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월출산 국화축제를 할머니와 함께...

2023. 11. 11. 19:10DIARY

멀리 강진에 계신 할머니를 1년 만에 찾아뵈었다. 우리를 스쳐 간 1년은 할머니에게도 똑같이 스쳐 갔지만, 할머니에게 1년은 더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1년 사이 할머니의 기억력은 조금 더 희미해지신 것 같고, 할머니의 주름도 조금 더 깊어져 있었다. 여전히 유쾌하고 주변 사람들을 기분 좋게 칭찬하는 할머니의 특기는 97세의 나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할머니를 모시고 월출산 국화축제를 다녀왔다.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행사장까지 가시면서도 "세상 참 좋다", "이렇게 좋은 볼거리를 너희들 덕분에 보게 되었다", "정말 꿈꾸는 것 같다"를 연발하셨다. 사실 작년에 뵈었을 때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 월출산 국화축제에서는 휠체어를 대여해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꽃길 사이로 안내해 드렸다. 지나가는 꽃들을 손으로 만져보시기도 하고, 다양한 동물 형태로 만들어진 꽃 조각상을 감상하기도 하면서 지나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드시며 인사도 건네는 여유를 보여주시기도 하셨다. 그러면 지나는 사람들도 “할머니 안녕하세요”, “할머니 참 고우세요” 인사하면서 지나가셨다. 인형 탈을 쓴 행사장의 마스코트와 마지막으로 사진 촬영을 마치신 할머니는 “꽃들아 잘 보고 간다”고 인사를 하면서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사진: Unsplash 의 Annie Spratt

 

"이렇게 좋은 세상 죽지 말고 더 오래 살아야겠다" 하시는 할머니. 지금처럼 아프시지 않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