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가 되다 - 김초엽 X 김원영

2023. 4. 20. 18:18BOOK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이 책은 김초엽 작가의 이름만 보고 SF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바로 직전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재미있게 읽었고, 제목에 '사이보그'가 들어가 있으니 그렇게 생각한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암튼 재미있는 SF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어 든 이 책은 책 두께보다 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었다. 그렇다. 제목의 '사이보그'는 기계 장치와 유기적으로 결합한 '장애인'을 의미하고 있었다. 책 서문에서 김원영 작가가 이 부분을 잘 설명하고 있다.

 

사이보그 cyborg는 기계와 결합한 유기체를 일컫는 용어이지만 현대의 첨단 기술문명이 낳은 새로운 존재의 상징처럼 쓰인다. 김초엽은 보청기를 착용하고 김원영은 휠체어를 타며 생활하듯, 우리는 기계와 결합한 유기체라는 점에서만 보아도 '사이보그적인' 존재일 것이다. 그렇지만 보청기와 휠체어가 우리의 전부를 설명할 수 없으며, 마치 아이언 맨의 슈트처럼 우리를 멋진 미래의 존재자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다른 한편 우리가 사이보그적인 존재라고 스스로를 이해한다고 해서 SF 영화 속 캐릭터처럼 내가 인간인지 아닌지를 매일 아침 궁금해하는 것도 아니다.

들어가며, 김원영, P. 11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2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다.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않고, '극복'할 필요 없이 스스로 편한 방식으로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하며 짧은 북 리뷰를 남겨본다.

 

사이보그가 되다 - 김초엽 X 김원영

 

  • 지은이 : 김초엽 X 김원영
  • 제목 : 사이보그가 되다
  • 출판사 : 사계절
  • 출판 연도 : 2021. 01.
  • 페이지 : 총 367면 

 

디지털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으로 누구나 불편함이 없게 이용할 수 있도록 웹 접근성은 항상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하지만 실상은 김초엽 작가가 아래 문단에서 잘 설명하고 있다. 부끄러운 수준이다. 2/3의 웹사이트가 웹 접근성에 미흡한 수준이라니.

 

웹 접근성 역시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13년부터 공공 기관과 주요 민간 기관의 웹 접근성 준수가 의무화되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9년 웹 접근성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접근성이 '우수' 수준인 사이트 비율을 8개 산업 분야의 1000개 웹사이트 중 6.5퍼센트에 불과했고, 66.6퍼센트가 미흡한 수준이었다. 특히 장애인 사용자들이 쉽게 접근해야 할 보건•사회복지 서비스 분야의 점수가 가장 낮았다. IT 강국이라 자부하는 국가의 온라인 세계가 아직은 모두를 위한 세계가 아닌 것이다.

세계를 재설계하는 사이보그, 김초엽, P. 221

 

장애 disability는 단지 몸의 특정한 기능이 결여 dis-ability 된 상태가 아니라 '정상이 아닌 몸'이라는 사회적 평가를 획득한 일종의 신분(지위)에 가깝다. 

장애 - 사이보그 디자인, 김원영, P. 155

 

정체성에 관한 물음은 내 안에 '타자'가 등장해서 그 타자의 눈으로 나를 바라볼 때(거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볼 때) 시작된다.

우주에서 휠체어의 지위, 김원영, P. 49

 

장애학자 중 한 명이 ❝사이보그의 경험 중 가장 짜릿한 부분은 기계에서 해제되는 순간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보청기를 빼면 너무 편안하다고 하면서요. 그 말을 봤을 때 저는 정말 공감했지만, 한편 모든 보조기기 사용자가 기계에서 멀어지는 것을 편하게 여기는 건 아니잖아요. 또 어떤 사람들은 편하든 그렇지 않든 그것과 연결된 상태(이식되거나 이식에 가까운 상태)로 살아야 하고요.

대담, 김초엽, P. 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