 일기를 쓰지 못할 때는 애써 무리해서 쓰지 않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일기를 쓰려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요?

김동규   일기 쓰기가 짐이나 숙제가 아니라 즐거운 일로 이어질 수 있게 일기장 한 권을 다 쓸 때마다 자신에게 깜짝 선물을 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특히 청소년 시절에 유용한 방법이겠네요. 나이 들면서 습관이 되면 일기 쓰는 게 더욱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작은 수첩과 필기도구를 늘 챙겨 다니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어요.

정민희   사소한 것이라도 조금씩 쓰면 그게 쌓여서 나의 역사가 되는 것 같습니다. 특출난 사람들의 역사에는 관심이 있지만 ‘나’의 역사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보내 버리기엔 내 인생과 흔적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하다못해 오늘 뭘 먹었는지 뭘 했는지 감정 따위 담겨 있지 않은 단순한 기록이라도 좋으니 직접 ‘쓰기’를 시작해 보았으면 합니다.

박채린   일기는 현실에 마음을 여는 시간을 선물해 줍니다. 어떤 단어로 시작해서 문장의 끝을 향해 가는 동안 생각이 정렬되거든요. 단 한 줄이라도 좋습니다. 가끔 방향을 잃었을 때 이미 기록해 온 오랜 생각의 흐름을 되짚어 보면 길이 보일 때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