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기 - 친구의 플레이리스트, 그리고 멈춘 시간
기억은 소리로 더 선명해질 때가 있다. 오래전 어느 날, 손바닥만 한 iPod을 손에 쥐고 자랑스럽게 플레이리스트를 보여주던 친구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스마트폰이 겨우 모습을 드러내던 시절, 스트리밍이라는 단어는 아직 낯설었고, 음악은 파일로 전해지던 때였다. 그 친구의 플레이리스트는 내 일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담고 있었다. 내 귀에 익숙한 인기 가요와는 달리, 낯선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로 가득한 인디밴드의 노래들.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였다. ❝한번 들어봐.❞ 그 친구가 권하던 음악은 처음엔 어색했다. 그러나 몇 곡을 듣고선 그 어색함이 낯선 설렘으로 변했다.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음악 공유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약속처럼 이어졌다. 봄의 새싹이 돋을 때, 여름의 땀이 맺힐 때, 가을 낙엽이 지..
2024.11.26