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퇴근 후 불멍의 시간

2024. 3. 18. 23:24DIARY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잠자리에 들 때까지 비슷한 루틴이 반복된다.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샤워를 마친다. 그리고 저녁 먹은 식기들을 설거지까지 마치면 각자 방으로 들어가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한줄일기에 일기를 쓰는 시간이 바로 이 시간이다. 그렇게 일기 쓰기까지 마치면 난 조용히 OTT를 열어서 몇 가지 조건에 맞춰 볼 만한 영화를 찾게 된다.

 

오늘의 일기 - 퇴근 후 불멍의 시간
사진: Unsplash 의 Matt Whitacre

 

 
OTT에서 볼만한 영화 찾기 조건
  • 되도록 80분 이내의 한편짜리 완결된 영화를 찾는다.
  • 시리즈물이라면 한 시즌이 넘어가지 않는 드라마를 찾는다.
  • 시즌이 넘어간다면, 개별 영상이 30분을 넘지 않는 짧은 시리즈를 찾는다.

 

그렇게 영화를 찾으면 가족들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볼륨을 낮추고 영상을 재생한다. 소파에 앉아서 TV가 보여주는 영상을 보면서 가끔은 다른 생각을 한다. 진행하다 막혀버린 제안서, 조만간 있을 미팅의 안건, 소셜미디어에서 재미있게 봤던 콘텐츠… 이런저런 다른 생각을 하다가 졸기도 한다. 그렇게 TV를 통해서 나오는 영화는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저녁이 되면 조용히 TV를 틀고 볼만한 영화가 없는지 찾게 된다. 예전에 한 예능에서 누군가 했던 말 같은데, 현대인들이 TV를 통해서 영상을 소비하는 행동은 예전 사람들이 자연에서 불멍을 하던 것과 비슷한 것 같다는. 어두운 거실 조명에 다양한 컬러의 TV 화면은 내 뒤에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마치 캠핑에서 불멍 할 때 텐트 위에 내 그림자가 새겨지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