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3. 23:11ㆍDIARY
피곤의 무게가 몸을 짓눌렀던 한 주가 끝난 밤, 나는 침대 속으로 일찍 몸을 던졌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잠에 들었더니,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더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6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각, 나는 이불 속에서 게으르게 몸을 비비 꼬며 30여 분을 보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가만히 누워 있는 대신 일어나보자. 그렇게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집안에 맴도는 공기는 어제보다 차갑게 스며들었다. 스마트폰 화면에 찍힌 숫자는 영하 3도. 아, 잊고 있던 겨울이 어느새 발끝까지 다가와 있었다. 가볍게 양치를 마치고, 두터운 후드티와 포근한 카디건을 꺼내 몸을 감쌌다. 아직은 낯선 영하의 공기에 내 몸을 준비시키기 위해.
현관문을 열고 아파트 밖으로 나가니,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한층 매서웠다. 찬 공기가 가슴 속까지 파고들자, 내심 추위를 떨쳐낼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 조금 걸어보자.' 가볍게 2~3킬로미터쯤. 애플워치의 운동 시작 버튼을 누르며 마음을 다잡았다. 평소에는 트렌드를 다룬 팟캐스트를 들었겠지만, 오늘은 왠지 90년대 가요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윤종신, 이승환, 그리고 고등학생 시절의 나를 감싸던 멜로디들. 그때의 노랫말이 오늘 아침 공기 속에서 더 특별히 빛났다. 고요한 길 위를 천천히 걸으며, 가사 한 줄 한 줄을 읊조리듯 흥얼거렸다. 가로등이 하나둘 꺼지고, 해가 도로 위로 희미하게 떠오르는 그 찰나의 시간 속에서 나는 혼자였다. 아무도 없는 길, 그리고 그 위에 쌓이는 나만의 리듬.
걷다 보니 시간은 어느덧 두 시간을 향해 흘러가고, 걸음은 10킬로미터를 찍었다. 차갑게 얼었던 공기는 이제 익숙하게 느껴졌고, 근육처럼 뭉쳐 있던 머릿속의 응어리도 조금은 풀린 듯했다. 걷는 동안의 바람과 햇살, 그리고 오래된 가사들이 만들어준 아침의 평온함은 오늘 하루를 살아갈 내게 작은 선물처럼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