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문구점에 갑니다 : 꼭 가야 하는 도쿄 문구점 80곳 - 하야테노 고지

2023. 4. 26. 19:40BOOK

문구에 대해서는 약간 애매한 포지션이다. 문구 덕후라고 하기엔 깊이가 얕고, 좋아하는 노트랑 펜이 한 두 가지 정도 있으니 문구를 '예쁜 쓰레기'로 취급하는 머글도 아니다.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이런 애매한 포지션은 아무래도 유학 시절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특유의 오렌지 컬러 몸통에 펜의 색상만을 직관적으로 노출하고 있는 못생긴 펜 뚜껑의 북미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그 펜 말이다. 펜이 글자만 잘 써내면 되지? 아무렴 그렇고말고. 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운 펜이다. 일단 워밍업이 필요해서 노트하지 않는 종이 구석에 항상 5바퀴 이상 의미 없는 원을 그려야 했다. 그렇게 워밍업을 마치고도 중간 중간에 볼펜이 뱉어내는 배설물 처리까지 당장 버리고 싶었지만, 선택사항이 많지 않았다. 적어도 북미에선 말이다. 노트도 Campus Note란 이름으로 똑같은 줄 간격에 왼쪽에 가이드 선이 있는 못생긴 노트가 전부였다. 하얀색과 노란색 종이 색상의 옵션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렇게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우리나라 대형 서점 한 곳에서 만난 펜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가격이 높은 일본산 펜들을 물론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펜들도 BIC 볼펜처럼 워밍업을 해야 하는 펜은 없었으니까. 거기에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메모지, 노트도 유학 시절 얇고 노란 campus 노트의 악몽을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

 

최근에 자주 쓰는 문구류는 매우 단순하다. 빠른 필기를 위해서 밖에서는 모나미 FX153 1.0mm를 주로 이용한다. 최종 정리하는 노트는 Lamy Safari 만년필로 필기한다. Lamy 만년필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여러 개를 가지고 있다. 주로 Dark Blue 컬러를 이용한다. 잉크 리필은 귀찮아서 리필 카트리지를 이용해서 쉽게 잉크를 교체해서 이용한다. 갱지를 이용한 연습 노트엔 낙서와 이것저것 편하게 쓴다. 정리가 필요한 내용은 Moleskine 라지 사이즈 + 소프트커버 + Dotted 레이아웃을 선호한다. 일정한 간격으로 점이 찍혀있어서 라인 없이도 필기 내용의 줄 맞춤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출용 가방에는 Midori의 MD PAPER에 전용 커버를 씌워서 넣고 다닌다. 가로, 세로로 원고지처럼 줄이 쳐져 있고 오른쪽에 여백이 있는 Grid with Margin 레이아웃을 선호한다. 그림 실력은 없지만, 아이디어를 정리할 때 여백을 이용하기 좋기 때문이다.

 

이 책은 문구 덕후 쪽으로 확 치우쳐 있는 작가가 도쿄 주변에 문구점 80곳을 돌아보고 직접 그림을 그려서 문구점의 특징을 소개하고 있다. 당신이 문구 덕후라면 책을 읽다가 도쿄행 비행기 티켓을 끊게 될지 모르니 주의하자. 이 책에는 사진 한 장 없이 작가가 그린 그림만으로 문구점을 보여주고 있어서 실제 문구점이 더 궁금하게 한다. 미친다. 

 

오늘도 문구점에 갑니다 : 꼭 가야 하는 도쿄 문구점 80곳 - 하야테노 고지

 

  • 글•그림 : 하야테노 고지 ハヤテノコウジ
  • 제목 : 오늘도 문구점에 갑니다 - 꼭 가야 하는 도쿄 문구점 80곳
  • 옮긴이 : 김다미
  • 출판사 : 비채
  • 출판 연도 : 2023. 01.
  • 페이지 : 총 167면 

 

오늘도 문구점에 갑니다 : 꼭 가야 하는 도쿄 문구점 80곳 - 하야테노 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