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20. 22:10ㆍDIARY
장마가 주춤하는 사이 폭염이 시작되었다. 기상 후 출근 준비를 위해 샤워로 하루를 시작한다. 밤새 흘린 땀을 씻어내기 위해서다. 그렇게 샤워를 마치고 출근 준비를 마치면 이마엔 다시 땀이 송골송골. 8시밖에 안 된 아침이지만 체감 햇볕은 이미 정오다. 기온도 30도에 가까워졌다. 에어컨에 인색한 만원 버스에서는 얼굴을 타고 땀이 한두 방울 떨어진다. 다행히 두세 정거장을 지나면 에어컨 빵빵한 지하철역이다. 지하철 에어컨 인심은 버스보다 매우 후한 편이라 버스에서 흘렸던 땀을 다 식히고도 남는다. 문제는 승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엔 에어컨을 최대로 강하게 튼다는 점이다. 지하철 에어컨을 고려해 얇은 카디건을 챙겨 다녀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그렇게 40여분을 달리면 사무실에서 약 500미터 떨어진 지하철역이다. 역사를 나가기가 무섭게 다시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사무실에 도착하면 가방을 맨 어깨와 등, 허리 쪽으로 땀이 흥건하다. 만약 사무실에 샤워 시설이 있었다면, 출근 도장을 찍자마자 바로 샤워실로 달려갔을지도 모른다.
오전 업무를 정리하고 식사하는 점심시간. 밖으로 나가기가 두렵다. 오전에 이미 폭염 주의로 안내 문자를 받았는데, 시원한 사무실을 벗어나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걸어서 식당까지 가야 하다니… 별수가 없다. 그래도 밥은 챙겨야 하니까.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오후 1시는 아스팔트도 아주 따끈따끈 잘 데워져 있어서 신발 바닥이 계란 후라이처럼 익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프라이팬 같은 아스팔트 위를 걸어서 사무실로 돌아오면 땀이 한 바가지.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은 날엔 두 바가지까지도 흐른다. 만약 사무실에 샤워 시설이 있었다면, 점심 식사를 빠르게 마치고 샤워실로 가 샤워를 마치고 오후 근무에 임했겠지.
우당탕탕 오후 업무를 마치고 드디어 퇴근 시간. 시계는 저녁 7시를 가리키고 있지만,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열기는 아직 채 식지 않았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만원 버스를 타고 집 앞에 도착하면 해도 뉘엿뉘엿 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해 기온도 살짝 떨어졌다. 하지만 하루의 무게를 견뎌낸 내 어깨엔 땀이 또 송골송골 맺혔다.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바로 욕실로 들어가 샤워한다.
아침저녁에 샤워를 두 번씩 하는 일과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사무실에 샤워 시설이 있다면, 하루에 네 다섯번은 샤워해야 할 것 같은 그런 날이다.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