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랜딩의 추억

2023. 7. 29. 23:02DIARY

회사의 CI나 브랜드의 BI를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아주 귀찮은 일이다. 작은 기업이나 브랜드의 경우엔 바뀐 브랜드 요소를 적용할 부분이 많지 않지만, 대기업이나 큰 브랜드의 경우엔 숨어있는 곳까지 바꿔야 할 부분이 엄청나다.

 

예전 디자인 회사에 다닐 때 항공사와 이동통신사의 CI를 변경하는 작업을 함께한 경우가 있었다. 변경된 CI를 사전에 공유받고 비밀리에 변경 일정들을 협의해서 준비한다. 그렇게 준비한 시간이 대략 6개월 정도. CI 변경에 가장 우선 적용하는 부분은 당연히 홈페이지와 디지털 에셋이었다. 상대적으로 교체 비용과 수고가 적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에 로고 이미지 파일을 변경하는 것으로 모든 사람에게 바뀐 CI를 보여줄 수 있으니까. 그렇게 디지털 에셋에 변경 작업을 마치고도 오프라인의 CI 변경 작업은 한 참 더 걸려서야 바뀐다. 사실 그렇게 바꾸고도 몇 년 후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동통신사의 변경 전 로고를 보게 되는 일이 있었다.

 

리브랜딩의 추억
사진: Unsplash 의 imgix

 

최근 트위터가 사명과 서비스명 그리고 로고를 바꾸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한 마디에 브랜드를 바꾸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못생긴 로고는 그렇다 쳐도 디지털 에셋에도 한 번에 깔끔하게 바꾸질 못하고 있다. 바꾸게 된 배경에서부터 일론 머스크의 독단적이고 너무 즉흥적인 의사 결정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세계적인 소셜 미디어를 서비스하는 회사에서 진행하는 방식이라고 보기엔 너무 부족함이 많이 보인다.

 

트위터의 이번 변화가 앞으로 소셜 미디어 판도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예상하기 힘들다. 트위터 서비스에 많은 실망을 하고 있지만, 경쟁 서비스도 트위터에 타격을 줄 정도로 칼날을 세우고 있지도 못하다. 기대했던 쓰레드도 초기 오픈발이 다 되어 가는 것 같고, 분산형 소셜 미디어들도 아직은 트위터를 대체할 정도로 영향력을 키우지 못했다.

 

트위터가 𝕏로 브랜드를 다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