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5. 18:05ㆍDIARY
끝이 보이는 길을 걸었다. 저 멀리, 길의 끝이 막혀 있다는 걸 알면서도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알면서도 걸었던 이유는 단 하나, 그 길 위에 피어 있는 작은 즐거움들 때문이었다. 낯선 벽돌집의 창문 틈으로 흘러나오던 따스한 빛, 바람에 흔들리는 오래된 나무의 잎사귀들, 그리고 골목의 고요 속에서 느껴지던 내 숨소리. 그 모든 것이 내 발걸음을 앞으로 재촉했다.
그러나 막다른 골목에 닿은 순간, 현실은 한 줄기 벽처럼 서 있었다. 끝을 직면해야만 했다. 그래도 혹시, 아주 작은 틈이라도 있을까 싶어 한참을 서성였다. 벽돌과 돌 틈새를 살피고, 골목 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결국, 더는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짓눌렀다. 발끝에서 퍼져나가는 힘없는 무게감, 가슴속까지 퍼지는 막막함. 그 순간의 적막은 내 모든 걸 삼키려는 듯했다.
더 아픈 사실은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지나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발 아래엔 남겨둔 추억의 조각들이 놓여 있었다. 웃었던 순간, 감탄했던 순간, 그리고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던 순간들. 그 모든 것이 뒤돌아가는 내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마치 나만이 이 길에서 물러서야 한다고 속삭이는 듯.
다리는 무겁고, 마음은 더 무겁다. 돌아가는 길의 끝은 어디인지, 내가 다시 어디로 향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무거운 걸음이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줄 것임을 믿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다시 제자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