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퇴근길에 만난 상현달
2023. 10. 23. 23:29ㆍDIARY
약 한 달 전에 추분이 지났다. 한 달 전에는 여유 있게 업무를 정리하고 퇴근하면, 아주 가끔 선물처럼 빨갛게 익고 있는 서쪽 하늘을 마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고, 해가 많이 짧아졌다. 업무를 서둘러 마치고 정시에 퇴근해도 해 지는 서쪽 하늘을 보기 힘들어졌다. 퇴근 시간에 예쁜 노을을 보기는 힘들어졌지만, 대신 예쁜 반달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이 음력 9일이니까 오늘 하늘에 걸려있는 달은 오른쪽 절반이 채워진 상현달이었다. 그리고 다음 주 정도엔 아주 동그란 보름달을 만날 수 있게 되겠지.
최근엔 다들 양력 생일을 자신의 생일로 생각하지만, 음력으로 생일을 챙겨야 하는 친구도 주변에 몇몇 있다. 소셜 미디어와 스마트폰으로 양력 생일을 놓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가는 모르고 지나가는 게 음력 생일이다. 매일 모습을 바꿔가며 하늘에 항상 걸려 있지만 무심히 지나치게 되는 달처럼 말이다.
어제, 오늘 하늘이 매우 맑았다. 가을의 높은 하늘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가을의 맑은 하늘 덕분에 해가 진 이후에도 밝은 달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퇴근 시간에 디지털 화면에서 눈을 떼고, 하늘을 좀 더 봐야겠다. 도심의 매연이 만들어 내는 저녁노을, 매일 다른 모습의 달, 밝은 조명 뒤에 숨어서 어두운 하늘에 박혀있는 작은 별들. 너무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