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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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 백설기로 덮여버린 하루
기상 예보는 이미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겼다. 자기 전에 창밖으로 내리던 눈송이는 밤새 쉼 없이 춤추며 땅 위를 덮어버렸다. 아침에 눈을 뜨고 거실 창문을 열었을 때, 세상은 마치 누군가 거대한 붓으로 흰 물감을 덧칠한 듯 낯설고도 환상적인 풍경으로 변해 있었다. 20센티미터쯤 내릴 거라던 예보는 정확했다. 나뭇가지마다, 차 지붕마다 두툼한 백설기로 덮어 놓은 것 같았다. 눈이 많이 내린 날에 일상의 루틴이 크게 흔들린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택한 사람들로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은 평소보다 많이 북적였다. 출근길에 지하철 한 대를 보내고서야 겨우 자리를 잡았고, 퇴근길에는 두 대를 보내고 나서야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버스도 마찬가지였다. 질퍽한 눈길 위를 걷는 것만으로도 지쳤지만, 이처럼 북적이는 ..
2024.11.27 -
오늘의 일기 - 갑자기 대설주의보가 발령되었다
제안 준비로 퇴근이 늦었다. 회의를 마치고 아이디어를 정리하는데 사무실이 시끄럽게 휴대전화들이 울기 시작한다. ❝20시 20분 대설주의보 발령❞ 잠시 후 또 한 번 울렸다. ❝21시 00분 대설주의보 발령❞ 집에 어떻게 가야 하지? 걱정하다 22시 정도 사무실을 나와서 신사역으로 향했다. 대설주의보라더니 거리는 비가 내린 정도로 젖어있었고, 일부 차량에만 눈이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 ❛대설주의보❜라고 하더니 생각만큼 많이 내리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서울시 경계를 넘어가자마자 가로수에 눈이 조금씩 쌓여있는 모습이 보였고, 버스를 내려 아파트 단지로 걸어가는 동안에는 이미 유리창을 다 가릴 정도로 눈이 쌓여있는 차들이 여럿 보였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있는 아파트 단지 화단 나무들도 두툼하게 하얀색 ..
2024.02.05 -
오늘의 일기 - 15cm 눈폭탄 예보가 있던 날
하루 전부터 무시무시한 일기 예보가 있었다. 하루 종일 최대 15cm 폭설이 올 거라고 했다. 출퇴근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려서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했다. 하필 그런 날 광고주와의 미팅 일정이 있었다. 2주 전에 잡아둔 일정이라 이렇게 폭설이 오는 상황을 고려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정중한 차림의 복장을 하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발이 빠진다고 해도 덜 더럽혀질 신발로 골라 신었다. 출근 시간에 맞춰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마른 나뭇잎에 떨어지는 귀여운 소리가 '사락사락' 들리는 싸락눈으로 시작했다. ❛이제 시작인 건가? 이렇게 눈 폭탄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인가?❜ 생각하며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을 빠져나오며 서울 도심에 5cm 이상 쌓여있는 눈과 예보를 챙기지 못..
202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