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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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 - 친구의 플레이리스트, 그리고 멈춘 시간
기억은 소리로 더 선명해질 때가 있다. 오래전 어느 날, 손바닥만 한 iPod을 손에 쥐고 자랑스럽게 플레이리스트를 보여주던 친구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스마트폰이 겨우 모습을 드러내던 시절, 스트리밍이라는 단어는 아직 낯설었고, 음악은 파일로 전해지던 때였다. 그 친구의 플레이리스트는 내 일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담고 있었다. 내 귀에 익숙한 인기 가요와는 달리, 낯선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로 가득한 인디밴드의 노래들.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였다. ❝한번 들어봐.❞ 그 친구가 권하던 음악은 처음엔 어색했다. 그러나 몇 곡을 듣고선 그 어색함이 낯선 설렘으로 변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음악 공유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약속처럼 이어졌다. 봄의 새싹이 돋을 때, 여름의 땀이 맺힐 때, 가을 낙엽이 지..
2024.11.26 -
오늘의 일기 - 온라인 커뮤니티가 인기를 끄는 이유
퇴근 시간쯤 함께 일했던 후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럽게 저녁 식사로 이어졌다. 원래도 일이 많았는데, 연말연시에 몰리는 일이 많아 주말까지 반납하고 출근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후배는 매우 꼼꼼히 일을 챙기는 스타일이라 몰려오는 업무들을 거부하지 못하고, 하나하나 챙기고 있는 것 같았다. 문제는 이런 걸 어디 얘기하지도 못한다는 사실. 식구들에게는 직장에서의 어려움을 굳이 얘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사무실에서도 어린 팀원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많아 본인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상대가 마땅히 없는 것 같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야근해야 하는 후배는 커피가 필요하다며 자연스럽게 커피숍까지 이야기가 이어졌다. 사실 내가 한 건 그 녀석의 어려움을 들어주는 게 전부였다. 그 녀석이 ..
2024.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