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2,457일 동안 고마웠어

2023. 9. 15. 23:28DIARY

2016년 크리스마스이브에 내 생애 첫 아이폰을 만났다. 블랙베리, 구글 레퍼런스폰, 갤럭시 4 등을 왔다 갔다 하던 삶을 청산하고 드디어 애플 생태계에 마지막으로 입성했다. 맥북도 쓰고, 아이패드도 쓰면서 왜 아이폰을 쓰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던 시절이었다. 좋은 폰 아껴서 천천히 쓰려고 남겨두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상한 핑계를 달고 다니던 시절을 끝낸 게 2016년 크리스마스이브 날이었다.

 

아이폰 7 실버 컬러에 당시 가장 큰 용량이었던 256GB로 당시 쓰고 있던 SKT 통신사로 재가입하고 싶었는데, 도대체 이 단순한 조합을 찾기가 어려웠던 거다. 256GB는 당시 너무 큰 용량이라고 대리점에서 취급을 꺼렸던 이유가 가장 컸던 것 같다. 다행히 큰 용량의 제품을 찾으면, 색상이 맞지 않거나, 통신사가 다른 녀석이라 가입이 어려웠다. 그렇게 이동통신 대리점마다 문을 두드리고 다니다 한 지하상가에서 그. 조건에 맞는 녀석을 발견하고는 바로 가입 신청했던 기억이 난다. 휴대폰을 사고 가장 먼저 한 게 날짜가 들어있는 화면을 캡처한 것. 바로. 그게 아이폰 7에 저장된 첫 이미지였다.

 

그렇게 2,457일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 나의 두 번째 아이폰을 주문했다. 2457을 365로 나누면 6.7315… 로 나오는 걸 보니, 만 6년을 채우고도 7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뽑기 운이 좋았던 탓인지 나의 첫 아이폰은. 어디 하나 망가지거나 고장 나지도 않았다. 그 사이 정품 배터리를 두 번 교체한 것 말고는 한 번 속을 썩인 적도 없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왜. 바꾸냐고? 2,457일을 매일 쓰다 보니까 살짝 느려진 것도 있고, 최신 iOS 지원이 끊어져 설치하지 못하는 앱들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오늘의 일기 - 2,457일 동안 고마웠어
사진: Unsplash 의 绵 绵

 

두 번째 아이폰을 주문하면서 무선 충전기와 매그세이프가 지원되는 케이스도 함께 주문했다. 아이폰 7은 뒷면이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는 마지막 아이폰이었다. 알루미늄 뒷판 때문에 무선 충전이 안 되는 마지막 아이폰이기도 했다. 그 이후로 휴대폰 무선 충전은 자연스럽게 확산되었다. 어디 휴대폰 뿐이랴. 애플 워치랑 에어팟도 전부 무선으로 충전하는 방식이지 않은가. 아이폰, 애플 워치, 에어팟 전부 무선 충전의 시대로 넘어간다. 7년 가까이 나의 충실한 출퇴근 도우미였던 첫 아이폰.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