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의욕을 찾습니다 : N년차 독립 디자이너의 고군분투 생존기 - 김파카

2023. 4. 14. 22:13BOOK

귀여운 일러스트 때문에 잡았던 책이었는데, 읽는 내내 지쳐있었던 마음을 감싸주는 느낌을 받았다. 구직 활동으로 잃어버린 자신감과 의욕도 아주 조금 찾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작가는 책에서 꾸준히 하는 것의 힘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 무언가를 실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끈기’라고 하지만, 그 과정에도 당연히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끈기만 있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그것조차 없다면 이룰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

 

좋아서 하는 일러스트를 꾸준히 그리면서, 책까지 출간한 걸 보면서 큰 용기를 얻었다.

 

❝ 대단한 목표를 세우지 말고, 재밌는 걸 해. 그걸 해도 힘든걸. 그럴 바에는 기왕이면 재밌는 걸 해. ❞

 

그 재미란 걸 나도 느껴볼까 해서 작가님의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했다.

 

집 나간 의욕을 찾습니다 - N년차 독립 디자이너의 고군분투 생존기 - 김파카

 

  • 글•그림 : 김파카
  • 제목 : 집 나간 의욕을 찾습니다 - N년차 독립 디자이너의 고군분투 생존기
  • 출판사 : 샘터
  • 출판 연도 : 2021. 10.
  • 페이지 : 총 176면 

 

그놈이 그놈, 그 회사가 그 회사

회사란 곳은 참 특이한 모임 같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왔던 사람들이 월, 화, 수, 목, 금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다른 시간에 퇴근한다. 월급도 모두 다르다. 일을 많이 한다고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다. 레고 블록처럼 팀이 조립된다. 안 맞아도 억지로 끼워 맞춰진다.
P. 18

 

아이쿠, 이 길이 아닌가

퇴사하고 자주 걷다 보니, 일하는 것도 걷기와 비슷한 구석이 많았다. 혼자 걸을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갈지, 평지로 갈지, 산으로 갈지, 지름길로 갈지, 뛰어갈지, 천천히 돌아갈지 모든 게 선택이다. 기왕이면 누구와, 어디를, 어떻게 걷고 싶은 지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P. 22

 

이렇게 살기는 싫어서

나는 어떻게 (일하면서) 살고 싶은가?
다시,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순위를 거꾸로 매겼다.

  1. 일 외에 내 삶을 이어가게 하는 것을 찾을 것.
  2.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말되, 내 가치관이 뭔지 꾸준히 생각할 것. 그러나 내 가치관만 추구하다가는 굶어 죽을 수 있으니 고집은 적당히 부릴 것.
  3. 조직을 벗어나 내 힘으로 다른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것.

P. 27

 

퇴사의 맛

하고 싶은 일에만 온 마음을 싣고 싶어 회사를 박차고 나온 지 5년째.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니 멀미가 날 것 같다. 작은 성공과 여럿의 실패에 지쳤다. 새로운 뭔가를 할 에너지조차 바닥났다.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니 좋지 않냐고 하지만, 그간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건 의지나 열정 같은 게 아니었다. 오로지 월급 덕분이었다. 2021년 3월 7일 일요일
P. 42

 

올해도 찾아왔어요, 슬럼프

❝ 무언가 하지 않는 시간도 굉장히 중요한 거예요. ❞
팟캐스트를 듣다가 이 문장에서 멈칫했다. 슬럼프에 빠져서, 또는 계획한 대로 되지 않아서 자신감이 없어진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이 아닐까. 나에겐 그랬다.
P. 65

 

그림으로 먹고사는 방법

요리사 데이비드 장은 이런 말을 했다.
❝ 요리사에게는 나를 표현할 자유가 없잖아요. 유일한 자유는 집밥이나 전채요리 같은 걸 만들 때죠. ❞
<어글리 딜리셔스>, 시즌 1, 3화. ‘못생겨도 집밥’ 편, 넷플릭스, 2020.
P. 81

 

내가 원하는 성공의 의미

그런데 솔직한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도 어렵지만, 자기 자신에게 내보이는 것 역시 쉽지 않다.

나만 보는 일기장에도 솔직히 적지 못하는 이유는,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고 좋아 보이는 목표를 썼기 때문일 것이다. 왠지 그럴듯해 보이고, 언젠가 막연히 도움이 될 것 같은 그런 목표를.
P. 97

 

취미와 직업을 구분하기

어떤 사람을 철부지라 부를 때는 몇 가지 기준이 있었다. 꿈은 큰데 자기 위치를 모르거나, 시장에 대해 허황된 생각을 품고 있거나, 취미와 직업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_ 이기문, 《크래프톤 웨이》, 김영사, 2021.
P. 110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될까? 이 일이 직업이 될 수 있을까? 돈이 되는가? 돈을 받는다면 얼마나 받아야 하는가? 취미와 직업을 구분하는 것은 명백히 돈과 연관되어 있다.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결과물이 돈을 받을 가치가 있다면 직업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취미다.
P. 111

 

어깨에 힘부터 빼고

뭐든 작게 시작하는 게 좋다. 나의 글쓰기는 편지에서부터 시작했다. 편지라고 하기엔 쪽지에 더 가까웠다. 짧은 문장에 마음을 꽉 채워 넣는 일이 꽤 뿌듯했다. 나에게 글쓰기는 그런 것이었다. 할 이야기가 있는데 말로 하기는 어렵고, 시간을 몽땅 가져다 썼지만 몇 줄밖에 쓰지 못하는 것. 누군가 나의 글에 깊이가 없다고 지적한다면, 맞는 말일 거다. 팔랑팔랑 작고 가벼운 종잇조각이 두툼해지려면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P. 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