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백설기로 덮여버린 하루
2024. 11. 27. 23:15ㆍDIARY
기상 예보는 이미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겼다. 자기 전에 창밖으로 내리던 눈송이는 밤새 쉼 없이 춤추며 땅 위를 덮어버렸다. 아침에 눈을 뜨고 거실 창문을 열었을 때, 세상은 마치 누군가 거대한 붓으로 흰 물감을 덧칠한 듯 낯설고도 환상적인 풍경으로 변해 있었다. 20센티미터쯤 내릴 거라던 예보는 정확했다. 나뭇가지마다, 차 지붕마다 두툼한 백설기로 덮어 놓은 것 같았다.
눈이 많이 내린 날에 일상의 루틴이 크게 흔들린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택한 사람들로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은 평소보다 많이 북적였다. 출근길에 지하철 한 대를 보내고서야 겨우 자리를 잡았고, 퇴근길에는 두 대를 보내고 나서야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버스도 마찬가지였다. 질퍽한 눈길 위를 걷는 것만으로도 지쳤지만, 이처럼 북적이는 대중교통에서는 하루의 체력마저 바닥났다.
창밖으로 고요히 내려앉는 눈송이들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얀 눈은 세상을 덮어 버리지만, 그 아래 사람들은 이렇게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쩌면 눈이 내리는 날은 우리의 일상이 잠시 흔들리는 만큼, 그 흔들림 속에서 평소 느끼지 못했던 작은 순간들을 발견할 기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일 또 눈이 내린다는데, 출근길의 정원을 지나며 어떤 풍경과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 조금 두렵고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