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15. 23:38ㆍDIARY
구직 활동 기간 중 남아도는 시간에 가장 많이 할애했던 습관들이 있었다. 산책과 책 읽기, 취업 후 달라진 환경에 맞춰 조정하고 보니 산책도, 책 읽기도 우선순위가 가장 뒤로 밀린 기분이다. 아침 출근 시간에 조금 일찍 나와서 출근길 산책을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사무실이 있는 가로수길 주변엔 차들도 많고, 이른 아침에도 산책하기 적당한 장소는 아닌 것 같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짧게 주변을 돌아보고 있지만 역시 사람들이 너무 많고 시선을 빼앗는 요소가 많은 탓에 산책이 쉽지 않다.
책 읽기 역시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지하철을 타고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지만, 출근 시간대 지하철엔 저마다의 출근 전쟁을 치르는 직장인들로 가득 차 차량 내 용존 산소가 항상 부족한 느낌이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진 않지만 출근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피곤한 나 역시 부족한 산소에 자연스럽게 적응하기 위해 하이버네이션 모드로 전환한다. 하이버네이션 모드에서는 주변의 소음을 30% 줄이고, 적은 산소로 호흡하며 심박수를 낮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얕은 잠 모드로 전환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 하이버네이션 모드에선 눈도 살짝 감아줘야 그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책 읽기는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퇴근 시간? 말할 것도 없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는 시간에 복잡한 퇴근 지하철에서 책을 꺼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이러다 보니, 산책도, 책 읽기도 이래저래 제약이 아주 많았던 습관들이었던 게 아닌가 싶다. 주말이라도 그 여유를 느껴볼까 하지만 장마로 날씨도 도와주지 않고, 밀린 집안일을 처리하다 보면 또 그 두 가지는 자연스럽게 뒷전이 되고 만다. 뾰족한 방법은 없지만, 다시 그 습관들을 가져와야 할 것 같다. 내일은 이 문제를 좀 더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